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중국 북경에 소재한 화푸빌딩에 우리은행이 투자한 3800억 원이 국부 유출 위기에 놓였다. 또한 거액의 대출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드러나고 있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은행이 투자한 금액 중 실제로 화푸 빌딩에 들어간 돈은 1600억 원 상당이고 나머지 돈의 행방은 묘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3800억중 2000억 원 이상의 돈이 중국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 측은 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매각 대상자 선정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치권 및 업계에서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누가 어떻게 대출을 받았고, 용처가 불분명한 1000억 원 넘는 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본지>는 1탄 ‘[단독] MB정권, 對중국 2300억 국부유출 위기’(1076호)에 이어 2탄으로 3800억 원 자금의 대출과정과 용처에 대해 심층 취재했다.

- 이팔성 회장-이종휘 은행장-이순우 수석부행장 라인
- 이정배-민봉진 3800억 대출 1600억 투자 나머지는...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2007년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와 중국 사업가 민봉진 씨는 중국 북경에 소재한 화푸빌딩 리모델링 사업 투자를 받기 위해 강남구 역삼동에 2007년 10월 30일 백익인베스트먼트(주)를 설립한다. 이후 백익인베스트먼트사는 바베이스도스법인 마운틴 브리즈 인수를 위해 New Pi 인베스트먼트사를 그해 11월 20일 설립한다. 이후 두 인사는 2007년 12월 20일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 우리은행이 보증을 서 3800억원 상당의 PF자금을 승인을 받았다.

우리은행 대출 3800억 백익인베스트먼트사로

이로 인해 같은 해 12월 대한생명으로부터 우리은행이 대출하고 상환하는 조건으로 1500억원을 대출받고 2008년 1월에는 국민은행으로부터 2300억 원을 대출 받았다. 같은 해 2월에는 백익인베스트먼트사가 100%지분을 갖고 있는 뉴파이 인베스트사를 통해 화푸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중국법인 중청굉업부동산컨설팅유한책임공사(이하 중천굉업)의 100% 주주인 바베이도스법인 마운틴 브리즈 주식 100%를 취득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 백익인베스트먼트사는 매도인과 환헷지 목적으로 통화선도거래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수 대금으로 1651억 원을 마운틴 브리즈 지분 소유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소재 기업인 CCP에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우리은행은 2009년 12월 대한생명 대출채권 1500억 원을 양수하고 그 다음해인 2010년 국민은행 대출채권 2300억 원까지 양수해 사실상 3800억 원 상당의 대출 채권을 보유하게 됐다. 이 당시 우리금융지주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고려대 후배이자 ‘금융권 4대천황’으로 불리던 이팔성씨였고 이종휘씨는 우리은행장이었다. 또한 올해 12월초 우리은행장을 그만둔 이순우 전 회장은 수석부행장으로 재직했다. 이순우 전 회장은 2013년 12월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에 올랐다.

결국 대출자금 3800억원은 한국백익인베스트먼트->New Pi 인베스트먼트사(백익 100%지분 출자한 홍콩SPC)->마운틴브리즈(바베이도스SPC, 뉴파이 100%지분 출자)->중천굉업(북경 시행사 화푸 빌딩 실소유자) 넘어가게 된다. [표 참조] 한국 백익인베스트먼트사만 한국에 소재하고 나머지는 중국 북경, 홍콩에 소재한 회사다. 특히 마운틴브리지는 중국 북경시에 위치해 중천굉업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바베이도스 법인이다.

또한 3800억원 상당의 돈이 전부 화푸 빌딩 투자를 위해 넘어간 것은 아닌 것으로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는 나타났다. 우리은행에서 3800억 원 돈이 나갔지만 화푸빌딩 매입에 들어간 자금은 1650억 원(9억위안)인 것으로 알려졌고 대출금중 1200억 원 이상 사용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정배·민봉진 빠지고 조선족 김홍영 부상

이와 관련해 2010년 11월에 서울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는 불법대출 1조4000억 원대의 우리은행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비리사건을 수사했다. 이 과정에서 34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파이시티 시행사 대표 이정배 씨를 구속했다. 또 우리은행 관계자에게 28억6000만원을 공여하고 대출자금 623억 원을 홍콩으로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중국 사업가 민봉진 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돼 불구속 입건했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우리은행 신탁사업단에서는 지난 2007년 9월경 부동산개발 사업자 이 씨와 민 씨로부터 중국 '화푸오피스 프로젝트 개발사업' PF자금 3800억 원의 대출신청을 받고 사업성을 검토한 끝에 ▲ 사업지가 중국에 있어 담보확보가 어렵고 ▲ 시공사 지급보증 등 신용보강이 없으며 ▲ 환율변동의 위험성 등을 이유로 부결했지만 당시 우리은행 담당 직원이 서명록을 위조하는 방법 등으로 대출건을 재상정해 결국 대출취급 승인을 받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와 민 씨는 화푸 빌딩 개발로 얻은 이익금 1000억 원과 민 씨가 착복한 623억 원 등 1623억 원을 2008년 1월쯤 홍콩 자회사인 뉴파이홍콩으로 송금, 본계약 체결 전에 민 씨와 그의 처 명의(김홍영, 중천굉업 대표)로 설립한 홍콩 회사인 '헨지'사로 자금을 이동시켜 비자금을 조성한 게 아니냐는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이 돈이 화푸 빌딩 매입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면서 재판을 받는 과정에 모두 불구속 기소되고 2심 재판이 지연되면서 구속기간만료로 석방된 상황이다. 이 씨와 민씨가 1600억 원 상당의 돈을 화푸 빌딩 매입에 썼다고 해도 1000억 원 이상의 금액의 행방은 묘연하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장안호 상무는 12월19일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3800억 원 중에서 1600억 원을 제외한 2200억 원에 대해 회계처리가 분명히 돼 있다”면서 “파이 인베스트먼트사 운영자금과 자본금으로 1000억 원 가량이 소요됐고 대출 PF 취급 수수료와 대출금 이자로 1000억 원이 소요돼 엉뚱한 곳으로 새어 나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한 파이시티 인허과 로비 사건의 주범인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의 전력을 문제 삼자 장 상무는 “대출이 나갈 당시 이 대표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이라며 “그리고 화푸 빌딩 횡령사건 관련 검찰 수사중인데 횡령 의혹이 60~70억 원 정도뿐이 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중요하게 보지 않았다. 특히 화푸 빌딩 관련 실소유자가 연이은 재판 패소로 우리은행이 아닌 중천굉업 대표 김홍영 씨(민봉진 처)로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 씨는 불법점거 중”이라며 “그래서 임대료 뿐만 아니라 매각할 경우를 대비해 매각 대금을 법원이 관리하는 집행청에서 하도록 법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은행 측 “회계장부에…” vs 김기식 “근거자료 부족”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화푸 사업 관련 지난 국정조사 때 문제를 제기한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실에서는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김 의원실에서는 “운영자금이 800억 원이 투입됐다고 하는데 그럼 구체적으로 무슨 명목으로 어떻게 들어갔느냐고 물어보면 자료가 없거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른 지출 금액 역시 마찬가지로 문제가 생긴 다음에 거꾸로 회계장부를 정리하다보니 설명이 미흡하고 실무자가 아니라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고 여전히 투자금 1600억 원 외의 돈에 용처에 대해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김 의원실에서는 “거액의 돈이 중국 안에서 돌다보니 국내 검찰이나 금감원에서 자세히 살펴보기기 쉽지 않다”며 “투자 손실이어도 문제지만 특정한 인사들이 개입해 횡령한 것이고 그 돈이 중국에 귀속된다면 국부유출로 커다란 문제가 아니겠느냐”고 우려감을 표출했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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