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층 선호는 세계최고 리딩뱅크 방침

골드만삭스가 입주해 있는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빌딩

한국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이 지난 7월 2일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빌딩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미 이 빌딩 20ㆍ21층에 사무실을 낸 한국 골드만삭스는 최근 19층 1개 층을 더 임차했다. 가뜩이나 임대료 높기로 유명한 광화문 일대 빌딩에 이 정도 연결 층을 쓰려면 보증금을 제외하고 월 임차료와 관리비만도 1억원이 넘는다. 골드만삭스의 유별난 사무실 임대 경제학에 대해 알아봤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이 새로 이사하는 곳은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에 위치한 흥국생명빌딩 19층. 20층과 21층에는 이미 골드만삭스 은행부문과 증권부문이 입주해 있다.

북쪽으로는 북한산과 청와대가 발 아래로 보이고 남쪽으로는 덕수궁비원이 정원처럼 펼쳐진 흥국생명빌딩은 서울 시내 빌딩 가운데 최고 전경을 자랑한다. 내려다보기만 해도 가슴이 확 트일 만큼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 명당 중에 명당이다.


건물 준공 전 임대계약

그렇다면 과연 ‘명당빌딩’ 맨꼭대기 층은 누가 사용하고 있을까. 당연히 주인인 흥국생명이 최상층을 쓰고 있다.

그러나 임대사무실 가운데에선 골드만삭스가 가장 높은 층인 21층과 20층을 이용한다. 그 밑에는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ING베어링, 부즈앨런사무소가 나란히 위치해 있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항상 빌딩 최고층에만 입주하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고 했다.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IB) 다운 말이다.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외국계 회사들이 사무실을 배정 받은 기준은 ‘선착순’. 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고층 사용을 위해 흥국생명빌딩이 준공
되기도 전인 2000년 초부터 임대 사무실을 계약했다고 한다.

골드만삭스의 유별난 ‘최상층 사랑’은 홍콩과 일본지점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홍콩의 청쿵센터빌딩과 일본 록폰기힐즈의 상징인 모리타워 꼭대기를 점하고 있는 회사도 다름 아닌 골드만삭스다.

홍콩의 금융중심지인 센트럴 가 한복판에 위치한 청쿵센터빌딩은 아시아 최대 부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이 소유한 건물이다.

명당으로 통하는 이 빌딩의 높이는 283m(71층). 월 임대료만도 100평당 5000만원(한화 기준)을 훌쩍 넘는다.

청쿵센터빌딩에는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도이체방크, 메릴 린치 등 세계 굴지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일본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 언덕에 위치한 ‘롯폰기힐스 모리타워(지상 54층, 지하 6층)’는 높이 238m의 최첨단 건물이다.

건물을 구상하는 데만 17년이 걸렸고 총사업비만도 2700억엔이 투입됐다. 평당 임차료는 4만엔. 우리나라 돈으로 평당 40만원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부동산개발회사인 모리빌딩이 사운을 걸고 개발한 이 빌딩은 도쿄를 대표하는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건물을 구상할 때부터 내세운 ‘첨단’과 ‘혁신’이라는 키워드에 걸맞게 이제는 정보ㆍ문화의 발신지가 됐다.

특히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52∼53층에 모리미술관을 배치, “예술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극찬까지 받았다.

경비도 삼엄하다. 빌딩 로비에 두 개의 안내판이 있지만 촬영하려고 하면 즉각 경비원이 험악한 표정으로 제지한다. 입주업체에 혹시 피해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입주업체 면면 또한 화려하다. 모두 40여개 기업의 1만1000여명이 이곳에서 근무한다. 이 가운데 전체의 70% 정도가 IT기업과 금융회사다.

실제 모리타워에는 일본의 3대 IT기업이 모두 입주해 있다. 18·19·21층에는 프로야구단 라쿠텐 이글스를 소유한 라쿠텐 그룹이, 25~28층엔 야후재팬이, 38층엔 라이브도어가 들어와 있다.

또 20층에는 M&A컨설팅(통칭 무라카미펀드)가, 29~33층에는 리먼브러더스가, 43~48층에는 골드만삭스가 세 들어 산다.


최고의 전경 명당 중 명당

최상층이라고 해서 무조건 입주하는 것도 아니다. 골드만삭스가 입주를 결정할 때 무엇보다 신경 쓰는 점은 ‘리스크 관리’가 용이한지 여부다.

골드만삭스가 입주하는 빌딩은 계단이 반드시 두 곳 이상 있어야 한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피를 쉽게 하기 위해서다.

빌딩 내 보조 전력 공급이 가능한 지 여부도 매우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흥국생명빌딩은 한전으로부터 전력공급이 끊기더라도 별도의 전력수급이 가능하다.

이렇다보니 골드만삭스가 입주한 빌딩은 해외 다른 유명 기업들도 따라 들어오게 된다. 빌딩의 안전성만큼은 문제없을 거라는 믿음에서다.

실제로 골드만삭스가 흥국생명빌딩에 둥지를 튼 이후 모건스탠리, 씨티은행 등이 입주했다.

한편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JP모건·메릴린치 등 해외 투자은행들은 본사 임원방문 등 영업정보노출을 의식해 일반적으로 경쟁사와 같은 건물에 들어가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같은 건물에 입주할 때는 경쟁사들보다 높은 층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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