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심한 욕설을 퍼붓고 사무장에게 내리라고 호통쳐 비행기가 ‘램프 리턴’하는 소동을 벌였다. ‘램프 리턴‘은 이륙하기 위해 탑승 게이트를 떠난 비행기가 되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조 부사장은 지난 5일 0시50분 승객 250명을 태우고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인천으로 이륙하는 대한항공(KAL) 1등석에 탔다. 그는 여승무원의 마카다미아넛(땅콩)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매뉴얼대로 하는거냐”고 따지기 시작했다. 이어 그는 사무장을 불러 호통쳤다. 여승무원과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 사무장에게 무릎 꿇린 상태에서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사무장에게 “비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니 내리라”고 고함쳤고 활주로로 향하던 비행기가 탑승 게이트로 20m나 다시 되돌아가야 했다.

불과 40세밖에 안 된 나이로 부사장 자리에 앉은 조현아의 오만방자하고 안하무인격인 소동은 믿는 구석이 있어서였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인 아버지였다. 조 부사장은 아버지를 믿고 승무원들의 인격을 짓밟았으며 갑(甲)질 행패를 부렸다. 아버지는 “자식교육을 잘못시켰다”며 사과하였고 조 부사장을 사퇴시켰다.

조 부사장이 무소불위로 설친 데는 아버지 조 회장의 사과대로 자식교육을 잘못시킨 탓이 한 몫 했다. 과보호 때문이다. 조 부사장은 재벌 아버지의 과보호 아래 대한항공 오너(社主) 아버지를 믿고 막갔다. 그가 견제 받지 않고 사나운 황녀(皇女)처럼 나댄 데는 아버지의 “황제경영”과 임직원들의 “아첨 복무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임직원들은 사주인 조 회장에게 감히 바른 말을 못하고 그의 딸에게도 설설기는 아첨으로 “황제경영문화”를 굳혔다. 바로 이 ‘황제경영문화’가 조 부사장을 버릇없는 갑질로 날뛰게 했다.

그러나 같은 재벌의 딸이면서도 착한 일을 하는 경영인도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딸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다. 지난 2월25일 오후 5시경 82세 고령의 홍 모씨가 몰던 모범택시가 신라호텔 본관 현관으로 돌진해 회전문을 들이받았다. 홍 씨는 물론 승객과 호텔직원 4명이 다쳤고 회전문은 박살났다. 회전문을 다시 주문하려면 4-5개월이 걸리고 제작비는 4억원에 달한다. 택시 기사 홍 씨가 개인택시공제조합에 가입한 대물배상 한도는 5000만원이다. 3억5000만원을 보태야 한다.

그러나 이 부사장은 택시 기사 홍 씨에게 배상을 요구치 않았고 조현아처럼 욕설을 퍼붓지도 않았다. 그 대신 이 부사장은 홍 씨가 도리어 “크게 상심했을 것”이라고 위로하며 배상도 요구하지 않았다. 이 부사장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홍 씨의 치료비도 신라호텔이 부담토록 했다. 뿐만 아니라 이 부사장은 호텔 간부로 하여금 우족, 쇠고기, 케이크를 들고 홍씨를 찾아가 위로토록 했다. 홍 씨는 단칸방에서 어렵게 살고 있었으며 부인은 뇌경색으로 입원 중이었다. 홍씨는 “내가 찾아가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너무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두 재벌의 딸 조현아와 이부진의 엇갈린 처신은 아버지의 교육과 개인의 품성에 따라 흑과 백으로 갈라진다는 점을 각인시켜 주었다. 한 재벌 딸은 무소불위에 안하무인격으로 설쳐 국민의 분노를 사며 기업 이미지까지 망쳤다. 하지만 다른 재벌 딸은 착한 마음으로 국민의 잔잔한 감동과 찬사를 자아냈으며 기업 이미지까지 업그레이드 했다.

조양호 회장은 “자식교육 잘못 시켰다”는 의례적인 사과로 그쳐서는 아니 된다. 딸을 막가게 한 황제경영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통감해야 하며 기업경영 혁신에 나서야 한다. 대한항공 임직원들도 숨죽인 “아첨 복무 문화”에서 벗어나 윗사람에게 할 말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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