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창환기자] 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 24곡을 엮어 만든 뮤지컬 <올슉업>201521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2010년 이후 4년 만에 업그레이드 된 무대와 안무로 돌아왔다. ‘god’ 손호영, ‘ZE:A’ 김동준, ‘B1A4’ 산들, ‘블락비유권, 김예원, 가희, 강성진 등이 출연한다.

<올슉업>은 주인공 엘비스가 보수적인 미국 남부 도시에 머무르면서 겪는 일을 다루고 있다. ‘정숙법까지 발휘된 마을이, 여자와 로큰롤에 대한 정열이 넘치는 엘비스의 출연으로 바뀐다는 이야기다. 전개는 단순하다. 지루한 마을 주민들, 엘비스의 등장으로 잊고 있던 감정 표현, 공공장소로까지 퍼진 사랑을 저지하는 시장, 용기와 음악으로 극복한다는 마무리다. 주크박스 뮤지컬로 불리는 것처럼 그 시절 로큰롤 넘버들이 140분간 관객의 흥을 돋운다.
 
극중 보수적인 도덕관념과 같은 성격으로 묶이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올슉업의 세계에서만큼은 수줍음, 감정의 숨김, 자존심을 정숙법처럼 그래선 안 되는 것들로 표현하면서, 이렇게 살아온 인물에게 변화를 바라고 기대를 품게 만든다. 인물들은 춤과 음악에 몸을 맡기면서 가슴 뛰는 사랑을 찾기 시작한다. 자신도 몰랐던, 혹은 없었던 감정을 끌어올리며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남장여자, 학교로부터의 도피, 중년의 변신, 짝사랑 고백을 시도한다. 극중 나탈리가 내뱉는 소중한 것은 모두 마법 같아요. 음악도 웃음도 사랑도대사처럼 변화가 주는 생기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나탈리에게 받는 공감은 홀아비 짐이 내뱉는 고백 후 상처 받을 심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후회는 없다는 용기로 표출된다.
 
올슉업의 매력은 여성 인물들의 적극성에 있다. 엘비스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골반 튕기기에 탄성과 만세로 쓰러지는가 하며, 금지된 사랑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때로는 셰익스피어를 좋아한다는 공통점만으로도 포옹과 키스를 저지른다. 대시만큼은 남자 여자의 순서가 없어 보인다. 흔히 관객의 남녀 비율이 1:9로 알려진 뮤지컬 특성상 대부분 관객이 여성이었는데, 배우들의 적극성이 이들 관객에게 향하는 것으로 여겨도 괜찮을 듯싶었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연기해도 결국은 무대 아래 관객에게 전하는 것으로 끝맺음 할 수밖에 없으니까.
 
애드로 변장한 나탈리가 사만다에게 엘비스의 편지를 전달해 주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다. 애드가 남장여자인줄 모르는 사만다는 그의 순수함과 배려에 마음을 빼앗긴다. 위트 있는 연출 아래 사만다와 나탈리, 그 외 안무가 마음에 든 장면이다. 사만다의 관능 앞에서 죽었던 동상(배우)들이 움직이는 장면은 딱딱하고 차가운 정숙법 또한 본능적인 요염함 앞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인상 깊던 다른 하나는 6년 만에 키스의 감촉을 느낀 실비아의 놀람이다. 카리스마 있고 까칠한 여장부인 실비아는 키스 후 드레스를 입는 여성으로 탄생할 조짐을 보이는데, 짐과 키스한 실비아의 솔로 파트 이후, 다른 인물들이 모두 등장해 완성하는 하모니는 멜로디의 감동을 준다. 1막에서 감정 선을 가장 풍성하게 조성하는 부분이다.
 
두 장면 외에도 원피스 입은 여성과 몸짱 남성 커플이 선보이는 올드스쿨 댄스는 평범한 코미디 이상의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를 받쳐주는 피아노, 기타, 베이스, 드럼, 색소폰, 트럼펫의 8인조 라이브 밴드 역시 올슉업의 강점. 최신 기술의 사운드 시스템은 악기의 결과 디테일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일부 배우들의 음색과 테크닉이 라이브 연주를 못 따라간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올슉업은 장면에 따라 스무 명에 달하는 배우들이 무대를 꽉 채우는데, 뒤에서 동료의 연기를 보며 웃는 모습을 보며, 극중 캐릭터의 웃음과 배우의 웃음이 동시에 포착됐다. (2막 후반의 엘비스 유권의 표정). 프로들의 약속된, 보여주기 위한 웃음이 아닌, 관객에게 잘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앞에 있는 배우들의 호흡을 보며 짓는 웃음 같았다. 극중 캐릭터가 짓는 웃음과 연습을 함께한 팀 동료로서의 웃음 두 가지다. 밝고 활기찬 성격의 뮤지컬을 준비한 팀만이 가질 수 있는 기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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