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FA(자유계약선수)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로 논란이 됐던 FA 시장이 4명의 선수가 미아로 남으며 사실상 문을 닫았다. 3차 협상에 돌입한 선수들은 이변이 없는 한 원 소속팀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올해 FA 시장은 2차 협상까지 모두 611억1000만 원 규모의 시장으로 확대됐다. 과열논란에 휩싸이면서 FA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FA 결과를 짚어본다.

FA 시장 2차 협상기간은 지난 3일로 마감됐다. 총 19명의 FA 공시 선수 가운데 15명이 계약을 끝마쳤고 이성열, 나주환, 이재영, 차일목 등 4명은 아직 갈 곳을 찾지 못했다.

1차 협상에서는 원 소속구단에 남은 최정(4년 86억 원)을 비롯해 8명이 잔류를 결정했다. 이후 2차 협상에서는 이번 FA 시장의 최대어로 평가받는 장원준(4년 84억 원)이 두산 베어스 유니폼으로 갈아입는 등 7명이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면서 사실상 FA 시장은 마무리됐다.

이처럼 올해 첫 80억 원대 계약이 속출하면서 몸값 올리기에 불씨를 당긴 가운데 예년과 다른 시장 트렌드가 등장해 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우선 몇몇 선수들이 원 소속구단보다 떨어지는 조건에 이적을 결정하면서 돈 이상의 가치에 시선이 집중됐다. 이번 FA 시장의 최대어 중의 하나였던 장원준은 100억 원 대라는 몸값이 흘러나왔지만 원 소속구단이 제시한 88억 원보다 낮은 84억 원에 두산과 계약했다.

송은범은 총액 40억 원을 KIA 타이거즈로부터 제시받았지만 4년 34억 원에 한화 이글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배영수 역시 3년 총액 21억5000만 원으로 한화에 입단을 결정했지만 이는 삼성 라이온즈의 제시조건보다 확실히 나은 조건은 아니었다.

이들은 돈이 아닌 미래를 위해 동기의식이 큰 팀을 찾아 결정을 했다는 게 야구계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놓친 구단들이 속출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삼성은 윤성환, 안지만 등을 잡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삼성팬들이 ‘동고동락’이라는 신문 광고까지 내며 유턴을 바랐던 배영수가 한화로 이적하면서 편치 않은 겨울을 보내게 됐다. 롯데도 장원준을 놓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또 선수수요가 공급을 따르지 못하면서 FA 혜택이 상위 그룹 선수들에게만 국한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점도 부각됐다.

이에 대해 FA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끝도 없는 FA금액에 대해 탄력적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물론 연봉계약에 인위적 규제를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 선수들과 팬들 사이의 심적 괴리감도 지적되고 있고 FA제도의 문턱이 너무 높아 수혜층이 좁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한국프로야구 FA제도는 미국과 일본의 FA제도를 상당수 참고했지만 구단 측 이익을 감안해 취득 연한이 길다. 미국 보다 3년이 길고 일본보다 1년이 길다. 여기에 우리나라 선수들은 2년간 병역을 이행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현행 9년은 너무 길다는 의견이 나온다.

더욱이 긴 취득 연한 때문에 FA가 선수들에게 단 한 번 밖에 없는 기회로 작용하면서 더 많은 액수를 기대하고 요구해 폭등이라는 결과를 만드는 데 한몫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김광현 선수와 양현종 선수의 미국 구단들의 포스팅 액수를 고려하면 몸값이 부풀려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프로야구선수협회는 FA가 과열됐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서재응 선수협 회장은 지난 2일 선수협 정기총회 후 기자회견에서 “FA 금액을 볼 때 80~90억 원이라고 하지만 1년에 이 돈을 모두 쏟아붓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4년 계약으로 4년 동안 이걸 나눠서 주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FA 기한이 다른 나라에 비해 길다. FA 규정을 한국야구위원회(KBO) 단장 회의에서 조금만 바꾼다면 과열 문제는 제기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국장도 “FA 거품, 과열 등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구단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 우선 협상, 보상 선수, FA 취득 기간 등을 불공정하게 만들면서 선수들의 공급을 막아서 빚어진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화의 사령탑을 맞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선수 입장에서 볼 때는 많이 받는 게 좋다”면서도 “그러나 구단 자체가 운영을 어떻게 할까 걱정스럽다. 우리 선수들의 몸값에 대해 일본 사람들도 놀랄 정도다.

우리 스스로가 목을 조이고 있지 않나 싶다. 심각한 문제인 것 같다”고 시각차를 드러냈다. 결국 선수들과
구단 간의 개선된 FA 제도를 도출하기까지는 상당시간 진통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다음 시즌 역시 최고액 돌파를 손 놓고 지켜봐야 한다. 

todida@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