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연예기획사-방송국 ‘먹이사슬’

연예기획사들의 방송사 PD 금품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문무일)는 지난 7일 팬텀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들이 KBS, MBC, SBS 등 방송국 PD들에게 주식 등 금품을 전달한 단서를 잡고 계좌추적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의 수사 대상은 주요 공중파 방송국 3사의 국장급 PD 10여명을 포함해 PD 수십 명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일요서울은 2007년 10월과 올해 6월 거대 연예기획사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아울러 기획사의 주가조작에 연예인들이 관련된 의혹이 있다고도 보도했다. 검찰의 이번 연예기획사 주식로비 의혹 수사는 주가조작 혐의 수사의 연장선이다. 검찰은 팬텀 측이 2005년 코스닥 기업을 인수하면서 회사 주식 80여만주를 빼돌려 PD들에게 저가로 제공했으며, 주식을 받은 PD 중에는 수억 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린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수사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방송 출연과 관련, PD와 연예 기획사 간의 금품로비 의혹이 고질적이라 보고 팬텀 외에 다른 연예 기획사들에까지 수사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2005년 4월 팬텀그룹 이도형 전 회장 등이 소속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부탁하며 방송국 PD 등을 상대로 팬텀 주식을 제공한 혐의에 대해 수사해 왔다. 무엇보다 이번 검찰 수사는 정연주 KBS 사장, MBC ‘PD수첩'에 이어 방송사 PD들까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것이어서 방송계에 메가톤급 태풍이 불어 닥칠 것으로 보인다.


방송계 겨냥한 기획수사?

이어 지난 7일에는 팬텀엔터테인먼트를 압수수색하는 등 검찰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팬텀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회계자료 등이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서류 등을 확보했다.

또 검찰은 팬텀 관계자와 방송사 PD들에 대한 계좌추적에 착수했으며 팬텀 관계자 등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팬텀 관계자들을 상대로 2005년 팬텀이 우회상장하기 직전 방송사 PD들에게 주식을 저가에 넘기거나 무상으로 증여했는지,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지난해 초 팬텀에 인수된 영화제작사 ‘도너츠미디어' 역시 방송 관계자들에게 주식 로비를 했다는 첩보를 입수, 함께 수사를 진행 중이다. 동시에 검찰은 팬텀 전 임직원들이 회삿돈 수십억 원을 횡령했다는 현 경영진의 고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팬텀 대주주 등의 횡령 사건 수사 과정에서 팬텀이 주식 로비를 한 대상이 40여명에 달한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로비 대상의 상당수가 방송사 국장급 PD 등 방송 관계자들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또 검찰은 방송사 PD뿐 아니라 스포츠 신문 기자 등 언론 쪽에도 팬텀의 로비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는 경우에 따라 이번 수사가 역대 최대 규모의 연예ㆍ방송계 비리 수사로 기록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 검찰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는 추측도 없지 않다.

검찰은 과거 팬텀이 2005년 4월 모 코스닥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전 회장 이모씨 등 경영진이 회사 주식 80여만주를 빼돌려 PD들에게 무료 또는 헐값으로 제공했다는 의혹을 수사한 적 있다.

검찰은 이때에도 이 전 회장 등의 주가조작 혐의만 밝혀내고 주식 로비 의혹은 규명하지 못했다. 때문에 연예가에선 검찰이 이번에 압수한 하드디스크 등에서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찾지 못할 경우 연예가 로비 의혹을 규명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검찰 “이번엔 잡는다.”

이와 함께 최근 검찰 안팎에서는 특수부 검사들이 작년에 수사했던 사안을 다시 수사하자 “검찰이 현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사에 대해 기획수사를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미 예전에 수사했던 사안이고 그 과정에서 혐의가 다분해 보였다”며 “그동안은 이를 체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줄곧 내사를 벌이고 있던 중 최근 혐의를 입증할만한 근거들이 새롭게 발견돼 수사를 벌이는 것뿐이다. 시기가 공교로운 점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기획수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팬텀을 비롯한 일부 연예 기획사들의 주식 로비에 관한 첩보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지난 9일 팬텀 소속 연예인들의 2005년 활동 스케줄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당시 어떤 방송국의 어느 PD가 팬텀 연예인들을 방송프로그램에 많이 출연시켰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 결과를 바탕으로 계좌추적 결과도 비교ㆍ분석할 예정이다.

검찰은 현재 계좌추적 등을 통해 PD 10여명이 2005년도에 실명 또는 차명으로 팬텀 주식을 보유했던 사실을 파악했다. 이중 일부는 자기 돈이 아닌 제3자의 돈으로 주식을 구매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것은 이 전 회장 등 팬텀 전 경영진이 회사 주식 80만주를 빼돌려 소속 연예인들의 출연 청탁 명목으로 방송사 PD들에게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된 시기가 이 해라는 점이다.

검찰은 로비 혐의가 짙은 PD가 실제 팬텀 소속 연예인을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출연시킨 점이 확인될 경우 출연을 대가로 한 로비 의혹도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팬텀 소속 연예인 가운데 인기가 높아 방송사가 오히려 섭외 경쟁을 벌일 정도의 연예인보다는 신인이거나 인기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영업'의 필요성이 높은 인물들의 활동 내역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주식로비의혹과 관련,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이 회사의 불공정 거래 관련 조사 자료를 넘겨받아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우회상장 과정에서 팬텀 대주주의 횡령이 있었는지 여부도 수사할 방침이다.

한편 팬텀엔터테인먼트 현 경영진 측은 최근 검찰이 수사 중인 '연예기획사 PD로비 의혹'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팬텀은 지난 7일 검찰의 압수수색에 회계장부 및 각종 계약서 등을 제공하는 등 협조했으며, 향후 검찰 수사에도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팬텀은 최근 계약서 및 회계 장부를 내부 감사 하던 중 각종 문제점이 발견돼 전 경영진을 상대로 서울 중앙지검에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한 상태며, 이에 관련해 채권 회수에 목표를 두고 이를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현 팬텀 대표이사 김정훈씨는 "이미 기존에 문제시된 경영진들은 모두 회사를 퇴사한 상태며, 이제는 팬텀과 아무런 관련도 없다"며 "현재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구조조정이 80% 진행됐으며, 감사가 끝나는 7월말에는 완전히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현 팬텀 경영진은 2008년 1월 21일 새롭게 선임됐으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개선을 진행하는 등 현재 매출과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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