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떨어지는데…높아가는 배당금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 10대그룹 총수들이 받아간 현금배당 총액은 2445억 원이다. 최저시급 5210원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일일 24시간씩 1년 365일 내내 일만 했을 때, 5431년 뒤에나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단, 월급을 한 푼이라도 쓰거나 잠을 한 시간이라도 잔다면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러한 현실에 혹자는 “기업들은 부익부만을 지향하고 있는 가운데 소득재분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자기 배만 불린 재벌들’ 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부익부빈익빈’의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삼천리그룹(회장 이만득)을 살펴본다.
 
60년 동업 체제 구축…사이좋게 자산 불려
계열사 상호출자제한 문제 해결도 급선무
 
삼천리그룹은 이만득 회장이 이끄는 삼천리 계열과 유상덕 회장이 이끄는 삼탄 계열로 분리돼 있다. 우선 삼천리 계열은 삼천리를 중심으로 삼천리이엔지, 삼천리이에스 등이 있다. 주식 보유 현황은 이만득 회장 일가와 유상덕 회장 일가가 동일하다.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지난 9월 30일 기준 이만득 회장이 삼천리 지분 8.34%, 조카 이은백 전무가 7.8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삼탄의 유상덕 회장이 12.3%, 유혜숙 씨가 3.88%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양쪽이 16.18%의 지분을 각각 가지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삼탄 계열 역시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정확한 주식 보유현황이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마찬가지일 것이란 예측이 높다. 삼탄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으며 유상덕 회장 외 개인주주가 66.98%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삼천리그룹은 두 가문이 만나 하나의 그룹을 완성한 형태다. 모태는 고 유성연 명예회장과 고 이장균 명예회장이 공동으로 설립한 삼천리연탄기업사다. 당시는 가정용 연탄사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도시가스 등 다양한 에너지사업을 영위하는 에너지 기업으로 발전했다.
 
또 삼천리그룹은 끊임없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도시가스와 발전 및 집단에너지, 에너지 솔루션, 생활문화 등 다양한 사업을 기반으로 그룹의 형태를 구성했다. 상장회사 삼천리를 비롯해 총 13개의 국내 법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법인 12개사도 거느리고 있다. 
 
경영체제의 특징은 아직도 동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명예회장에 이어 후대 역시 동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형태는 60여 년째 연결되고 있다. 이들 사이에는 명예각서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골자는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다른 사람이 남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또는 ‘투자 비율이 다르더라도 수익은 절반씩 나눈다’ 등의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바탕으로 이들은 단 한차례의 경영권 분쟁 없이 동업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들의 관계가 끈끈한 것이 이번에는 문제가 된 모양새다. 삼천리그룹이 떨어지는 실적과 무관해 보이는 배당 정책으로 도마에 오른 것이다. 최대 주주 등 동업자들의 일가와 연결돼 있다는 사실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실제 전자공시시스템 상 핵심계열사 삼탄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2011년도에 1조 395억 원. 2012년 9630억 원 2013년 8754억 원으로 차즘 줄어들었다. 당연히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2546억 원에서 2469억 원, 1772억 원 순서로 떨어졌다.  
 
반면 배당금은 오히려 2011년 261억 원이었지만 2012년과 2013년은 392억 원을 풀었다. 실적 감소와 무관하게 고액의 배당금이 지급되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유상덕 삼탄 회장 외 개인주주가 66.98%를 보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가져간 배당금은 총 700억 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몇 년 전 소액주주들의 고배당 요구에 홍역을 치룬 적이 있는 삼천리로서는 배당에 많은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당시 삼천리는 고배당 요구가 오너에게 유리하지만 발전 사업 진출 등 장기적인 투자를 위해 소액주주들의 고배당 요구를 주총에서 부결한바 있다.
 
공정위 규제 피할까?
 
한편 삼천리그룹의 고배당 논란은 상호출자제한기업으로 지정되면서 삼탄과 삼탄인터내셔널의 상호출자도 해결해야 되는 시점인데, 또 하나의 골칫거리를 떠안은 형국으로 볼 수 있다. 
 
여전히 삼탄이 삼탄인터내셔널과의 내년 3월까지 상호출자 관계를 해소하지 않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이나 고발 등의 조치를 당하지 않기 위해선 내년 3월까지 상호출자 관계를 정리해야만 한다. 
 
삼탄과 삼탄인터내셔널은 삼탄인터내셔널의 전신인 삼천리제약 시절부터 지금까지 상호출자 관계를 유지해왔다. 삼탄은 삼탄인터내셔널 지분 17.65%(42만 2280주)를, 삼탄인터내셔널은 삼탄 지분 21.93%(57만 4124주)를 서로 가지고 있다. 
 
앞서 삼천리와 삼탄의 경영 분리 이후 삼천리가 실질적인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며 계열사 간의 지분 참여를 제한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더구나 삼천리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상호출자제한 대기업 집단에 포함돼 이러한 상황에 놓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새롭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그룹에 상호출자 관계 해소 1년, 채무보증 관계 정리 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유예기간 내에 해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고발 등의 제제가 가해진다. 
 
삼탄은 그룹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포함된 직후 양사 간 지분 관계를 해소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현재까지 검토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룹 입장에선 효율성 극대화 측면에서 여러 지분 처리 방안을 모색하다보니 시점이 늦어진 셈이다. 
 
삼탄인터내셔널 지분의 가치가 삼탄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점도 삼탄인터내셔널 지분 처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삼탄인터내셔널 지분 17.65%의 장부금액은 19억 원 수준인데 반해 삼탄 지분 21.93%의 장부금액은 3416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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