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히 열받은 진보진영의 생존 전략은?

신당창당·제3지대 진보연합창당 활로 모색
내년 4월 재보선 ‘3곳’ 보수 vs 진보 자존심 대결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통합진보당이 해산됐다. ‘통진당 해산 심판’을 놓고 법무부와 치열한 설전을 벌였던 통진당이 패배하고 말았다.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손을 들어줬던 것이다. 애초 실낱같은 희망을 기대했던 통진당으로선 충격적인 결론이다. 특히 통진당의 향후 진로 설정이 쉽지 않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던가. 통진당은 어떤 식으로든 정치세력화를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신당창당 등 다양한 얘기가 쏟아지고 있는 것. 그 내막을 알아봤다. 
 

‘8대 1.’
헌법재판소가 헌정 사상 처음, 일방적 찬성으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나온 스코어다. 당초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기 전까지 6대 3이나 7대 2정도로 통진당 해산 쪽에 무게가 실리는 듯했다. 결과적으로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수치다. 

진보-보수 충돌   

박한철 헌재소장은 지난 19일 “이번 결정은 우리나라 헌정사상 헌재 결정으로 정당이 해산된 첫 사례”라며 “논란에 관계없이 당대 역사에 남을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당 해산의 취지를 실효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 소속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은 부득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해산 결정을 내린 첫 번째 이유로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과 모든 면에서 같거나 유사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박 소장은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폭력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이를 기초로 통일을 한다는 목적으로 갖고 있으며 피청구인 주도세력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민주혁명 전략과 거의 모든 점에서 전체적으로 같거나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통진당이 북한을 추종한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박 소장은 “피청구인의 활동은 내용적으로 국가의 존립 의회제도, 법치주의 및 선거제도 등을 부정하는 것이고 수단이나 성격의 측면에서는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폭력위계 등을 적극 사용해 민주주의 이념에 반한다”고도 했다. 헌재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통진당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보수진영은 환영일색이지만 통진당 해산에 대해 진보 진영은 부정적 의견이 대다수다. 참여연대는 통진당 강제해산 결정 규탄성명을 내고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한다고 본 헌법재판관들의 관점에 전혀 동의하지 않으며 이는 헌법재판관들의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경실련도 “다수의견은 해산청구의 직접적 계기가 된 RO회합과 이석기 의원 등의 행위를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증거 없이 통진당의 행위로 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어떤 정당이든 구성원의 일부가 국가보안법이나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으면 해산되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맹비판했다.

통진당 향후 행보

이제 통진당 인사들이 향후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인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진당 향후 행보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통진당 해산 청구 심판결과를 받아들이고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당은 해산됐지만 정치세력으로서 생존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진당 이정희 대표가 해산 결정 후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한 내용과도 꿰를 같이 하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우리 마음 속에 키워온 진보정치의 꿈까지 해산시킬 수 없다”며 투쟁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실제로 1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박근혜 2년 못살겠다! 다 모여라!’라는 제목으로 촛불집회를 열었다. 그리고 시민사회 단체들과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신당창당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이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일단 정당은 해체됐어도 당원들은 신당창당이 가능하다. 해산된 강령과 같거나 비슷한 정당을 창당하지 못할 뿐 이 규정만 벗어나면 얼마든지 창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오병윤 원내대표도 “당이 해산되면 다시 만들면 된다”고 발언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부정적 전망도 있다. 국고보조금, 기부금 등까지 압류된 상황에서 활동을 지속할 만한 동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즉, 자금난으로 인해 신당창당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와중에 원외 정당 통합론도 대두되고 있다. 통진당 출신, 정의당, 노동당 등 원외정당이 통합을 모색할 수도 있다.

이 뿐만 아니다. 3지대 신당 창당론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함세웅 신부,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이수호 전 민노총 위원장 등 진보·개혁진영 인사들이 새로운 정치세력 구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2월 8일 치러질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대 결과에 따라서 제3지대 신당창당론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통진당 인사들이 개별적으로 합류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통진당 인사들이 배제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을 추종한다’는 헌재의 결과가 나와, 이들을 받아들이면 ‘득’보다는 ‘실’이 더 크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통진당을 배제한 상황에서 제3지대 신당 창당을 모색하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또한 이들은 4월 재보선에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4월 재보선 박 터진다!

한편, 통진당 해산으로 4월 29일 재보선을 치르게 됐다. 지역구 의원 3명(김미희, 오병윤, 이상규)이 의원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구 3곳을 두고 보수와 진보 간 자존심 건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미희 전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 중원, 오병윤 전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은 야권 연대를 통한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당선된 바 있다. 이상규 전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관악을 지역은 야권에 유리한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진보 진영에서는 3곳을 사수하기 위해 단일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 재보선에서도 야권 단일화를 추진했듯이 또 다시 단일화를 통해 박근혜 정부 심판론을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 동력을 이어나가기 위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의 세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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