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창환기자]  지난해와 올해 창작뮤지컬 우수작품으로 선정된 뮤지컬 <정글라이프>1231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1관에서 공연된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린 TV 드라마 미생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자연스레 공연계 미생으로 관심을 받게 된 <정글라이프>는 뮤지컬 특유의 에너지까지 겸비하면서 직장 배경 뮤지컬이나 드라마의 또 다른 답안이 됐다. 떠들썩한 노래와 위트로 회사원들의 밝은 면을 부각시키면서도 관객 대부분이 공감할 고민들을 같이 건드려 간만에 괜찮은 창작 공연을 봤다는 인식을 심어줄 만하다.

뮤지컬 정글라이프는 전반적인 분위기를 코믹하게 밀고나감에도 불구하고 사이사이에 진지한 메시지를 균형 있게 배치했다. 일부 상업극처럼 웃기고자 하는 욕심을 컨트롤하지 못해, 의도된 주제나 메시지를 따로 놀게 만드는 어설픔도 비껴갔다.

TV 드라마 미생의 건조하고 냉혹한 경쟁과 긴장을 바랐던 관객들이라면 기대 이상의 만족을 얻지 못할 수 있으나, 그 점은 장점으로 반전되기도 한다. 뮤지컬은 심야 드라마처럼 방안에서 조용히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극장에서 다양한 이들과 파워풀한 사운드로 관람하기 때문에 대중성은 필수적이다. 정글라이프는 무대세트, 조명부터 적극적이고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입체적이고 와일드한 무대세트는 막간 세트 교체 없이도 90분 내내 질리지 않는 느낌을 심어준다. 분주하고 빠른 템포의 조명효과의 경우, 단지 배우를 비추는 것을 넘어서 이야기 속에 녹아들은 것 같은 재미를 안긴다.

직장 생활을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정글로 비유한 것처럼 배우들의 야생적이고 관능적인 연기와 안무 또한 눈을 쉽게 뗄 수 없는 볼거리다.

정글라이프의 메시지는 직장에서 갖는 추억, 가책, 선택이다. 대화와 식사, 회식 등으로 쌓이는 인연을 따뜻하게 표현하면서도 동료를 소외시키는 것, 일상적으로 남에 대한 험담을 하는 것, 같은 팀에 속한다는 안정 때문에 서로의 치부를 웃음과 격려로 덮어두는 것, 그로 인해 뒤늦게 찾아오는 가책 등이 디테일하게 보여 진다. 자신의 진심이 조직 입장에서는 이간질, 내부고발로 몰릴 수 있다는 스트레스는 큰 사건이 아닌, 어떤 일상적인 상황이기도 하다.

후반 반전을 통해 내뱉은 “(직장 생활에서) 답은 정해져 있어. 원하는 대답만 해주면 돼의 부정은 다른 사람들의 YES, NO만 쫓았던 이들에게 잠시 동안의 울림을 준다.

 

줄거리-

촉망받는 장대높이뛰기 선수였던 동희는 부상으로 인해 선수생활을 접고 소속 실업팀의 모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하지만 기댈 곳 하나 없는 회사생활에, 아무도 맡고 싶어 하지 않던 애벌레 수입 판매 프로젝트가 맡겨진다.

프로젝트를 묵묵히 추진해 가던 어느 날, 거액의 정부 지원금이 애벌레의 수입과 식품화에 투자될 것임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동희의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갖은 암투들이 난무하는데... 회사의 사활이 걸린 애벌레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사장아들 오레오 상무와 그의 프로젝트 실패를 바라는 홍호란 부장의 갈등사이에서 그동안 애지중지 공들인 첫 프로젝트가 실패할 위기에 처하는 동희’... 과연 동희<애벌레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치고 이 정글 같은 회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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