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반대파 끌어안기 광폭행보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여당과 정부를 이끌어 가는 투톱이다. 다만 ‘원조 친박’이었던 두 사람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현재 거리감은 다르다.

김 대표는 한때 친박계 좌장이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비박계의 리드로 꼽힌다. 반면, 최 부총리는 지금 친박계의 기대주로 부상해 있다. 김 대표는 PK(부산·경남), 최 부총리는 TK(대구·경북)의 정치 리더이기도 하다.
두 사람 사이에 갈등도 있었다. 지난 7·14 전당대회 때 최 부총리는 다른 친박계를 이끌고 서청원 최고위원을 적극 지원했지만 김 대표에게 졌다. 김 대표 취임 이후엔 사내유보금 과세 같은 경제 현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앞서 지난 해 5월 15일 치른 원내대표 경선 때도 두 사람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당시 여당의 뉴리더로 떠오르고 있던 김무성 의원에게 경선에 출마한 최경환 의원(현 부총리)과 이주영 의원(현 해양수산부 장관)이 경쟁적으로 ‘SOS’를 보내며 지원을 호소했다. ‘김심(金心·김무성의 의중)’ 논란까지 일어났지만 김 대표가 최 부총리를 적극 지원했다는 정황은 없다.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관계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화해의 손길은 김 대표가 먼저 내밀었다.

새해 예산안이 2002년 이후 12년 만에 국회에서 법정 처리시한 안에 처리된 지난 2일 밤. 김 대표는 본회의 산회 직후 원내지도부와 국회 예결위 소속 의원들을 격려하는 저녁 자리를 마련했다. 음식점으로 가기 전 김 대표는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에게 “최 부총리께서 아직 국회에 계시면 모시라”고 지시했다. 김 의원의 연락을 받은 최 부총리는 “다른 저녁 약속이 있지만 잠시 들렀다 가겠다”며 흔쾌히 응했다.

김 대표의 ‘반대파 끌어안기’ 행보는 최 부총리가 처음이 아니다. 역시 원조 친박인 유승민 의원도 ‘포섭 대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05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일 때 김 대표는 사무총장, 유 의원은 대표 비서실장으로서 호흡을 맞췄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시절엔 ‘박근혜 캠프’에서 김 대표는 조직총괄본부장, 유 의원은 정책과 메시지 총괄본부장이었다.

두 사람에겐 공통분모가 있었다. 친박은 친박이되 무조건적인 복종형 친박이 아니란 점이었다. 김 대표는 계파 수장인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주종(主從)이 아니라 동지(同志)”라고 말하곤 했다. 유 의원은 할 말은 하는 ‘친박계의 미스터 쓴소리’로 불렸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두 사람의 행보는 다소 엇갈렸다. 박 대통령과 가까웠다 멀어지기를 거듭하던 김 대표는 독자계보를 구축하며 유력한 ‘포스트 박근혜’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반면, 유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장을 역임한 것 외엔 별다른 직책을 맡지 않았다.

불가근불가원 거리에 있던 두 사람은 7·14 전당대회에서 충돌했다. 대구 정치권의 리더인 유 의원은 동료 의원들을 규합해 친박 원로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지지했다. 친박에 우호적인 TK 정서를 감안한 데다, 남부권 신공항 문제를 놓고 대구와 부산 정치권이 극심한 갈등을 빚던 시점이었던 까닭에 김 대표를 지지할 처지가 아니었다.

김 대표는 정권 출범 후에도 쓴소리를 자주하는 유 의원을 마뜩치 않게 생각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대표는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정권을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면 안된다. 국민은 우리를 다 같은 식구라고 보는데 다툼이 있는 것처럼 비쳐선 곤란하지 않나”라고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는 유 의원이 먼저 마음을 열면서 풀었다. 당직 인선이 모두 끝난 뒤 유 의원이 김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식사 제의를 했고, 그 달 30일 김 대표가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두 사람이 만났다. 둘은 곰탕 점심을 먹으며 환담을 나눴다.

이후 11월 11일에는 김 대표가 측근 의원들을 대동하고 출입기자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 유 의원이 동석하기도 했다.

김 대표에겐 유 의원이, 유 의원에겐 김 대표가 절대 필요한 존재다.

결국 김 대표 입장에서 보면, 이런 과정들은 ‘김문수 대체재’를 찾으려는 노력으로도 비친다. 김 대표는 당내 다수파인 친박계에 대항하기 위해 보수혁신위원장으로 끌어들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독자적 대권행보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김 전 지사를 대신해 아직은 대권 꿈이 옅은 실력자들과 우호관계를 형성해 두려는 시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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