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가 불법이지만…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최근 성매매 함정수사를 하는 경찰의 단속을 피하려다 모텔 건물에서 추락사한 여성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당시 티켓 다방에 근무하던 여성은 손님을 가장한 경찰의 요구에 응해 성매매를 하려고 했다. 물론 남성은 비용까지 지불한 상태였다. 하지만 간단한 샤워를 하고 있는 도중 경찰들이 몰려왔고 여성은 이를 피하려다 결국은 목숨마저 잃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는 7세 딸을 지극히 사랑하던 생계형 성매매였다. 경찰의 수사가 과연 합당한 것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생계형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는 있지만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생계형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이번 추락사를 바라본 많은 성매매 여성들은 ‘나도 언제 함정수사에 걸릴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이 손님으로 가장해 모텔에 투숙하고 커피를 배달시키고 성매매를 제안하면 도대체 누가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겠냐는 것이다. 사전에 남성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은 0%에 가깝기 때문에 백이면 백 전부다 성매매에 걸려들 수밖에 없다는 것.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도 성매매가 불법이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그런데 함정 수사 식으로 단속을 하게 되면 걸리지 않을 사람이 없다. 그것은 우리보고 굶어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거기다가 설사 단속에 걸려서 벌금과 같은 처벌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결코 성매매를 그만둘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아무런 기반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갑자기 하루아침에 직업을 버리고 다른 일을 찾아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 법과 경찰은 우리에게 불가능한 일을 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성매매 여성들도 비록 불법을 행하고는 있지만 자식을 키우는 엄마들이고, 또 집안에서는 딸이기도 하다. 성매매라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여성들의 삶 자체를 망가뜨릴 수는 없다고 본다.”

어떤 이는 ‘생계형 성매매’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표하기도 한다. 모든 성매매는 생계형인데, 그렇지 않은 ‘쾌락형 성매매’도 있냐는 말이다. 또 다른 성매매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성매매가 즐거워서 (이 일을)하는 여성들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이 있는 여성들은 모두 성매매를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그저 몸뚱이 하나로 성을 판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것을 선택하기 까지는 수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고 그런 점에서 모든 성매매는 생계형 성매매이다. 우선 이러한 말 자체를 바꿔야만 한다.”

즉 성매매 여성들은 우리 사회가 자신들을 정당한 ‘생활인’으로 봐 달라는 주문이다. 모두가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것이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자유 자체를 누리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좋은 가정환경에서 자라지 못하고 가진 것도 없고 주변에 도와줄 사람들도 없다면 오로지 먹고 살고 자식을 키우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이혼하고 특별한 기술이 없는 여성의 선택은 극도로 제한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 취재진은 최근 성매매를 시작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성매매 여성들이 가진 삶의 궤적을 살필 수 있었다. 취재진이 만난 김모(28·여)씨는 중고등학교 시절은 그럭저럭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집안 형편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학교를 다니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대학이었다. 도저히 대학등록금을 낼 수 없는 형편이었기에 대학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졸업 후 2~3년 정도 사회생활을 하다가 이혼을 했다고 한다. 남성은 아이의 양육권을 포기했으니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직업이었다. 대학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와 함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없었고 식당이나 알바를 전전하면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결국 이러한 극심한 생활고가 그녀를 성매매 업계로 이끌었다고 한다. 물론 처음에는 마음의 죄책감은 있었지만 최소한 일이 없어서 집에서 놀거나 생계 걱정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그나마 돈을 아껴 쓰고 하면 생활은 가능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성매매를 하지 않으면 당장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다보니 모정의 입장에서는 성매매를 기꺼이 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성매매 여성 이전에 사회적 약자

사실 현재 성매매를 하고 있는 상당수의 여성들이 이와 비슷한 삶의 행로를 거쳐 오고 있다. 이혼과 자녀, 그리고 특별한 기술이 없고 누군가 따뜻하게 받아들여주지도 않는 상황에서 성매매라는 삶의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이러한 과정에서 과거의 남편이 주는 치명타는 그녀들을 더욱 절박하게 내모는 것이 사실이다. 또 다른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대부분의 성매매 여성들의 인생에서는 ‘전 남편’의 역할이 진짜 큰 것 같다. 그녀들도 한때는 행복한 가정을 꿈꿨지만 외도, 도박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가정생활이 깨지고 일방적으로 생계의 현장에 내몰리게 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직장생활에서 나만의 경력을 쌓아오지 못한 것이 결정타였다.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기껏해야 식당 청소나 서빙을 하는데 그것이 안정적이지도 못할뿐더러 돈도 그리 많이 벌지 못하는 직업이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통해서 삶을 꾸려나갈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성매매라는 불법을 행하는 이유를 ‘사회의 탓’으로 돌리기는 힘든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의 사연에서는 한결같이 이 사회의 구조적인 면을 빼기는 힘든 것도 사실이다. 애초에 그녀들은 ‘불법 성매매 여성’이기 이전에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녀들은 여성이고 때로는 미혼모고 또 때로는 불법을 행하는 여성들이기에 더욱 이 사회의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이를 ‘자본주의의 악순환’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약자일수록 이 사회에서 더욱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약자들은 경제적으로도 힘들기 때문에 불법에 유혹될 가능성도 높고 그렇기에 더욱 보호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게 정반대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있는 강자일수록 더욱 보호받고 약자들은 무시당하고 천대를 당한다. 이건 한마디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사람들이 바로 성매매 여성들이다. 여성이 자신의 성을 파는 것보다 더 비참함을 느끼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이제는 우리 사회의 법도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넘어서 그들을 보호하려는 시각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성매매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쉽지 않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의식의 전환이 있지 않고는 ‘모텔 추락사’의 주인공과 같은 사람은 얼마든지 다시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러한 사건은 그저 드러난 한 가지 사례일 뿐, 앞으로도 더 많은 여성들이 성매매로, 불법의 한계로 내몰리면서 또 어떤 사건이 어떻게 생겨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정부 당국도 성매매에 대한 단속과 함께 성매매 여성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도 결국에는 성매매를 뿌리 뽑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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