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위장한 말끔한 외국인 알고 보니 성폭행범


거리에서 여성들을 유인해 성폭행한 뒤 사진과 동영상까지 찍어 보관한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경찰에 검거됐다. 이 외국인은 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여성들은 20여명에 이른다. 이 중에는 어린 여중생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 놀라움을 더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로 파악된 20여명 외에도 비디오에 찍히지 않은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인면수심 외국인은 범죄에 마약류 약물을 사용했다.

여성에게 몰래 약을 먹이고 정신을 잃게 한 뒤 끌고 가 성폭행 한 것이다. 이런 범죄가 가능했던 것은 우리나라의 마약관리체계가 허술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외국인이 범죄에 사용한 마약류는 국내에서 구입한 게 아니라 자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반입당시 공항에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일부에선 이 같은 외국인들의 범죄가 현재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로 인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등과 같은 질병의 확산도 우려되고 있다.

용산경찰서는 7월 20일 여성 20여명에게 환각성 물질을 탄 음료를 마시게 한 후 성폭행한 방글라데시인 M(39)씨에 대해 성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M씨는 피해 여성들에게 “영어를 쓰는 관광객인데,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며 접근했다.

M씨는 이같은 수법으로 여중생 L(15)양에게도 추파를 던졌다. 같은 달 13일 M씨는 이태원 거리에서 비를 피하던 여중생 L(15)양에게 L양에게 접근했다.


만난 지 5분 만에 OK

M씨는 “한국말을 좀 배우고 싶다. 내가 영어를 가르쳐 줄 테니 한국말을 가르쳐 줄 수 있냐”며 “조용한 곳으로 가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L양을 유인했다.

M씨는 부유한 외국인 행세를 하며 여성들의 불안감을 잠재웠다. L양에게도 식사를 사주는 등 환심을 산 뒤 안심하는 기색이 보이자 감춰둔 마각을 드러냈다. M씨는 미리 준비한 환각제를 몰래 L양의 음료에 탔다.

환각제가 든 음료를 마신 L양은 불과 5분도 채 되지 않아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상태가 됐다.

M씨는 식당안의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기 전에 L양을 자신이 집으로 데려가 무참히 짓밟았다. 어린 여중생의 몸을 유린하는 것도 모자라 성폭행 장면을 비디오와 사진으로 찍기까지 했다. 그에게 이것이 일종의 전리품이었던 것이다.

L양은 M씨 집에 31시간동안 감금돼 있다가 인근 지하철역 주변에서 약에 취해 쓰러진 채 발견됐다. L양은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으며 어떻게 M씨 집을 나왔는지 등 구체적인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M씨가 여성들에게 사용한 환각제는 그만큼 강력했다.

그러나 M씨는 “우리나라 사람들 머리 아플 때 이거 먹는다. 한국 들어올 때도 이거 인천공항에 보여줬는데 아무 이상 없이 통과했다”며 “환각제 먹여 성폭행한 게 아니다. 성관계전 기분 좋게 하려고 먹은 것일 뿐 몰래 먹인 게 아니다”라고 경찰에 주장했다.

M씨 집을 수색한 경찰은 수많은 캠코더용 비디오테이프들을 발견했다. 그 안에 담긴 내용을 본 경찰 관계자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환각제에 취해 정신을 잃은 여성을 탐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긴 것은 물론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여성에게 접근해 성폭행에 이르는 과정을 모두 담은 동영상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동영상을 보면 M씨는 한국여성들에게 매우 능숙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혼자 있는 여성에게 접근해 영어로 이야기 하다가 불과 5분 만에 여성의 어깨에 팔을 걸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로 좋아서 즐겼을 뿐”

실제로 영상을 보면 여성들은 M씨의 접근과 과감한 행동에 다소 당황하는 듯 보이긴 하지만 이를 거부하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이처럼 M씨가 호감을 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치밀한 전략 때문이었다.

M씨는 한국여성이 부유해 보이고 영어를 쓰는 외국인관광객에 호의적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에 금목걸이, 금팔찌 등으로 치장하고 옷도 말끔하게 차려 입었다. 영어 발음에도 신경 썼다. 보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처럼 보여야 여성들이 더 호감을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M씨의 이런 분석과 공략은 효과를 봤다. 그는 이태원 거리를 다니다 주로 혼자 있는 여성에게 접근했다. 이중 M씨의 접근을 거부한 여성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M씨는 경찰에 말했다. 아울러 M씨는 성폭행한 게 아니라 서로 좋아서 즐긴 것이라고 경찰에 주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동영상을 보면 여성들이 어떻게 성관계를 갖게 됐는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여성에 접근하는 과정이 나오다 중간과정 생략한 채 성관계 장면으로 이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이런 허점을 노리고 M씨는 성폭행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M씨가 얼마나 많은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졌는지는 알 수 없다”며 “아마 M씨의 말대로 서로 즐기기 위해 성관계를 가진 여성도 있을 것이고 성폭행 당한 여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M씨가 상당수의 여성들에게 환각제를 먹이고 성폭행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2003년 입국한 M씨는 지금까지 불법체류자로 지내왔다. 또 2004년에는 감금 혐의로 구속됐다가 무혐의로 풀려난 적이 있다. 한편 경찰은 M씨가 촬영한 비디오를 전화방 등에 불법 유통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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