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인터뷰 일본인 보물사냥꾼 고바야시
독점 인터뷰 일본인 보물사냥꾼 고바야시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8-09-26 15:58
  • 승인 2008.09.26 15:58
  • 호수 752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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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인이 보물탐사자금 줬다”
제14방면군 사령관 야마시타 도모유키 장군. 1945년 9월 2일 일본이 항복한 바로 그날. 그의 참모장교들을 데리고 루손 섬의 산에서 나와 항복하는 장면. (좌) 사요나라 사이트에 대한 원본 골든릴리 붉은색 시리즈 보물지도. 이 지도는 1945년 다케다 왕자가 벤 발모레즈에게 맡긴 175장의 지도 세트 중에서 나온 것이다. 나중에 로버트 커티스가 이 지도를 역설계했으며, 이 덕택에 레버 그룹은 마르코스를 위해 보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최근 미국 증시에 최악의 위기가 닥치면서 국내 경제 위기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도박에 빠지거나 복권에 심취하는 등 ‘한방’을 노리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사실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경기침체가 심화되기 시작한 수년전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일종의 풍속도다. 아울러 보물탐사에 뛰어드는 사람도 늘고 있다. 보물은 찾는데 성공하기만 하면 가장 큰 ‘한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물탐사는 전문성을 요할 뿐 아니라 숨겨진 위치에 대한 소스가 필요해 대부분 전문가가 탐사에 나서고 투자자들이 탐사비용을 지원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접 보물탐사작업에 나서는 보통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 부모, 지인 등으로부터 소스를 얻었거나 다른 보물탐사전문가들로부터 우연히 보물에 대한 정보를 취한 일반인들이다.

보물탐사전문가들은 대중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보물탐사 특성상 타인의 주목을 끌면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대중에 알려지면 보물을 찾은 후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따른다. 보물을 노리는 제2, 제3의 세력이나 권력에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이런 이유로 일반인들은 보물탐사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또 이 전문가들이 구체적으로 어디서 무슨 활동을 하는지도 알 수 없다. 그래서 보물탐사작업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거나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은 그게 아니다. 보물탐사작업은 수많은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이는 그만큼 숨겨진 보물이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보물 찾아 삼만리 증가추세

보물을 찾는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과거엔 특수영역에 속했지만 이젠 서서히 대중화 추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예전엔 장비가 부실했지만 이젠 첨단장비의 동원이 가능해 발굴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인터넷의 발달로 보물에 대한 각국의 정보를 모을 수 있다는 점이 보물찾기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보물을 찾으려는 이들은 국내보다는 주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은 역사·지리적 으로 보물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적어서다. 또 보물이 있다 해도 관련 규제법이 까다로워 발굴허가 절차를 밟는 게 쉽지 않다. 설사 발굴에 성공한다 해도 일제시대 이후 대부분 도굴되거나 사라져 남아있는 것은 그 값어치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이에 보물에 관심을 두는 이들은 대부분 동남아나 유럽 또는 남미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역사적으로 값진 유물이나 보물을 실은 배들이 많이 드나든 곳을 주목한다. 보물에 관심 있는 이들은 90%이상이 외국인 전문가들과 손잡고 탐사작업을 벌인다. 국내에는 보물찾기 노하우가 축적돼 있기 않은 까닭이다. 그 중 일본인 전문가들과 손잡고 작업에 착수하는 이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탐사장비가 세계적으로 발달됐을 뿐 아니라 오래전부터 보물탐사를 해왔기 때문에 탐사에 대한 노하우가 쌓여있다. 그 수준은 세계 최고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일본은 몽고의 정복자 징기즈칸의 무덤을 찾는 작업에도 참여해 그 기술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일요서울>은 수소문 끝에 지난 17일 아시아 일대를 누비며 보물을 찾아다니는 한 일본인을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을 ‘고바야시’라고만 소개한 이 일본인은 신분증이나 명함 등 자신을 정식으로 소개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고바야시는 한국인 파트너와 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했다. 그가 현재 탐사작업을 벌이고 있는 곳은 필리핀 일대다. 그는 자신이 찾고 있는 보물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는 것은 피했다. 그러면서도 ‘야마시다 골드’는 아니라며 지레짐작을 경계했다.

고바야시는 “나의 아버지도 보물탐사전문가였다. 아버지는 주로 일본 내 보물을 찾는데 주력하다 말년에 필리핀 보물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며 “그리고 필리핀으로 아예 거주지를 옮겼다. 그곳에서 보물 일부를 찾는데 성공했고 편안히 필리핀에서 생을 마쳤다”고 말했다.


수상한 국내 보물탐사

또 그는 “아버지는 생전에 한국과 중국에 묻힌 보물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여건이 좋지 않아 포기했다”며 “한국과 중국은 지금도 보물을 발굴하기에는 매우 나쁜 조건이다. 내가 알기로 한국에서 보물탐사작업을 하려면 권력자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는 발굴해도 보람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바야시는 서울고법에서 지난 12일 징역 2년3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용호 게이트'의 주인공 이용호씨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고바야시는 “이용호씨의 보물탐사사업은 나름대로 전망이 있어보였다. 소식을 듣고 나도 내심 주목했던 게 사실이다”며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정치적인 문제에 얽혀들지 않았다면 당시 보물탐사작업은 작은 성과라도 거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2001년부터 전남 진도군 죽도 앞바다에 보물이 있다는 소스를 얻어 발굴을 시작했으나 결국 보물을 찾지 못했다. 죽도 보물 발굴은 일제 쇠말뚝 뽑기 운동을 펼쳤던 소모(58)씨가 1995년 죽도 인근 바다 밑에 일제가 박은 쇠말뚝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탐사에 나섰다가 보물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시작됐다.

일제의 2차 대전 패색이 짙어지자 하야시라는 일본인이 동남아 지역에서 약탈한 귀금속을 길이 120㎝ 굵기 20㎝의 포탄 탄피 25개에 채워 넣은 뒤 죽도 바다 밑 천연동굴에 숨긴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확인되지 않았다.

고바야시의 말대로 국내 보물탐사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다분하다. 보물탐사작업 뒤엔 수상한 배후가 존재하고 있다는 소문도 떠돈다. 대표적인 예가 적기만(지금의 부산 감만동과 우암동 일원) 보물탐사 작업 중단 사건이다.

80년대 초반 정찬영씨는 각고의 노력 끝에 보물이 매장된 장소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보물을 눈앞에 두고 그는 발굴 작업을 중단해야 했다. 함께 발굴 작업을 벌이던 군 당국이 군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작업 중단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냈던 그 자리는 다시 메워졌다. 발굴허가를 내준 군이 왜 돌연 허가를 취소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정씨는 이후 화병을 얻어 행방을 감췄다.

당시 이 보물이 정치권의 권력자에게 넘어갔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도는가 하면 군 당국이 독식했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부산 남구 문현동 1219 지하 16m 지점에서 발견된 인공동굴 변조의혹도 풀리지 않고 있다. 최초 발견자 정충제씨는 백준흠, 김성태, 채상훈씨 등이 막대한 보물을 몰래 빼돌리기 위해 그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백씨를 비롯한 3명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이들 3명 외에 동굴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2003년 2월13일 YTN에서 굴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문가들도 이 굴이 변조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 이후에는 굴에서 반출된 것으로 보이는 금덩이를 본 목격자들도 나타났다. 이 의혹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채 허공에 떠있는 상태다.


#고바야시와의 일문일답

-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무엇인가.
▲ 한국인 파트너와 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보물을 찾기 위해 온 건 아니다.

- 보물탐사에 참여하거나 투자한 한국인은 어떤 이들인가.
▲ 구체적으론 말할 수 없다. 평범한 사업가도 있고 정치인도 있다.

- 어느 지역의 보물을 찾고 있나.
▲ 지금은 필리핀 쪽 보물을 찾고 있다. 필리핀 보물하면 야마시타 골드를 떠올리는데 그건 아니다. 그 외 다른 보물이다. 주변 다른 지역의 보물도 찾고 있는 중이다. 필리핀 보물탐사는 매우 매력적이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도 보물을 찾아 막대한 비자금을 챙겼다고 들었다. 북한의 김정일도 필리핀 보물찾기에 관여돼 있는 것으로 안다. 아마 그도 보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이다.

- 돈스코이호에 대한 발굴은 계획에 없나
▲ 돈스코이호는 확실성에 비해 탐사작업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다들 망설이고 있고 나 역시 그렇다. 만약 돈스코이호에 대해 전해오는 얘기가 맞다면 작업비용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틀릴 경우 파산을 각오해야 한다.

- 부산 지역 (감만동, 우암동, 문현동 일대) 보물에 대해 알고 있나.
▲ 알고 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내용이다. 그 보물은 아마도 실제 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관련된 일본의 군사기록이나 문헌을 살펴볼 때 보물이 있는 것으로 확신할만하다. 아마 그 보물들은 수천억 원의 값어치 이상일 것이다. 그 보물은 아마 권력자에게 넘어갔을 것이다. 그런 소문들도 많았지만 나는 그것을 뒷받침할 일련의 구체적인 정황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그것에 대해 언급하는 건 피하겠다.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