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안 좋아도 북한 진실 밝힐 것”


최근 다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황장엽 위원장(전 북한노동당 비서. 현 북한민주화위원회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황 위원장은 지난 3일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 ‘자유북한방송’에 출연,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 대해 “북한의 김정일과 배짱이 맞고 뜻이 통하는 시위”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김정일이 최대한 이용하려 드는 반미, 반정부시위임에 틀림없다는 것을 알면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입을 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황 위원장이 이렇게 나서자 탈북자를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에선 그의 뜻에 동참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황 위원장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활동을 위해 다시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황 위원장 측근들은 “황 선생은 망명이후 진보진영이 집권하는 바람에 줄곧 침묵을 지켜왔지만 이젠 그 침묵을 깨고 본격적인 활동을 할 것”이라 말하고 있다. 이에 향후 그의 입을 통해 어떤 말들이 나올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황 위원장은 “촛불시위는 지금 광우병을 반대하는 목소리보다 정부를 반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는 이미 예상됐던 시나리오”라며 “곧 미국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반(反)정부, 반(反)한미동맹이 아니라고 하는 이는 눈감고 아웅 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황 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 누구를 지지했느냐는 차치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시 한 번 궐기해야 한다”며 “한쪽에서는 기를 쓰고 정부를 무너뜨리려 하는데 다른 한쪽에서 방관만 한다면 결국 나라가 기울어진다”고 강조했다.


“좌파 활동 실체 드러날 것”

이렇게 국가가 혼란한 시국일 때 보수진영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이 있은 후 공교롭게도 보수진영은 촛불시위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현충일 날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이 서울광장에서 자리다툼을 벌이며 신경전을 벌이는 등 대응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보수인사들은 “지난 10년간 진보의 탈을 쓴 좌파가 득세하면서 나라의 정체성이 심각할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황 위원장의 주장이 힘을 얻지 못했지만 이제는 황 위원장이 말한 북한의 실체가 하나 둘 씩 증명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탈북자모임의 이모씨는 “자유를 찾아 목숨 걸고 남한으로 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전개되는 바람에 그동안 불안에 떨며 숨죽이고 살았다”며 “이제는 남한 내 북한 간첩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고 좌파들에 대한 심판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 공작원에 의한 국가소요사태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보수진영에선 남한 내 뿌리 깊게 박혀있는 북한 세력을 척결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은 끊임없이 정치적 혼란을 거듭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친북 세력 척결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두말할 것 없이 황 위원장이다. 보수파 인사들은 북한 내부사정에 대해 황 위원장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 보고 있다. 일본 등 해외에서 일어나는 작은 움직임, 또 국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대북관련 사항들을 한 눈에 꿰고 있다는 것이다. 현 북한 체계의 틀을 마련한 인물이 황 위원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1970년대부터 정부의 주요 북한관련 업무를 맡아왔고 91년에 남북고위급회담 남측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던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는 “황 위원장은 북한의 작은 움직임 하나만 봐도 그들의 모든 의도를 단번에 간파할 정도로 북한에 관한한 최고의 전문가다”라며 “그런 사람이 이야기 하는 것에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일체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정부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으니 황 위원장의 외침은 우이독경이었다. 나라가 살려면 이제 더 이상 그의 말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 아직 자유 못 얻어

황 위원장이 망명했을 당시 그를 담당했던 한 국정원 직원은 “내가 옆에서 지켜본 황 위원장은 민족관이나 국가관이 그 어느 누구보다 투철하신 분이었다”며 “지금에 와서야 밝히는 일이지만 그 분은 국정원에서 많은 고초를 겪었다. 탄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또 “황 위원장은 우리나라에 망명한 뒤 좌파가 집권했다고 판단하고 국정원이 묻는 질문에 거의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며 “그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그가 작심하고 입을 다물어 아무것도 캐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황 위원장이 지금까지 말한 북한의 실체는 극히 일부이거나 겉도는 이야기 일 뿐 실체적인 것은 아니다. 황 위원장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털어놓으면 북한에 대해 지금까지 몰랐던 많은 진실들이 드러날 것이라는 게 이 직원이 전언이다.

이 대표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 대표는 “내가 생각하기에 황 위원장은 아직 말하지 않은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그와 이야길 해 보면 그는 지금까지 입을 열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령인 그가 죽기 전 끝내 입을 열지 어떨지 모르지만 국정원에서 말하지 않은 내용을 털어놓으면 나라가 들썩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정원의 대북 담당 직원들은 물론 대북외교라인에서 최고의 북한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인 만큼 그의 이런 말은 쉽게 흘리기 힘들다. 한 대북외교 관련 인사는 이 대표에 대해 “대북교섭에 관한한 그는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또 이 대표는 “황 위원장은 망명 후 좌파정권이 들어섰다며 극도의 불안감을 보였던 것으로 안다”며 “당시 정부와 국정원은 북한의 거물급 인사가 목숨 걸고 망명했음에도 그를 홀대했다. 그리고 이한영 사건에서 알 수 있듯 황 위원장은 북한 요원의 암살표적이었음에도 국정원은 그에 대한 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바깥으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확인결과 그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황 위원장을 보호하는 경찰관은 “황 위원장은 현재 국정원에서 제공하는 거처에서 안전하게 살고 있다”며 “경찰에서 24시간 신변보호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최측근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사정은 다르다.

자유북한방송의 김성민 국장은 “경찰이 보호한다고 하지만 24시간 보호는 아니다. 경찰은 저녁에 황 위원장을 거처에 들게 한 뒤 퇴근한다”며 “지키던 경찰이 퇴근한 이후 황 위원장의 생활은 그야말로 창살 없는 감옥생활”이라고 전했다.

저녁시간엔 일체 바깥출입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모든 집안 창문을 커튼으로 가리고 창가에 얼씬도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도 이에 대해 “낮에는 생활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누굴 만나는 것도 제약이 있는 건 아니다”며 “하지만 밤에는 철저히 격리된 생활을 한다.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다지만 중요인물에 대한 24시간 경비를 않고 그 대신 보호대상을 격리시켜놓는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그러나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건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24시간 황 위원장을 안전하게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황장엽 위원장 미니인터뷰

“쇠고기 파문 본질 똑바로 봐야”


-건강상태가 그리 좋지 못하다고 들었다.
▲ 그렇지 않다. 특별히 몸이 불편하지는 않다. 활동하는데 아무런 지장 없다.

-최근 근황에 대해 말해 달라.
▲ 별로 특별할 것 없다. 여기저기 나가서 강연도 하고 글도 쓰고 있다. 지금 지방에 강연을 나왔다가 서울로 돌아가는 중이다.

-현재 옆에서 누가 돌봐주는 사람이 있나.
▲ 탈북자 동지회 사람들이나 다른 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생활은 혼자 살고 있어서 누구에게 도움 받을 일이 없다.

-예전에 국정원에서 힘든 생활을 했다고 들었다. 지금은 어떤가.
▲ 국정원 안에서 생활이 편할 게 뭐있겠나. 그 부분에 대해선 나중에 이야기하자.

-최근 쇠고기 수입 파문과 관련해 글을 기고한 적은 없나.
▲ 없다. 공식 석상에서 내 생각을 밝힌 적은 있어도 어떤 매체에 글을 기고하거나 하진 않았다. 쇠고기 수입에 관해선 우리나라 국민들이 본질을 똑바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북한 문제와 관련, 지금까지 밝히지 못했던 부분이 있나.
▲ 내가 밝히지 못할 게 뭐있나. 아무리 말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듣지 않는 게 문제다.

-앞으로의 계획은.
▲ 좀 더 많은 글을 쓰고 북한 문제를 바로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가 할 일은 그것뿐이지 다른 것은 없다.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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