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전용 카지노 VIP는 내국인고객

방송사 PD들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PD들에 대한 팬텀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들의 금품 및 주식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문무일)는 PD들이 연예기획사로부터 해외원정 도박 비용 및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특히 PD들은 강원랜드 등도 출입한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에 검찰은 강원랜드를 출입한 것으로 조사된 PD들의 도박기록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다시 압수수색을 벌여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당초 알려진 것보다 많은 20여 명의 명단을 입수해 자료를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방송가 주변에선 검찰의 주요 조사대상에 포함된 PD들이 오래전부터 카지노를 드나들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문제의 PD들은 주로 해외 카지노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중 일부는 국내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드나들었다는 소리도 들리고 있어 검찰 수사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최근 말썽이 되고 있는 각지의 카지노를 직접 찾아가 현장을 점검해 봤다.

“우리나라 카지노에 게임하러 오는 외국인이 몇 명이나 되겠나. 관광국가도 아니고 정책적으로 카지노 사업을 육성하지도 않는다. 이런 여건에서 내국인을 받지 않으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도저히 유지될 수가 없다.”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근무한 적 있는 에이전트 P씨의 말이다. P씨는 최근 카지노에 대한 검찰의 시선이 곱지 않다며 인터뷰를 한사코 거부했으나 거듭되는 요청에 실명을 거론하지 않는 조건으로 대화에 응했다.

그의 말처럼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운영을 위해 불가피하게 내국인을 몰래 출입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직 이런 실태가 공식적으로 드러난 적은 없다.

현행법상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내국인을 출입시키다가 3번 적발되면 허가가 취소된다. 1번 적발될 경우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이 내려진다.

P씨는 “카지노가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받을 경우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런 카지노에 누가 가겠나. 카지노의 생명은 기본적으로 보안이 우선이다”며 “그래서 카지노는 고객에 대한 보안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지노 브로커의 실체

P씨는 카지노 에이전트에 대해 “고객을 유치하는 게 에이전트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에이전트가 특정 카지노에 소속된 직원은 아니다. 말하자면 고객과 카지노를 이어주는 브로커인 셈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에이전트들은 고객을 특정 카지노에 유치하고, 고객이 해당 카지노에서 돈을 잃을 경우 그 잃은 금액의 10%~15% 정도를 카지노 측으로부터 받는다. 에이전트 입장에선 손님들이 돈을 많이 잃을수록 배당금이 높아진다. 그래서 에이전트들은 돈이 많은 고객, 즉 VIP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에이전트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천문학적이다. 자신이 유치한 VIP고객이 하루사이에 10억원을 탕진한다면 적어도 1억원의 돈을 손쉽게 벌게 된다. 이뿐 아니다. 고객이 게임 중 돈을 딸 경우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팁을 받기도 한다.

P씨는 “고객들에게 한 달 동안 받은 팁만으로 최고급 외제차를 산 에이전트도 있다. 그만큼 팁으로 버는 부수입이 만만치 않다”며 “보통 에이전트들은 강원랜드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VIP명단을 활용한다. 자기가 발굴한 VIP도 있고 리스트를 통해 확보한 VIP도 있다”고 말했다.

VIP명단은 에이전트들이 활용하는 일종의 영업가이드북이다. P씨에 따르면 이 명단 속의 상당수 VIP들은 강원랜드에서 유출된 것이라고 한다.

P씨는 어떻게 강원랜드의 고객정보를 빼오는지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을 듣다보면 한 가지 의문이 발생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곳은 강원랜드 단 한곳뿐이다. 그렇다면 강원랜드에서 빼낸 VIP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다시 강원랜드에 그 고객을 유치한다는 것은 말이 맞지 않는다.

이에 대해 P씨는 “강원랜드 VIP를 다른 곳으로 유치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다른 곳’이란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다. 물론 마카오 등 외국 카지노에 연결하기도 하지만 국내 외국인 카지노에 유치하는 일도 적지 않다는 게 P씨의 증언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VIP 세계

P씨는 “모든 카지노에는 VIP라는 게 있다. 돈을 많이 쓰는 고객이 VIP다”라며 “그런데 돈을 적당히 잃어서는 VIP가 될 수 없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 중 카지노에서 VIP로 대접할만한 이들은 극소수다”라고 말했다.

외국인 VIP들은 마카오나 라스베이거스 등으로 가고 한국으로는 잘 오지 않는다는 게 P씨의 설명이다. 1회 베팅 한도액수도 적고 다른 거물급 갬블러들도 적기 때문에 카지노를 이용하는 재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실질적인 VIP들 중 상당수가 내국인이거나 영주권·시민권자라고 P씨는 전했다.

P씨는 “에이전트들을 통하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라도 내국인이 출입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며 “판돈단위가 큰 VIP고객을 에이전트가 유치하면 카지노 측 입장에선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에이전트는 카지노의 보안팀-딜러-마케팅팀 등과 연결해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게 손 쓴다”고 말했다.

국내 외국인 전용카지노를 출입하는 내국인 VIP들이 카지노에서 탕진하는 돈은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억 원을 탕진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P씨의 말이다.

또 수십억 원을 탕진하는 이들도 한 번에 모두 잃는 게 아니라 수주일 또는 수개 월 출입하며 잃는다. P씨에 따르면 강원랜드에선 수 주일만에 수백억 원을 탕진하는 이들이 무수히 많다.

P씨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드나드는 내국인 VIP에 대해 “D사, K사, T사 등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중견기업 회장과 사모님 그리고 A병원장, 강남 모 호텔의 유명 유흥업소 사장 등이 있다”며 “유흥업소 사장은 7개월 동안 공금 300억원 정도를 날려 낭패를 본 적도 있다. T사의 사장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2주일 만에 60여억원을 탕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P씨에 따르면 날이 갈수록 에이전트의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 VIP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이벤트 비용이 많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카지노 고객에게 지급되는 마일리지의 일종인 ‘콤프’에 에이전트의 이벤트가 추가되고 있다.

P씨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고객의 숙박을 위해 최고급 호텔방, 최고급 승용차는 기본이고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가 제공되는가 하면 이벤트 명목으로 수천만 원대의 선물도 뿌려진다고 전했다.

호텔내의 모든 시설 이용이 무료인 것은 물론이다.

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얼마 전 P씨가 유치한 손님이 22억원을 탕진하자 이벤트로 최고급 롤렉스시계를 선물하기도 했다고 P씨는 전했다. P씨는 그 카지노가 어디에 있는 곳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VIP고객 관리 초호화 이벤트

사실 카지노의 이런 이벤트는 흔한 일이다. 마카오, 라스베거스 등 외국카지노는 VIP고객에게 최고급 골프채를 선물하거나 최고급 스포츠카를 선물하기도 한다. 이에 비하면 롤렉스시계는 ‘작은 감사의 표시’에 불과하다.

한편 OO 드라마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이번 강원랜드 압수수색과 마카오 등 해외 카지노 로비 수사에 대해 “검찰이 손만 대면 언제고 불거질 만큼 만연해 있는 문제였다”며 “이미 오래전부터 방송사 PD들 중 카지노 다니는 이들이 제법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아마 연예기획사들은 PD들이 카지노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카지노 로비를 벌였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연예가에도 카지노 괴담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 PD들과 더불어 도박을 즐긴 연예인들도 조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실제로 카지노 업계와 방송가에선 카지노 매니아 연예인들에 대한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영화감독 K씨, 가수 N씨, 가수 S씨, 코미디언 J씨 등등 수없이 많은 연예계 종사자와 연예인들이 해외원정 도박을 벌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들은 과거 필리핀 등 동남아 카지노를 주로 이용했으나 최근에는 마카오와 말레이시아를 애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가 이들에까지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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