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우리은행이 2300억 원 상당의 국민 혈세가 자칫 중국 손아귀에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우리 은행은 2007년 대선 직후인 12월20일 3,800억 원 상당의 돈을 들여 7000억 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북경 소재 화푸센터 지분을 사들였다. 하지만 연이은 적자로 인해 민영화 추진마저 무산되고 부실 우려가 커지자 매각에 나섰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매각이 무산되고 투자한 회사의 대표인 조선족 김모씨와 소송에서 패하면서 거액의 돈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 게다가 중국 국영 기업마저 화푸 센터에 대해 눈독을 들이고 있어 최악의 경우 대한민국 국민이 낸 거액의 돈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2000억 원대 국부유출 위기’ 그 첫 번째로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다.[편집자주]

- 화푸 센터 지분 투자 우리은행 2천억 회수 막막
- 3800억 원 중 1500억 ‘실종’ 2300억 원 중국 손에?


<화푸빌딩 전경>
대한민국 정부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이 사기꾼들의 행각에 놀아나 3800억원 상당의 거액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발단은 2007년 12월20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우리은행은 3800억 원 상당의 돈을 이정배·민봉진 대표가 있는 백익인베스트먼트에 대출을 해주면서 시작됐다. 화푸센터 개발자금에 들어간 이 돈은 홍콩법인 뉴파이인베스트먼트와 바베이도스 법인인 마운틴 브리즈를 거쳐 화푸센터 실소유주인 중천굉업(대표 민봉진의 처 김호영)으로 흘러들어갔다.

파이시티 불법 인허가 사건 주범 ‘재등장’

화푸센터는 중국 베이징시 동성구에 소재한 12만5104㎡ 규모의 건물로 지상 25층의 오피스빌딩 2개동과 지상 9층의 포디엄 형식의 건물 등 모두 3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준공검사가 나지 않았지만 현재 임대사업이 진행 중이고 화푸센터 가치는 7000억 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1500억 원 상당의 돈을 사라지고 2300억 원 상당의 지분만 우리은행이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서 우리은행에 대한 본격적인 민영화 작업이 시작되고 부실채권 우려가 커지면서 우리은행은 손실의 일부라도 회수하기 위해 2013년 6월에 북경 화푸빌딩 매각 계획을 세웠다.당초 매각 공고에는 ▲ 2013년 8월20일 입찰 등록 ▲ 8월23일~28일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및 매매계약서 협의 ▲ 8월29일 매매계약 체결 ▲ 9월26일 매매대금, 잔금 수령 및 거래 종결 예정이었다.

하지만 1차 입찰 업체 선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우리은행은 이후 2013년 12월 19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ISGI 회사’를 선정했고 2014년 1월 15일 매도금액의 10%의 계약금을 수령할 예정이며 같은 해 2월28일까지 매각 업무를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1차 선정업체인 ISGI(최종 매수 회사 ‘수도창업집단’) 매각 당시 우리은행은 매각대금을 MRP 추정 2300억 원으로 내다봤고 계약금은 230억 원이 입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우리은행 측은 계약금을 2월26일 전액 수령을 완료했다고 밝혔고 매각 업무를 4월15일에서 6월15일, 다시 9월20일로 연기했다. 또한 <일요서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우선협상 대상자가 ISGI에서 2014년 현재까지 수시로 바뀌면서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ISGI’에서 2013년 12월에는 LSDI(중간 매매사 최종 매수자 ‘중양’), 2014년 1월 ‘City Pacific’ 홍콩 투자회사 2월 ‘정신집단’, 5월 ‘중익과기유한회사’ 6월 ‘중은국제’(중국은행 계열사), 8월 ‘공상아주’(홍콩투자회사), 9월부터 현재까지는 ‘동화은행’으로 채권매각 업체가 바뀐 것으로 적시돼 있다.

무엇보다 대표이사 권한 및 소유권을 두고 중천굉업 김홍영 대표 및 이정배 대표와 소송중인 우리은행은 ‘중익과기유한회사’(이정배 추진한 회사)와 ‘공상아주’(김홍영이 내세운 회사)는 소송 당사자와 밀접한 회사로 알려지면서 우리은행 측이 ‘No’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현재 우리은행이 매각 진행 업체로 선정한 ‘동화은행’ 역시 김홍영 대표와 중천굉업의 주거래은행으로 알려지면서 ‘공상은행’으로 다시 바뀌었다는 소식마저 나오고 있다. 급기야 최근 물러난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은 지난 10월16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참석해 “연내 매각이 어렵다”고 실토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이 화푸센터와 관련해 3800억 원을 사기 당하고, 사기범은 1000억 원대의 임대 수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정부가 지분을 소유한 우리은행이 큰 돈을 날리고 화푸센터 소유권도 인정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임대료’ 조선족 챙기고 투자금은 날릴 판

<시내버스주차장 동측도로에서 본 화푸빌딩>
또한 김 의원은 ”우리은행은 화푸센터를 매각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중국 법원으로부터 법적인 권리를 부정당해 패소했다”며 “더욱이 10월20일 김 씨가 법원으로부터 등기권리증을 신청할 예정인데 막을 방법이 없는 게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어 김 의원은 “그런데 우리은행은 변호사 비용으로 김앤장에 200억 원이나 지불한 것으로 안다. 지금 우리은행을 보면 투자금은 모두 날리고, 변호사 비용만 지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지난 3년 동안 손실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백방으로 노력해왔다”고 답변했다. 또한 “그동안 많은 진전이 있었다. 계약이 체결돼서 계약금이 들어왔고, 부동산 인수까지 상당한 절차가 있어 지체되고 있는 것”이라며 “김앤장에 지불한 돈은 200억 원이 안 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또한 소유권 이전 소송에서 패한 것과 관련해 “김 씨가 등기를 받지 못하도록 가처분 소송 등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혔다.

특히 김 의원은 “민영화를 추진 중인데 연내에 화푸센터 투자문제를 회장직을 걸고 마무리지을 수 있겠느냐”고 질의하자 이 회장은 “시기상 연내까지 마무리하기에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 의원실에서는 2013년 연말부터 ‘200억 원 이상 계약금이 들어왔다’는 보고 역시 모두 허위보고가 아니었느냐는 의혹어린 시선을 받는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김앤장을 법률 대리인으로 세워 사실상 화푸빌딩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김홍영 대표와 대표 이사 변경 소송을 진행해 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경인민법원은 2013년 11월11일 “바베이도스 동사변경 인정에 대한 재판청구”에서 인정할 수 없다는 패소 판결을 받고 항소하였으나 다시 패소하였으며 항소심에서는 중천굉업 뿐만 아니라 중국 백익인베스트먼트까지도 우리은행의 소유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 판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이은 소송 패소로 김 대표는 화푸센터에 대한 ‘등기권리증’을 신청해 놓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중천굉업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 대표가 임차인과 장기적인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수년 전부터 매월 30~50억 원씩 3년간 1000억 원 이상 되는 임대료를 그동안 편취해 왔다고 김 의원실이 주장한 배경이다. 한편 ‘화푸빌딩 채권 매각’ 소송 40여 건 중에서 ‘중천굉업의 동사(대표이사 변경 소송에서 우리은행측이 승소했지만 업무미숙으로 등기변경을 하지 못해 아직까지 중천굉업의 대표이사는 김홍영씨가 맡고 있는 셈이다.

만약 조선족 김 대표가 화푸빌딩의 등기권리증이 발급되어 나오면 김씨는 화푸빌딩의 매매나 임대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어 우리은행은 더 이상 화푸빌딩에 대한 소유권 주장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화푸빌당 관련 제보자 S씨는 “정부지분을 갖고 있는 우리은행의 생돈 2000억 원이 김씨에게 넘아갈 공산도 높지만 중국 당국은 생각이 다르다”면서 “중국 당국은 자국에 있는 건물을 김씨가 갖고 가기보다는 김씨를 이런저런 이유로 압박해 건물 지분을 빼앗을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화푸센터 ‘중국’ 접수시도 국회 SOS

이어 이 인사는 “이럴 경우 우리은행이 투자한 수천억 원의 돈은 고스란히 중국으로 넘어가는 국부유출 사태가 벌어질 공산이 높고 우리은행과 김씨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출했다. 우리은행은 이미 화푸센터에 투자한 3800억 원에 대해 부실채권으로 간주해 회계처리를 ‘0원’으로 만들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우리은행 측 J 본부장은 11월 중순 김 의원실을 찾아 “김홍영 등기권리증 문제도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중국 정부가 접수하는 문제도 막아야 한다”며 “이 두 가지 문제는 정법위원회를 통해 해결이 가능한데 의원 차원에서 힘 좀 써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mariocp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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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시티 인허가 사건 핵심 이정배 대표는

중국 북경에 있는 화푸센터는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와 동업자 민모씨가 (주)백인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뒤 3,800억 원의 PF대출을 받아 지분을 인수한 건물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지급보증을 서 3,800억 원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미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옛 화물터미널 부지에 총사업비 3조4천억 원을 들여 복합유통센터를 지으려던 사업에 시행사인 (주)파이시티의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사업 인허가 로비를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돈을 건네 3명 모두 실형에 처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당시 검찰이 파악한 로비자금의 금액은 총 21억 5000만 원으로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에게 넘어갔지만 이 전 대표는 60억 원 상당의 돈을 건넸다고 검찰에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이 전 대표는 2004년 양재동 파이시티 PF대출자금 1350억 원을 우리은행 내부 직원의 도움을 받아 대출받은 전력이 있고 2006년에는 서울비즈니스 센터 PF 대출자금 2700억 원 역시 내부 직원으로 대출을 받고 그 댓가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2008년에는 파이시티 사업자금 추가 대출을 받기 위해 3회에 걸쳐 40억 원 상당의 현금과 시행사 주식 30%를 내부 내부 직원에게 주고 매수해 총 6차례에 걸쳐 1조1650억원의 PF대출을 받은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60억 원 상당의 돈을 횡령해 인허가 로비과정에 쓴 것으로 드러난 사건이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사건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화푸센터는 이 전 대표가 개입한 중국판 ‘파이시티 불법대출사건’의 판박이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단지 차이점이라면 한국에서는 건물을 지으면서 PF대출을 받았다면 중국의 화푸 센터의 경우 이미 지어진 건물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PF대출을 받았다는 점이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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