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제리 입은 언니들과 …

연말은 만남과 회식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또 자영업자들은 자영업자들대로 모임을 가지며 지난 한해를 돌아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연말 특수를 앞두고 룸살롱들의 마케팅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진 만큼, 소비자들의 지갑은 그리 활짝 열릴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들은 한정된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 보다 많은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다양한 이벤트와 색다른 룸살롱 시스템 운영을 통해서 다양한 수요를 끌어들이려고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룸살롱의 연말 마케팅, 어떤 것이 있을까?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룸살롱들의 연말 마케팅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단연 가격적인 부분이다. 룸살롱이라는 곳이 아무래도 비싸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이를 불식시켜 손님을 끌어들어야 하는 것이 1차적인 관건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단 술을 먹기 시작하면 술을 더 시키고 지갑을 술술 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이에 일조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일단 룸살롱에 입장시키는 것’이 룸살롱 관계자들의 첫 번째 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때문에 최근 한 룸살롱에서는 ‘9시 이전 입장 주대 10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 룸살롱에 가게 되면 아무리 못해도 기본 최소 20만 원, 적다도 해도 30만 원 정도는 내야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대가 10만 원이라는 것은 파격적인 가격 다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9시 이전 입장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직장인의 퇴근 시간이 오후 6~7시 정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간단히 소주한잔 먹고 오기에는 그리 무리한 시간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다 일단 10만 원으로 스타트를 할 뿐, 싸다는 생각에 술을 2~3병 더 시키게 되면 사실 가격은 일반적인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한 룸살롱 영업전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연말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업소로 손님을 데리고 오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룸살롱에서 술을 먹는 사람들이라면 단 한 곳에만 가지는 않는다. 단골이 확정되기 전 까지는 여러 업소를 다니고 특히 연말에는 많은 프로모션들이 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문자를 보내는 업소를 찾아 달라 말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는 누가 먼저 발길을 붙잡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룸살롱의 경우, 하루에 다른 룸살롱으로 2차, 3차를 가는 일은 없다. 그래서 딱 첫 번째 술자리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업소 관계자들도 이 부분에 상당히 집중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일 것이다.”

특히 최근 직장인들에게 가장 많이 어필을 하는 것이 이른바 ‘란제리 바’라는 것이다. 이곳은 여성들이 기존의 일반적인 홀복이나 정장차림이 아니라 남성의 욕구를 적극적으로 자극하는 란제리를 입고 술시중을 들게 된다. 하지만 시중에 파는 단순한 란제리보다는 보다 섹시미가 과장되고 적극적으로 어필을 하는 ‘섹시 란제리’인 경우가 많다. 가슴이 보다 깊게 파여 남성들의 시선을 자극한다든지, 망사나 레이스가 달려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강조하는 것들이다. 특히 남성들은 시각적인 부분에 상당히 약하다는 점에서 란제리바의 인기는 그간 계속해서 높아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란제리바에서도 연말을 위한 아주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바로 남성이 혼자 오거나, 혹은 두명 정도가 왔을 때에도 여러 명의 란제리 도우미들이 파티를 진행하고 혹은 생일을 맞은 사람들에게는 그에 걸맞는 행사를 진행해준다는 것. 여기에는 화려한 춤과 쇼가 곁들여지게 되고 남성들은 기존의 룸살롱에서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즐거움을 얻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나이가 들어도 혼자서 사는 싱글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특화된 이벤트가 많다. 20~30대의 젊은이들이라면 주변에서 어울릴 사람도 많고 그들과 함께 생일파티를 하겠지만 40~50대가 된 경우라면 딱히 ‘내 생일이니 모이자’고 말하기도 쉽지 않고 또한 그런 것 자체를 민망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보니 혼자 쓸쓸히 생일을 지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생일 파티 하는 40대 싱글남

다만 그런 사람들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룸살롱에서 20대의 젊은 도우미랑 술을 먹는 것이 훨씬 더 편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취재진은 룸살롱에서 란제리녀들과 생일파티를 한 한 40대 중반 남성의 경험담을 직접 들어볼 수 있었다.

“솔직히 내 나이에 친구들 모아놓고 생일 파티를 하는 것은 무척 민망한 짓이다. 거기다가 가족이라도 있으면 가족들과 파티를 하겠지만 나는 돌싱이기 때문에 그런 것도 없다. 그러다 보니 그간 가끔씩 갔던 룸살롱에서 생일파티 이벤트가 있다고 해서 직접 가봤다. 실제로 룸살롱에서 생일파티를 해보니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즐거웠다. 어디 가서 내 나이에 란제리를 입은 20대 여성들과 즐거운 생일파티를 해보겠는가? 물론 내가 돈을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기회 자체가 없다면 돈이 있더라도 경험해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생일 파티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념일, 행사일에도 이러한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가끔씩 이용해볼 생각이다.”

연말특수를 노리는 룸살롱들의 마케팅 전략은 이것만이 아니다. 한시적으로나마 이른바 ‘1+1’ 행사를 시행하는 것. 일반적인 1+1 행사는 마트에서 많이 하는 것으로 하나의 물건을 사면 하나를 더 주는 행사다. 룸살롱에서 이 행사는 한 명의 여자를 앉히면 한명의 여자를 더 앉혀주는 것. 이렇게 하면 남성들은 같은 가격에 2명의 여성들과 술을 마시는 셈이 된다. 사실 상당수의 남성들이 룸살롱에서 여러 명의 여자들과 술을 먹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인 주머니 사정에 의해서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연말에 이러한 아주 특별한 이벤트가 진행된다면 이를 마다할 남성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특별한 이벤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 경험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 같은 경우에는 다른 그 어떤 이벤트보다 이 이벤트에 많은 관심이 갔던 것이 사실이다. 저렴한 가격에 두 명과 함께 술을 먹으면 마치 내가 왕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연말의 이러한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면 내가 어떻게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겠나. 유흥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연말이 오히려 더 저렴하고 보다 많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단, 너무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사실 유흥가 관계자들, 그 중에서도 영업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연말 장사가 업주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물론이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준비하기 위한 결정적인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연말에 실적이 좋지 않으면 기운 없는 새해를 맞게 되는 경우가 많고 그러면 또 한해가 우울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사로잡혀 일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영업 관계자들이 연말 특수에 올인하는 까닭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는 아가씨들의 관리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한 영업상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결국 아가씨들도 자신에게 돈을 많이 벌어다주는 상무에게 충성심을 발휘하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능력이 없으면 아가씨들이 우리의 말을 잘 듣지 않게 되고 그렇게 되면 영업 상무들도 일할 때 피곤해지게 된다. 급할 때 아가씨를 돌려야 하거나 1+1처럼 아가씨들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해야할 때에 말을 듣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영업 상무들은 아가씨들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지게 되고 결국 손님에 대한 서비스에서도 부족한 부분이 생긴다. 전체적으로 악순환의 상황에 빠지면서 일에 차질을 빚게 된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라도 한해의 마무리인 연말 장사에서 결코 밀리면 안 된다는 사명감까지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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