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왜 ‘인터넷 동네북’ 됐나
MB 왜 ‘인터넷 동네북’ 됐나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8-07-31 09:00
  • 승인 2008.07.31 09:00
  • 호수 67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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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모욕죄’ 신설은 MB 구하기 작전?

역대 최저 지지율 기록을 갱신한 이명박 정부가 인터넷 '악플'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아고라>로 대표되는 ‘넷심(인터넷 민심)’이 정부의 실정을 성토하는 수준을 넘어 정권퇴진과 탄핵까지 언급하며 과격화 됐기 때문이다.이른바 ‘사이버 모욕죄’ 신설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인터넷 길들이기를 놓고 여야는 물론, 인터넷 공간에서도 뜨거운 공방전이 한창이다. 대부분 네티즌들은 ‘마땅히 할 말도 못하는 게 민주주의 국가인가’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누가 정부의 치부를 들추며 기업의 비리를 고발하겠느냐’고 반문한다.특히 이번 조치가 ‘인터넷 동네북’으로 전락한 MB정부를 보호하기 위한 ‘작전’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에 대한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심의 바다’로 불리는 인터넷에 과연 어떤 내용들이 있기에 정부의 심기가 불편한 걸까. 노골적이다 못해 당혹감까지 느껴지는 ‘넷심’의 단면을 들여다봤다.

이 대통령만큼 다양한 ‘별명’을 가진 국가원수도 드물다. 물론 실용정부의 낮은 인기를 반증하는 조롱 섞인 비아냥이 대부분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움직임이 격렬했던 지난 5월부터 이 대통령은 ‘쥐박이’로 불렸다.

독도사태에 금강산 피살 ‘글로벌 호구?’

쥐띠 해인 올해 대통령에 취임했을 뿐 아니라 갸름한 얼굴생김새가 마치 쥐를 연상시킨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한반도 대운하와 영어몰입교육 정책을 비꼬는 ‘쥐박이 티셔츠’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제작, 판매된 것도 이 무렵이다.

또 지난 6월 10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코앞에 쌓아올린 시위 차단용 컨테이너 벽은 ‘명박산성’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을 비꼬는 대표적인 소재가 됐다.

인터넷 인기검색어 순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가 된 ‘명박산성’은 최근 불거진 독도 사태와 관련해 일본의 도발을 규탄하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다시 한번 등장했다. 독도 주위를 컨테이너 벽으로 가로 막은 합성사진에서다.

특히 독도 사태와 관련, 이 대통령의 출신 성분도 새로운 비난의 표적이 됐다. 일본 오사카 출신으로 알려진 이 대통령의 일본식 이름 ‘월산명박(月山明博-츠키야마 아키히로)’을 들먹이며 대통령을 친일의 잔재로 몰아붙이는 식이다.

이는 실용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3월 ‘독도괴담’ ‘독도 포기설’과 함께 불거진 내용 중 일부로 반일 감정을 타고 무섭게 퍼져나가고 있다.

더구나 미국발 쇠고기 파동과 금강산 관광객 살해사건, 일본의 독도 해설서 명기 등으로 실용 정부의 외교력에 큰 구멍이 드러나자 최근에는 이 대통령을 아예 ‘글로벌(국제적인) 호구’로 지칭하는 네티즌이 크게 늘었다.

물론 ‘넷심’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건 이 대통령 혼자가 아니다. 한승수 총리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IMF 시즌2’라는 인터넷 게시물을 통해 과거 IMF의 주역으로 지목 돼 곤욕을 치렀다.

촛불 시위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어청수 경찰청장과 임채진 검찰총장은 ‘주인’(이 대통령)에게 충실한 ‘개’로 비유될 만큼 인격적 모욕에 시달렸다.

특히 어 청장은 ‘친동생이 투자한 호텔에서 불법 성매매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담은 인터넷 동영상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사이버 모독죄’ 정치색 짙다”

법무부가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네티즌의 반대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 당시 촛불집회를 이끌어 내 인터넷 여론의 진원지가 된 <다음-아고라>의 반발은 특히 거세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관련 법규 입법을 제안한 직후인 지난달 24일 <다음-아고라>에는 사이버 모욕죄와 관련된 이슈 청원과 토론 글들이 이어졌다.

특히 사이버모욕죄 신설 검토를 철회해 달라는 네티즌 게시물이 1위를 기록했다. 하루 전 올라온 이 청원 게시물에는 지난달 25일 현재까지 3102명이 서명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법리상 사이버모욕죄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변희재 인터넷미디어협회 정책위원장은 "프랑스 형법에는 유해성 게시물이 유포될 경우, 일반매체에 비해 통신망에 대한 처벌이 3배 이상 강하게 규정돼 있다"며 사이버모욕죄 신설에 찬성했다.

그러나 법학자들 사이에선 ‘사이버 모욕죄’ 자체가 기존 형법으로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한 상태에서 생기는 ‘옥상옥’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형법상 모욕죄만으로 충분한데 법무부가 지나친 발상을 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궁지에 몰린 정부가 대통령과 관료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치적 제안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수성향의 한 판사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특수 상황을 규율하기 위한 특별법의 필요성으로 치자면 도서관을 법전으로 채워도 부족하다”며 “촛불시위로 궁지에 빠진 정국을 돌파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짙다”고 밝혔다. ‘사이버 모욕죄’에 대한 공방은 정치권 뿐 아니라 법조계서도 뜨겁게 가열될 전망이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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