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전각 낙서로 본 사이비 종교의 실태
해인사 전각 낙서로 본 사이비 종교의 실태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4-12-01 09:38
  • 승인 2014.12.01 09:38
  • 호수 1074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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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 말 한마디면 전 재산 아깝지 않다?

▲ 해인사 전각에서 발견된 낙서
 종말론자 교주들 “세상이 곧 멸망할 것이다”
 1920년대부터 존재…세뇌·폭행·암매장 등 전통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지난 24일 40대 여성 김모씨가 해인사 전각 13곳에 낙서를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앞서 해인사는 주요 전각에서 22개의 낙서를 발견하고 경찰에 “이교도의 기도주문으로 보인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에서 김 씨는 “세상에 복을 내리고 악령을 쫓는 문구”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경납 합천 해인사의 주요 전각 13곳에서 22개의 낙서가 발견됐다. 해인사 측은 곧바로 경찰에 “이교도의 기도주문으로 보인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낙서는 전각 외벽에 검은 사인펜으로 ‘시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 지기금지원위대강’이라는 21자의 한문으로 적혀 있었다.

경찰은 지난 24일 “해인사 사찰에 낙서한 글자와 비슷한 내용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경북 성주군에 위치한 김모(48·여)씨의 집에 출동해 이날 오후 10시 김 씨를 붙잡았다. 또 김 씨의 집 내부 곳곳에서 해인사 전각 벽에 낙서한 문구와 동일한 한문 글귀도 발견했다. 경찰에서 김 씨는 “2004년 종교 단체에서 주문 내용을 알게 됐다. 세상에 복을 내리고 악령을 쫓는 데 효험이 있는 좋은 문구”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낙서는 당초 ‘이교도 교리’를 낙서한 것으로 추정한 것과는 달리 동학의 핵심사상인 ‘삼칠주’의 주문이 것으로 확인됐다. 이 주문은 동학 창시자 최제우가 직접 경험한 종교체험이 표현된 주문으로 도를 닦는 순서와 방법을 나타낸 글귀로 알려졌다.

“악령 쫓는 데 효험”
40대 여성이 주문 적어

김 씨의 경우처럼 황당한 일을 벌이는 종교들은 국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흔한 경우는 바로 “이제 곧 세상이 멸망한다”는 종말론자 교주들의 종교다. 이런 종교들은 신도들에게 재산 헌납을 강요하고 교리를 맹신한 신도들은 의심 없이 멸망하는 날까지만 살 수 있는 돈을 남겨놓고 전 재산을 헌납하기도 한다.

1992년엔 종말론자 이장림 목사가 만든 ‘다미선교회’가 있었다. 이 목사의 저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라>를 줄인 ‘다미’선교회는 1992년 10월 28일 세계가 멸망한다는 주장을 했다. 또 자신의 신도들은 예수의 재림과 함께 하늘로 올라갈 것이라는 이론을 퍼트렸다. 당시 전 재산을 이 목사에게 헌납하는 신도들이 많았다. 퇴직금을 모두 교회에 바치는 사람, 전세금을 교회에 헌납하고 그곳에서 지낸 사람 등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결국 이 목사는 사기혐의로 1년간 징역을 살아야만 했다.

같은 해 모행룡씨는 기도를 하던 중 천존의 계시를 받았다며 ‘천존회’라는 종교를 만들고 “천기 15년이 종료되는 2000년 1월 15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 고갈 등으로 죽게 되지만 대라천궁에 가면 산다”고 주장, 신도들을 모집했다. 모 교주의 논리에 세뇌당한 신도들은 전 재산은 물론이고 대출까지 받아가며 돈을 헌납했다. 사법기관의 조사결과 드러난 신도 수는 천여 명이었으며 피해액 또한 1천500억여 원을 넘어섰다. 결국 모 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성폭행·집단자살부터
노동착취·살인까지…

1980년대 교주 김기순은 경기도 이천시에 4천 평의 땅을 구입해 ‘아가농장’을 짓고 아가동산이라는 종교를 만들었다. 이 종교는 김 교주가 신(神)이며, 3세 아기이기 때문에 김 교주의 모든 행동은 죄가 되지 않는다며 ‘아가야 법’으로 불리는 교리를 펼쳤다. 실제로 김 교주가 자신을 아가야라고 지칭하고 꽃가마를 타고 다니며 하얀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는 등의 모습이 당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문제는 김 교주가 자신의 신도들에게 아가농장에서 공동체 생활을 시키며 강제노동을 시킨 것이다. 김 교주는 신도들에게 밭일을 시켰을 뿐만 아니라 1년에 4번의 휴가(신정, 광복절, 성탄절, 자신의 생일)를 제외하고는 주말에도 일을 시켰다. TV, 신문, 외부출입, 가족면회 등을 금지해 바깥소식과는 단절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폭행 및 살인, 암매장을 당한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암매장된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아 해당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고 횡령, 조세포탈 등의 혐의만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그런가 하면 1990년대에는 교주 조희성이 영생교를 창시하고 신도들에게 자신을 메시아로 부르게 했다. 자신을 믿으면 불로불사 하고 돈을 바치면 10배로 돌려준다는 말로 신도들의 돈을 뜯었다. 뿐만 아니라 ‘근화실업’이라는 회사를 세워 신도 200명을 일하도록 시켰다. 심지어 영생교 안에는 배신자를 살해하는 살인조직까지 있었다. 실제로 영생교에 의해 살해되고 암매장된 신도들의 유골들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조희성은 재판을 받던 2004년 심근경색으로 사망해 죗값을 치르지 않았다.

2003년에는 집단생활을 하던 대순진리성도회가 신도를 숨지게 한 뒤 부활하게 한다며 시체를 보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줬다. 해당 종교단체는 신도를 때려 숨지게 한 뒤 부활수(지하수)로 되살린다며 물을 붓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들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국제크리스천연합(JMS) 총재 정명석씨는 여신도를 성폭행하고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지난 2009년 대법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다시 주목받은 ‘오대양 집단 자살 사건’의 주역인 종교 오대양 역시 시한부 종말론을 숭상한 사이비 종교였다.

“소탕소탕 탕탕”
세계 멸망 막는 주문?

군화도덕교는 종말론을 내세운 사이비 종교로 당초 2011년 세계가 멸망한다고 주장했던 단체다. 이들은 하늘에서 불이 내려오고 산과 바다에서 사악한 기운이 일어나 사람을 죽인다고 주장했다. 엔하위키 미러에 따르면 이들은 ‘소탕소탕 탕탕 탕탕탕(蕩蕩蕩)’이라는 주문을 외우면 종말을 막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시대인 1920년대에도 사이비 종교는 존재했다. 당시 동학에서 파생된 종교 백백교는 ‘백백백의의의적적적감응감감응하시옵숭성(白白白衣衣衣赤赤赤感應感感應하시옵崇誠)’이라는 주문을 외우면 무병장수한다고 가르쳤다. 백백교의 교주 전용해는 예쁜 딸을 가진 부모들을 종교에 입교시킨 뒤 딸을 자신의 시녀로 바치게 해 성폭행했다. 그리고 첩으로 거느리다가 살해했다. 당시 일본경찰은 전용해의 집에서 시체 346구를 발견했다. 그러나 전용해도 몇 달 뒤 인근 솔밭에서 얼굴이 사라진 상태로 발견됐다. 그로 인해 한동안 발견된 시체가 정말 전용해가 맞는지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100년이 다 된 지금도 백백교를 추종하는 집단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밖에 우리나라에만 현재도 70여 개의 사이비 종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시스템교’, ‘기계교’ 등의 이름을 가진 종교들이 수 없이 많다. 최근에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 가족을 살해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들도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의 터무니없는 교리에 세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인 스스로 깨우치지 못하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한번 발을 들여놓게 되면 반복되는 세뇌로 인해 나오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보통 사이비 종교들은 단체 생활을 하며 서로를 감시하는 체제를 가지고 있어 ‘잘못됐다’고 깨달아도 보복이 두려워 발을 빼지 못한다”며 “또 자신이 헌납한 재산이 아까워 사실을 외면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사·건·파·일] “신의 응답 듣는다”며 신도에게 1억 원 가로챈 70대

자신이 ‘하느님의 응답을 듣는 사람’이라는 거짓 소문을 퍼트린 뒤 본인이 대신 기도를 해주겠다며 신도에게 돈을 뜯어낸 70대 노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4단독 정석종 판사는 대신 기도를 해주겠다며 A씨에게 접근해 1억11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기소된 이모(73·여)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 2012년 5월 경기도의 어느 기도원에서 A씨에게 “내가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면 하느님이 응답해 주신다. 몸이 약한 당신의 아들을 위해 기도했으니 헌금을 보내달라. 헌금 액수도 하느님이 정해주셨다”며 570만 원을 송금 받은 혐의다.
이 씨는 같은 방법으로 2013년 4월까지 1년간 모두 6차례에 걸쳐 1억1100만 원의 돈을 뜯어낸 혐의도 받았다.
이에 재판부는 “이 씨는 A씨의 신앙심을 이용해 ‘헌금을 내지 않으면 불행한 일이 발생한다’ ‘헌금을 내야만 불행을 막을 수 있다’는 등의 방법으로 속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가로챈 금액이 고액에다 장기간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지만 나이와 가족관계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