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편집위원이 뛴다

[일요서울 | 서승만 편집위원]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정윤회 문건과 비선실세 논란으로 개헌 재논의 불 붙이나?

공교롭게도 정윤회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일부측근이 비선실세로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이 증폭된 때에 개헌파들이 다시 개헌론의 깃발을 올리는 것도 정치적으로 미묘하다.

100개가 넘는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할 예정이며 내년 2월 전까지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지부도 설립할 계획이다.

정치권 밖에서 여론을 환기시켜 국회 개헌논의에 불을 지피는 ‘보조 동력'으로 삼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개헌론이 경제살리기 노력을 외면한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식도 불식시키는데 활동의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그들만의 리그’ 인식 불식

지난 9일 14시 국회헌정기념관에서 ‘개헌추진국민연대’가 주최하고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조해진 의원, 새정치민주연합의 유인태 의원, 우윤근 원내대표가 주관하는 ‘개헌 추진 국민연대 출범식’과 함께 활동에 들어갔다.

특히, 이재오 의원은 여당의원이면서도 청와대를 비판해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관해 “박 대통령은 찌라시라고 하고 소용 없다고 하지만 찌라시가 헛소문 모아놓은 거면 그냥 두면 되지 수사를 왜 하느냐"며 “뭐가 있으니 저 난리를 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같은 당 조해진 의원은 강연을 통해 “우리 대통령은 전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정책 집행권, 형사 사법권 등을 갖고 있다"며 “시대의 추세는 분권"이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이 막대한 권한 중 대통령이 직접 행사하는 건 3분의 1이다. 나머지는 측근, 친인척, 실세라는 사람들이 쓰고 그 과정에서 농단, 개입, 부조리, 비리가 발생하는 거다. 그만큼 나라가 안 돌아가는 것"이라며 “그래서 대통령은 억울하고 불행하다. 그걸 나눠주면 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우윤근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바꿔봐야 그 놈이 그놈이다. 사람이 문제가 아니다. 치명적으로 대한민국 권력 구조가 사람을 그렇게 만들고 있구나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느끼게 됐다”고 말하면서 “여당 의원이 되면 대부분 정부 앞잡이 노릇을 할 수밖에 없고, 야당은 싸우지 않으면 기회를 잡을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여당의 들러리밖에 안된다”며 여야 간 ‘정쟁’이 일상화된 국회의 모습을 설명했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개헌의 필요성과 관련) 저희와 뜻이 하나도 다르지 않고 똑같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내에 개헌특위를 가동시켜 내년에는 본격적인 개헌논의를 통해 20대 총선 전 개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원내대표를 역임한 김덕룡 전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가 힘을 보탰다.

여당 지도부 스탠스 주목

야권의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새정치연합 우 원내대표도 오는 18일 국회에서 권력 분산을 위한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개헌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개헌론이 확산될 수 있을지는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의 스탠스에 상당부분 달렸다.

여야 개헌파들이 요구하고 있는 국회 개헌특별위원회가 언제쯤 구성될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개헌파들은 총선(2016년)과 대선(2017년)이 없는 내년이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를 잉태했던 이른바 ‘87년 체제'를 바꿀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독자적인 개헌안을 성안하겠다는 로드맵까지 그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정윤회 씨와 박 대통령의 일부 측근이 비선 실세로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이 증폭된 때에 개헌파들이 다시 개헌론의 깃발을 올리는 것도 정치적으로 미묘하다. 

일각에서는 이재오 의원의 이러한 행보에 이념과 사상이 우파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고 보는 이도 있다. 이 의원이 정윤회문건과 비선실세문건을 호재로 개헌정국에 불 지필 계획만 가득해 보이는 것은 그가 지금까지 이 정권 들어 해온 행보를 보면 알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제왕적 대통령을 우습게 본다는 것보다 지금의 정권에 못마땅해 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개헌에 대한 김지하 시인의 발언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나왔듯이 그는“4년중임제로 개헌을 하되 박근혜 대통령이 연임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하면서 개헌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국민다수에게 개헌이 시급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민주화의 열기 속에서 간절히 원했던 것도 아니다.

이명박 정권 사자방 국감, 공무원연금 개혁, 통진당 해산, 이석기 재판 등 굵직한 문제들이 사라졌다.

그런데 시점이 묘하게도 개헌 이야기가 재점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두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개헌추진 국민연대 공동대표로는 성타 스님과 안성호 전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 오영숙 한국청소년육성연맹 총재, 원덕호 부패방지국민운동총연합 상임대표, 이상면 전 서울대 법대 교수, 전대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조정 지방분권개헌포럼 준비위원, 최병국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허호익 한국조직신학회장, 호명스님 등이 참여했다.

내년 1월에는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의 기폭제가 됐던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를 모델 삼은 '개헌추진국민운동본부'도 결성할 방침이다.

개헌파들은 이같은 외연확장을 통해 국회 내 개헌특별위원회 구성을 관철시킨다는 방침으로 보인다.

특히 여당 내 개헌파들은 정윤회 문건 파문을 개헌 추진의 반등 기회로 엿보는 모습이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원인

이재오 의원은 지난 2일 개헌추진세미나에서 정윤회 파문에 대해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어 대통령과 직접 선이 닿지 않은 나라 안 모든 사람들이 대통령 측근, 실세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 의원은 각종 인터뷰에서 비선실세 파문의 근본 원인을 제왕적 대통령제로 꼽으면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른바 ‘문고리 3인방' 비서관의 교체를 촉구했다.

개헌추진국민연대는 출범 선언문에서 “5년 단임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헌법의 권력구조 틀에 갇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선에서 승리하는 후보와 정당이 나라의 결정과 이익을 독점하는 승자독식이라는 헌법의 구조적 문제때문에 생기는 후유증은 너무 크다"고 밝혔다.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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