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앞두고 친노 '고육책' 물귀신 작전 지적도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차기 당권을 노리는 문재인 의원의 고심이 깊다. ‘친노 패권주의’를 없애기 위해 발표한 ‘친노해체 선언’ 발언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노니 비노니 계보정치가 당을 망친다는 등 당안팎의 문제 제기에 고육책으로 나온 발언이었지만 선언적 의미가 될 경우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노 일각에서는 원조 친노의 좌장으로 꼽히고 있는 이해찬 의원이 정계은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친노 계파 해체 선언으로는 여론이 싸늘할 것으로 우려해 실질적인 친노 인적 쇄신으로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6선의 이해찬 의원이 정계은퇴를 선언하면서 김한길, 정세균 등 4선 이상 중진급 의원들과 동반 은퇴를 주장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더해지고 있다. 그 진상을 알아봤다.

- 全大 앞두고 고육책     ‘친노 물귀신 작
- 친노, ‘와병설’까지 흘리며 압박 수위 높여

▲ 정대웅 기자photo@ilyoseoul.co.kr
친노 좌장격인 문재인 의원의 당권 도전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가운데 비노 진영과의 신경전이 과열되고 있다. 친노 비노 대결구도는 국민들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주류인 친노로서는 이 프레임이 유리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계파 청산에 대한 비노 진영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문 의원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급기야 문 의원은 11월7일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당내 계파 청산을 위해 “필요하다면 ‘문재인 계파는 없다. 만들지 않겠다’ ‘친노 해체’, 이런 식의 선언이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친노해체 선언 핵심 이해찬 2선후퇴?

이어 문 의원은 “그런 선언이 근원적인 해법이 아니고, 공천 같은 계파주의의 근본 원인을 아예 없애야 한다”면서 “그래도 필요하다면 이런 선언도 할 생각”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당내 친노와 비노 프레임에 대해 “당내의 다양한 생각의 차이를 무시하고 친노, 비노, 친노 강경파라고 말하는 건 일종의 프레임”이라며 “친노 패권주의, 이런 말을 들으면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찌 됐든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심각한 현실”이라며 “그것을 털어내지 못하면 우리 당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문 의원의 이런 발언에도 불구하고 당안팎의 공세는 계속됐다. 전당대회 출마가 예상되는 비노 측 김영환 의원은 11월 18일 “문재인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가 계파 청산”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한 “문 의원은 당과 자신을 위해 전당대회에 나오지 않는 것이 좋다“며 ”출마한다면 전대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간의 계파정치가 그대로 발현될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출했다. 또한 비노 진영에서는 문 의원의 선언적인 계파 청산은 ‘의미없다’며 ‘486운동권 거리두기’ 등 구체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 의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몰렸다. 친노 핵심 지지기반인 486 운동권 출신들을 멀리한다는 것은 곧 당권 도전을 하지 말라는 의미와 같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친노 인사들 사이에서는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고 그 대상으로 이해찬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11월 중순경에는 ‘이해찬 건강이상설’이 갑자가 퍼지면서 정가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본지> 취재 결과 이 의원의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는 해명이지만 그 소문의 진원지가 친노 인사로부터 나왔다는 점에서 각종 억측이 쏟아졌다.

특히 이 의원의 ‘건강이상설’과 함께 내년 2월 전당대회전에 20대 총선에서 불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는 말도 더해졌다. 또한 이 의원은 정계은퇴 선언과 함께 4선 이상 동료 국회의원들의 동반 정계은퇴를 주장할 것이라는 말까지 그럴 듯하게 나돌았다. 사실상 문 의원이 당권·대권을 도전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경쟁 인사들과 함께 백의종군을 할 것이라는 말까지 돌면서 비노 진영 인사들까지 긴장케 만들고 있다.

현재 새정치연합 의원 중 4선 이상 의원으로는 6선인 이 의원을 포함해 총 14명이 있다. 김성곤 (4선 전남 여수시갑), 김영환(4선, 경기 안산시상록구을), 김한길(4선, 서울 광진구갑), 박병석(4선, 대전 서구갑), 신계륜(4선 서울 성북구을), 신기남(4선 강서갑), 원혜영(4선, 경기 부천시오정구), 이종걸(4선, 경기 안양시만안구), 추미애(4선, 서울 광진구을), 문희상(5선, 경기 의정부시갑), 이미경(5선,  서울 은평구갑), 이석현(5선, 경기 안양시동안구갑), 정세균(5선, 서울 종로구) 의원 등이 있다.

4선이상 14명 중진급 정계은퇴 압박

야권 일각에는 ‘이해찬 정계은퇴’ 주장이 사실 새로울 게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 대선때에도 친노 비노 간 경쟁을 벌일 당시 ‘전략가’로 알려진 이 의원에 대한 견제는 수없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김한길 당 대표가 선출되던 전당대회 때에는 안민석 의원이 이해찬 정계은퇴를 주장해 파란을 일으켰다. 안 의원은 2013년 4월 세종시 대의원 연설할 당시 “슈퍼맨도 하기 어려운 계파해체를 이해찬 전 대표는 할 수 있다”며 “민주당의 상황에 대해 결자해지 심정으로 계파해체를 위해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안 의원은 “개혁을 하려면 희생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전 대표가 나서면 만악의 근원인 계파정치를 없애고 민주당이 화합하고 단결할 수 있다”며 “친노해체를 선언하시고 정세균, 손학규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역량있는 지도자들과 함께 당을 위해 봉사해 달라”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젊은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달라”고 사실상 정계은퇴를 주장했었다.

하지만 당시 ‘이해찬 정계은퇴’ 주장과 현재 주장의 큰 차이는 적군이 아닌 아군 친노 진영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한 마디로 문 의원이 당권을 거머쥐기 위해 이 의원이 ‘백의종군’하고 이왕 정계은퇴할 거면 논개처럼 비노 진영의 거물급 인사들과 함께 정치 2선으로 후퇴하라는 무언의 압박인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해찬 의원 측에서는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의 핵심 측근인 H씨는 11월 27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건강이상설은 사실이 아니다”며 “정계은퇴선언할 것이라는 말도 금시초문”이라고 일축했다. 그 이유로 이 인사는 “세종시를 새로 디자인하고 있고 또한 우리당 출신 세종시장이 당선된 마당에 예산확보나 지역현안등이 산적해 정계은퇴를 선언할 시점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이 인사는 “세종시 민심이 이 총리가 한번 더 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혹여 정계은퇴를 선언한다고 해도 총선 직전이지 지금은 아니다”고 못을 받았다.

“정계은퇴? 총선 때라면 몰라도…”

한편 친노 진영에서 이런 말들이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 이 인사는 “중진의원들에 대한 정계은퇴 요구는 친노뿐만 아니라 당안팎에서 늘 있었던 상황”이라며 “이 총리가 지역 현안 외에 나머지 정치현안에 대해 일절 관여를 안 하고 있다는 점만 알아달라”고 말했다. 결국 이 의원의 정계은퇴 요구는 친노 비노를 떠나 당내 일정한 기류가 형성돼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전당대회가 가까워질수록 비노 뿐만 아니라 아군인 친노 진영까지 가세해 이 의원의 정계 은퇴 압박 수위는 더욱 더 가중될 전망이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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