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홈 퍼니싱’…유통전쟁 시작됐다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박리다매(薄利多賣). 굉장히 익숙한 말이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케아(IKEA)는 이 모토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행동하는 글로벌 최대 가구기업이다. 그것도 싸게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을 찾아 나서는 가구업계의 공룡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제 국내에도 이케아가 정식 상륙하면서 사람들이 더욱 이케아에 열광하는 이유를 짚어봤다.

전 세계 최대 규모인 국내 1호점가족놀이터 같은 역할
8600여 품목 중 가구는 40%넘쳐나는 생활용품

연면적 131550m², 영업면적 59000, 65개의 쇼룸, 8600여 가지 품목. 지난 18일 한국에 공식 론칭한 이케아는 국내에 1호점인 광명점을 전 세계 최대 규모로 여는 배포를 보였다. 그럼에도 수천 명이 몰려 주차하는 데만 1시간, 또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1시간씩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동선 따라 쇼룸 걸으면
시간이 훌쩍

이처럼 이케아 매장에 들른 고객들이 평균 3시간을 보내고 양 손 가득 예기치 않았던 물건을 사들고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들여다보면 이케아의 쇼룸은 일반적인 집의 거실과 침실, 주방 등을 그대로 매장에 재현한다. 이 공간들은 당연히 이케아 제품들로만 채워지는데 다른 가구매장에서 보기 힘든 특색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가격조차도 보조탁자 9900, 어린이책상 39900원 등 방문객의 구미를 당길 만하다. 이 쇼룸들은 대강 훑어보기만 해도 1시간 반은 훌쩍 지나가도록 동선이 꾸며져 있다. 입구에서 출구로 가려면 어쩔 수 없이 미로 같은 쇼룸들을 지나가야만 길이 열리는 식이다.

가구류에 별 관심이 없던 동반 고객이라도 저절로 구매욕이 자극되기 쉽다. 이케아에는 가구뿐 아니라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케아가 판매하는 상품들 중 가구는 40%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60%는 침구류, 주방용품, 아동용품을 비롯해 다양한 소품 및 문구류가 포진한 상태다. 집에서 생활하면서 눈에 띄거나 손에 닿는 대부분의 것들이 이케아에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잠깐 쉬어가는 레스토랑에는 이케아의 본고장인 스웨덴 및 해당 국가의 요리가 보통 음식점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제공된다. 실제로 이케아 광명점에서 파는 음식들은 간단한 유럽식 아침식사 1500, 김치볶음밥 2000, 파스타 2900, 불고기덮밥 3900원으로 상당히 저렴하다.

주말에 가족들끼리 식사를 하러 왔다가 생활용품 하나라도 구매해가는 패턴의 고객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유아를 데려와도 이케아가 마련한 어린이방에 잠시 아이를 맡기고 쇼핑을 하거나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돼 있다.

모든 것은 ‘DIY’가 기본
직접 해야

이는 모두 이케아에 온 고객들이 관심있는 쇼룸을 둘러보고 음식을 먹는 데 평균 3시간을 할애하는 이유가 된다. 심지어 이케아에서 구매가 이뤄지는 물건의 60%는 원래 계획에 없었던 것이라는 주장까지 있다. 이케아 전체가 하나의 큰 가족놀이터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고객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셈이다.

재미있는 점은 사람들이 이케아가 디자인 질은 높이고 소재 단가는 낮춰 합리적인 가격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케아는 가격을 먼저 책정한 후 거기에 맞는 소재를 고르고 디자인을 생각해 제품을 완성하는 형태를 취한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과감히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 고객이 직접 조립해야만 하는 ‘DIY(DO IT YOUR SELF)’ 방식도 지금까지는 전 세계를 상대로 잘 먹혀들었다. 대부분의 이케아 상품들은 조립이 쉽지 않지만 직접 힘들게 완성하고 나면 해당 제품에 대한 애착을 형성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국내의 경우 완제품 배송 및 설치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변수가 있지만 이 역시 두고 볼 일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케아의 국내 상륙은 가구업계뿐 아니라 전 유통업계를 상대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면서 현재까지는 타국에 비해 높은 가격, 조립·배달 서비스의 미비함, 지역 소상공인 동반성장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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