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지옥과 다름없다

성추행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40대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지난달 25일 발생해 법무부 등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2분께 서울 성동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홍모(44) 씨가 자신의 위 속옷을 이용해 화장실 창살에 목을 맨 것을 구치소 근무자가 발견해 응급조치한 뒤 경찰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이처럼 최근 구치소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일부에선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사실을 들여다보면 구치소 내 자살 사건이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 구치소 내 자살은 적지 않았다. 다만 외부로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법무부는 재소자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자살 방지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교도소 자살자는 2002년부터 5년간 69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2년 8명, 2003년 5명에 그치던 자살자 수가 2004년 12명으로 10명을 넘어선 뒤 2005년 16명, 2006년 17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수감 생활을 경험했던 이들은 이 자료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안에서 보고 들은 것만 해도 한 건 두 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도소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수도 없이 많지만 교도소의 밀폐성으로 그 중 상당수가 묻힌다고 재소자들은 입을 모은다.

조직폭력배에 가담해 행동대원으로 활동하다 폭행 및 사기로 수감생활을 한 뒤 2004년 출소한 송모씨는 수감생활 이후 조폭생활을 접었다. 일반적으로 학교(교도소를 가리키는 은어)에 다녀오면 조직 내에서 지위가 상승되지만 송씨는 이를 거부하고 과감히 조직을 떠났다.


동성애, 폭력 난무

현재 택시를 몰고 있는 그는 교도소 생활에 대해 한마디로 ‘지옥’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끔찍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송씨는 “그곳엘 가보기 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아무렇지 않게 수시로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사람들을 보고 기숙사 정도 될 것으로 착각했다”며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착각이었다. 무난하게 생활할 수도 있지만 그건 재수 좋은 건달출신자들 얘기고 일반 잡범들은 하루하루 불안에 떨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송씨는 “이른바 ‘범털’이라 불리는 많은 정치인들도 교도소 내에서 교도소 보안과장에게 금전을 쥐어주고 그 대가로 각종 편의를 제공받는다”며 “조폭출신자들 중 거물급인 경우엔 거의 황제처럼 교도소 안에서 군림한다. 여자 빼곤 모든 걸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채를 부도내고 경제사범으로 1년 2개월간 수감생활을 한 김모씨도 교도소의 끔찍한 생활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교도소는 주로 조폭이 장악하고 있다. 조폭 우두머리가 교도소의 질서를 움직인다는 것이다. 만일 누구라도 이 우두머리의 말을 거역하면 죽어날 수도 있는 곳이 교도소라고 그는 말한다.

김씨는 “교도소 안에서 죽는 사람이 더러 있다. 노역을 하거나 체력단련을 하다 죽기도 하는데 대부분 사인이 불투명하다”며 “내부에서 우리가 볼 때는 타살이 분명한데도 교도소 측은 이를 자살이나 사고사로 은폐하기도 한다. 특히 가족들이 없거나 생계가 어려운 재소자들이 죽는 경우는 그야말로 개죽음”이라고 말했다.

수감생활을 경험한 이들에 따르면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교도소는 그야말로 자유분방한 무법천지 그 자체였다. 담배는 기본이고 매일 밤 이 방 저 방에서 술판이 벌어지는가하면 심지어 포커 화투 등 도박판까지 개장되기 일쑤였다.

전과 8범인 한 조폭출신 인사는 “밤에는 무법천지였다. 재소자들은 밤이 되면 각 방문을 열고 나와 사동 전체를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나도 감방열쇠를 50여개씩 가지고 있었다”고 자신이 수감생활에 대해 털어놨다.

이 모든 것이 교도관의 묵인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게 이 인사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교도소 내의 동성애 실태도 심각하다. 이 때문에 충격 받아 교도소 내에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일도 적지 않다. 또 출소 후에도 수감 중 있었던 충격 때문에 자살하거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도 많다는 게 이 인사의 전언이다.


조폭들 감옥서 각종 이권사업

또 2006년 출소한 이모씨에 따르면 속칭 ‘범털’들은 풍족한 금전을 빌미로 직원들의 비호 속에 감옥생활이라고 생각조차 하기 힘든 특혜를 누린다. 전용 체육시설을 이용하는가 하면 식사도 식당이 아닌 별도의 장소에서 한다. 뿐만 아니라 식단도 일반 재소자들과는 다르다고 이씨는 전했다.

또 조폭들은 교도소 내에서 다양한 이권사업을 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게 담배사업이다.

이씨는 이에 대해 “담배는 교도소 내에 반입이 엄격하게 금지돼 있는 물품이다”라며 “이런 일은 교도관의 묵인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조폭들은 담배를 한 보루에 10만원씩 주고 한 번에 수십 보루씩 교도소 안으로 반입한다. 조폭들은 재소자들에게 담배 한갑에 3만원씩 받고 판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비싼 가격이지만 담배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이렇게 벌어들인 이익금은 교도관들의 접대 등과 같은 각종 자금으로 쓰인다고.

술과 담배가 반입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도소가 관행처럼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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