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국회의원들이나 잡아갔으면…”

풍수전문가 강화석씨가 주장한 국회 내 명당터. 분수 주변이다. 국회의사당 앞 분수 주변.

오늘날 어지러운 국정 난맥상은 잘못된 국회의사당 터 때문이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귀신을 봤다는 목격담이 이슈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현재 국회의사당 터는 똥구덩이나 다름없는 ‘흉당’이라는 풍수전문가의 주장이 나와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풍수전문가인 강화석(복토 사이언스 풍수연구원)씨는 “누가 의사당 터를 잡았는지 모르지만 의사당 건물은 물론 정문을 낸 방향까지 틀려먹었다”며 “국가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이런 흉당에 들어가 일을 하니 매일같이 일이 잘 될 리가 있느냐”고 반문했다.강씨의 주장은 ‘국회귀신’ 괴담이 알려지기 훨씬 전부터 제기돼 눈길을 끈다. 특히 개원 2개월이 넘도록 원 구성을 못하고 공회전하고 있는 대의정치 현실이 비단 구성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지적한 점에서 신선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한 여름 으스스한 도시괴담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국회의사당 흉당설’의 모든 것을 파헤쳐봤다.

최근 국회의사당 터에 관심이 쏠린 건 지난 5월 처음 알려진 ‘국회귀신’ 괴담 덕분이다. 한 여름 열대야와 함께 인터넷 이슈로 급부상한 국회귀신은 여의도의 유래와 더불어 더욱 흥미를 끌었다.


보좌관 덮친 의원회관 여자귀신

화제가 된 국회귀신 괴담의 전말은 이렇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청문회가 한창이던 지난 5월 14일 새벽 2시경,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7층 한 의원실에서 야근 중이던 비서관 A씨는 오싹한 경험을 했다.

4년 동안 사용한 서류와 책자 등을 정리하던 그는 피곤을 이기지 못해 의자에 기대 잠시 눈을 붙였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채 잠이 들기 전, A씨는 인기척과 함께 낯선 목소리를 들었다. “집에 들어가서 잠이나 자.”

번쩍 눈을 뜬 A씨는 긴 머리를 늘어뜨린 여인이 책상 사이를 지나 사무실 안에 있는 국회의원 집무실로 스르륵 사라지는 모습을 봤다. 함께 근무하는 여직원인가 했지만 모두 퇴근한지 오래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여인이 사라진 집무실 문을 열고 따라 들어갔다.

그러나 집무실 안엔 사람은커녕 그림자조차 없었다. 인기척 하나 없는 까마득한 어둠에 소스라치게 놀란 A씨는 선채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잠이 들어 꿈을 꾸지 않은 이상 귀신을 본 게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A씨의 소름끼치는 경험담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또 다른 국회괴담도 줄을 이었다. 여기엔 국회의사당 지붕의 돔도 한 몫을 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의사당을 위에서 보면 마치 상여 같아서 원혼들을 불러 모은다’고 주장했던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국회 개원 때마다 지붕 돔 철거 논란이 불붙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의사당 돔을 철거하고 기와지붕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한때 논의된 적도 있다.

귀신이 출몰한 뒤 국회의사당 터에 대한 구체적인 유래가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최근에서다.

기록에 따르면 의사당이 자리 잡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는 과거 ‘양말산’으로 불렸다. 양말산은 조선시대 궁녀들의 공동묘지였다. 한 많은 여인들의 무덤가인 만큼 국회는 처녀귀신이 출몰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배경이 된 것이다.

국회사무처가 18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의사당 뒤편에 65톤짜리 거대 ‘남근석’을 세워 여인들의 한을 달랬다는 것 역시 근래 알려진 사실이다.


“살기 넘치는 구정물 바다”

하지만 관련 이슈가 쏟아지기 한참 전인 지난해 초 일찌감치 국회의사당 터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내린 풍수전문가가 바로 강화석씨다. 그는 지난해 2월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현재의 의사당 터를 ‘백해무익한 흉당’으로 평했다. 그의 주장은 최근 ‘국회괴담’과 맞물려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강씨는 “좋은 땅에는 기맥이 흐르고 이것이 모여 진혈터를 형성한다. 그런데 지금 국회의사당 터에는 기맥 자체가 거의 없다. 생기 없는 죽은 땅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고 말했다. 즉 썩은 물이 가득 고인 곳에 길을 내고 건물을 세운 격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것을 ‘똥냄새 나는 몸(흉당)을 수천만원짜리 고급 옷(의사당 건물)으로 감싼 것과 마찬가지’라고 표현했다.

특히 의사당 터에 과거 화장터와 묘지가 있었다는 설에 대해 강씨는 우려를 드러냈다. 죽은 자를 모시는 화장터나 공동묘지는 음기가 넘치는 곳을 골라 일부러 맥이 꽉 뭉친 곳에 터를 쓰기 때문이다. 망자가 사는 음기 가득한 곳에서 살아있는 사람이 제대로 생활 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
다.

강씨는 또 ‘지금 이대로라면 국회 안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나쁜 기운이 가득한 곳에 사람이 계속 머물면 몸 안에 균형이 무너져 분란이 일어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국회가 ‘민의의 전당’이란 이름값도 못하고 초등학생만도 못한 싸움질을 벌여 망신을 당하는 이유는 의사당 터가 흉당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강씨 설명에 따르면 국회의사당은 정문 위치부터 잘못됐다. 중앙에 분수대를 세워 수맥이 뭉친 음기는 어느 정도 누를 수 있었지만 살기만 남은 죽은 땅에 문과 길을 뚫는 바람에 의사당으로 들어가는 좋은 기운이 씨가 말랐다는 것이다.

강씨는 “땅과 기맥은 우리 몸과 혈관에 비유된다”며 “우리 몸에 깨끗한 피를 공급해주는 동맥과 더러운 불순물이 흐르는 정맥이 존재한다면 지금의 국회의사당 정문과 통로는 구정물만 흐르는 정맥과 똑같은 형상이다”고 지적했다.

국회의 심장인 정문과 의사당에 대한 평가는 최악의 흉당. 그렇다면 귀신이 출몰해 직원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의원회관 쪽은 어떨까. 강씨에 따르면 의원회관은 그야말로 ‘귀신이 나올만한’ 건물이다.

강씨는 “의원회관 역시 전체 면적의 80% 이상 기맥 없는 곳에 들어서있다. 특히 분수대 쪽에서 뻗어 나온 좋은 기운을 건물이 가로막고 서 있는 형상이다. 여기에 강한 수맥까지 흐를 경우 귀신이 나오고도 남을 곳이 바로 의원회관 건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회의사당 건물이 상여처럼 생겨 원혼을 부른다는 소문도 풍수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것일까. 기자의 질문에 강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땅의 기운과 터가 운명을 좌우하긴 해도 건물 생김새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강씨는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예로 들었다.

그는 “여의도 순복음교회 터는 기맥이 뭉쳐있어 서울시내에서도 명당 중에 명당으로 손꼽힐 정도다. 그런 순복음교회 건물 역시 돔 모양으로 지어졌다.

중요한 것은 건물 모양이 아니다. 의사당 역시 터만 좋았다면 건물 모양을 가지고 왈가왈부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가 들어선 부지 모두가 흉당은 아니다. 오히려 국회 터에 엄청난 노른자위 명당이 숨어있지만 건물들이 모두 이곳을 피해 잘못 지어졌을 뿐이라는 게 강씨 주장의 핵심이다.

그가 지목한 국회 내 최고의 명당은 의사당 정면에 위치한 분수대의 좌우 100m 지점이다. 때문에 땅의 좋은 기운을 받아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 의사당 건물을 옮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분수대 기준으로 서쪽 방향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씨는 주장했다.


“바로 옆에 여의주 품고도…”

그는 “의사당 신축 당시 땅을 본 지관이 아주 엉터리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정면 분수대를 기준으로 좌우에 엄청난 진혈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좋은 진혈터를 두고 묵히는 것은 마치 코앞에 여의주를 흘려놓고 찾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귀신소동과 터에 얽힌 이야기를 접한 국회 근무자와 출입기자들 반응은 다양하다. 모 기자는 “한 여름 무더위에 오싹한 괴담을 들으니 시원하긴 한데 조금 겁난다”며 몸을 떨었다.

또 다른 보좌관은 “인터넷 관련 기사 댓글에 ‘귀신이 국회의원들이나 잡아갔으면 좋겠다’는 네티즌의 글을 본 적이 있다”며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경고가 괴담에 묻어나는 듯 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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