전주 여대생 실종 미스터리 추적
전주 여대생 실종 미스터리 추적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8-04-29 16:03
  • 승인 2008.04.29 16:03
  • 호수 54
  • 3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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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강파티 후 함께 나간 A군이 용의자(?)
실종된 이양의 부모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윤희(당시 29)양의 실종 사건이 한 달 후면 사건발생 2년째를 맞는다. 전북대학교 수의학과에 재학 중이던 이 양은 지난 2006년 6월 6일 새벽 전주에 위치한 자신의 원룸 자취집 앞에서 목격된 것을 끝으로 종적을 감췄다. 이양 실종사건이 발생하자 이를 둘러싼 미스터리와 관련, 수많은 소문이 떠돌았다. 하지만 수사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단서도 없이 원점만 맴돌고 있다. 실종 당일 이양은 자취집에서 15분정도 떨어진 ○○주점에서 종강모임을 마치고 귀가한 상태였다. 단서는 이양이 당시 집에서 컴퓨터로 ‘성추행’, ‘112’ 라는 단어를 검색한 게 전부다. 이번 사건에서 유력한 용의자는 이양을 원룸까지 데려다 준 A군. 경찰은 A군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실시했으나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A군에 대한 심증은 짙었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었던 것이다. 이날 이양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전주 덕진경찰서는 최근 이양 실종사건을 재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양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당기간 시일이 지났을 뿐 아니라 용의자들에 대한 조사가 모두 끝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시 재조사를 할 만한 실마리가 전무한 상태다.

이양 실종사건은 한편의 추리소설같다. 사건 전반에 걸친 미스터리가 하나 둘이 아니다. 이양의 사건 당일 행동, 귀가 과정, 목격자들의 목격담, 주변인들의 진술, 용의자들의 행동 등 모든 정황이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엉켜있다.

이상하게 시작된 사건의 시작

현충일을 하루 앞둔 지난 2006년 6월 5일 밤 10시경, 학과 학생들은 학교 앞 ○○주점에서 종강모임을 가졌다. 학과 교수를 비롯해 학생 40여명이 이 자리에 모였다.

이양이 자리를 뜬 것은 술자리가 막바지에 이를 즈음인 새벽 2시 15분경. 이때부터 유력 용의자 A군의 수상한 행동이 시작된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양의 학과 친구들에 따르면 이양이 일어나자 A군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A군은 경찰에서 “밤이 늦었으니 이양을 원룸까지 바래다주기 위해 같이 술집을 나섰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군의 이러한 진술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는 이양의 친구인 B양과 연인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A군이 여자 친구인 B양을 주점에 두고 이양과 함께 술집을 나선 것은 자연스럽지 않아 보인다.

경찰이 이양의 학과 친구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A군은 평소 이양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알려져 있었던 사실.

이때 A군은 이양과 술집을 나온 뒤 특별한 이야기 없이 근처 소방서 건너편 주유소까지만 함께 걸어갔다고 경찰에 밝혔다. 주유소 앞에서 이양이 A군에게 그만 가라고 했고, A군은 곧바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두번째 의문이 발생한다. 집으로 들어간 이양은 새벽 2시 58분경 인터넷에 접속해 ‘성추행’, ‘112’ 등의 단어를 검색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확인한 결과 이양의 컴퓨터는 이날 새벽 4시 21분까지 켜져 있었다.

경찰은 이양이 ○○주점에서 집으로 돌아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점을 감안, 집으로 들오자마자 컴퓨터를 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가 2시 55분경인 것으로 경찰은 추측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발생하는 세 번째 의문. 이양의 집과 주점 사이의 거리는 불과 15분 거리다. 그렇다면 2시 15분경 주점을 나온 이양이 컴퓨터를 켜기 전까지 약 20여 분간의 공백시간이 발생한다. 이 사이 이양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이양이 거주하는 집은 원룸의 특성상 방음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만약 조용한 새벽에 이양과 누군가가 집 주변이나 안에서 실랑이를 벌였다면 이웃들이 이를 전혀 모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이양의 이웃과 동네 사람들은 당시 수상한 낌새를 차리지 못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 관계자는 “만약 누군가 이양의 방에 침입해 이양을 성폭행하려 했다면 이웃들이 이 소음을 못 들었을 리 없다” 며 “원룸건물이란 것이 대체로 부실하기 때문에 가구간이나 층간의 소음이 쉽게 들린다. 그런데 이날 이상한 소릴 들었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A군의 수상한 행동

경찰은 그동안 30여만 건의 통신자료를 뒤지고 우범자 탐문과 야산 수색 등 수사를 벌였지만 여전히 사건은 오리무중이다. 사건 초기 6명이었던 전담팀원은 이제 2명으로 줄었다.

한편 이양의 아버지 이동세씨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딸이 살았던 원룸을 아직까지 빼지 않고 있다. 방을 빼면 경찰에서 전담반 깨고 철수할 것 같아서다. 이씨는 “내 딸 윤희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수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전북대로 편입했다” 며 “참 똑똑하고 예쁜 아이였는데, 이렇게 사라져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또 이씨는 사건 당일 이양의 행적에 대해 “내 생각에 윤희는 그날 집에 들어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며 “윤희의 방에 들어가 컴퓨터를 켠 것은 윤희가 아니라 범인일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A군은 윤희가 집에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주장하지만 A군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상황에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성추행, 112 등의 검색어는 이상한 점이 많다. 윤희 나이가 29살인데 그 나이에 신고전화 112가 뭔지 몰라서 검색해 본다는 게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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