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단속 ‘풍선효과’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이른바 ‘2차 풍선대란’이 불어 닥칠 조짐이다. 최근 정부가 지방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하면서 기존의 성매매에 종사하던 여성들이 대거 주택가나 변태업소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성매매는 불법이기 때문에 단속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는 자칫 성매매를 더욱 퇴폐화 시키고 음성적으로 확산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10년 전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으로 인해 이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가 풍선효과에 대해서는 감안하지 않은 채 무차별적인 단속을 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이러한 단속 정보 자체가 이미 성매매 업주들에게 은밀하게 전달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 성매매 집결지 단속에 대한 관련자들의 이야기와 2차 풍선대란의 전망에 대해 취재했다.

최근 정부가 대구의 자갈마당, 광주의 대인동에 대한 본격적인 성매매 단속을 시작했다. 지난 12월 초에 동시적으로 진행이 되었으니 이는 각 지자체의 단속이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정부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단속이 실질적인 실효성이 적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풍선효과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성매매 업소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 업계에 오래있다 보면 단속은 정말 짜증나는 일이다. 단속 자체가 짜증이 난다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단속을 해도 없어지지 않는 데 계속 하기 때문이다. 성매매가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나 정부만 ‘성매매를 뿌리 뽑겠다’고 말한다. 뿌리 뽑을 수 없는 것을 뿌리 뽑겠다는 것 자체가 이미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수년째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그렇다고 제대로 된 단속을 하는 것도 아니다. 성매매는 결국 풍선효과가 되어 주택가로 퍼져나갈 뿐이다. 도대체 이런 단속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이는 단속의 대상인 성매매 업주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일견 자신의 입장이 반영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말도 일리가 있다. 특히 단속 자체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기 때문이다. 업주의 입장에서는 며칠 문을 닫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영업을 할 수 있다. 그러다가 또 수개월 후에 다시 ‘대대적인 단속이 있다’고 하면 며칠 문을 닫는 일의 반복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한 업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렇게 형식적으로 하는 단속 때문에 일부 업주들은 아예 변태업소로 업종 전환을 생각하고 있다. 단속을 한다고 할 때마다 손님들이 뚝뚝 끊겨서 영업도 제대로 안 되고 그러다 보니 수입이 불규칙해져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요즘에는 직접 성매매를 하지 않아도 되는 업종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옮겨가면 훨씬 더 편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물론 이런 업소들의 경우 대부분의 홍보를 인터넷으로 해야 하지만, 그것도 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고 젊은 친구들에게 알바비 주면서 맡기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도 없다. 바로 이런 점에서 오히려 정부의 성매매 집결지 단속이 풍선효과를 낳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지방 성매매 업계의 ‘2차 풍선대란’은 이미 예고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껏 풍선 효과는 주로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방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되면 이제는 지방에서도 풍선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제 대한민국 전체가 풍선효과를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이제까지는 서울 지역에 편중되어 있었던 것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이러한 풍선효과는 실제 성매매 여성들에게서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속을 당하는 상당수의 여성들이 ‘어쩔 수 없이 이제는 변태 업소로 가야할 것 같다’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의 성매매 여성들은 거의 대부분이 생계형 성매매이기 때문에 성매매가 아니면 딱히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경력도 없기 때문에 그저 몸으로 때우는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그녀들에게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단속은 곧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결과로 되돌아온다. 그렇다고 그녀들도 앉아서 굶어죽을 수는 없는 일. 당연히 성매매 집결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결국 그녀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주택가 성매매, 혹은 변태업소 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이 곧 가장 확실한 ‘2차 풍선대란’의 징조가 아닐 수 없다. 취재진은 실제 지방의 한 성매매 집결지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성매매 여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성매매 단속은 우리에게는 생계에 큰 지장을 미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매달 들어가는 돈은 빠듯한데, 단속을 하면 손님들이 줄어들고, 만약 큰 단속을 하면 우리도 더 이상 이곳에서 버틸 수가 없다. 그래서 다른 일거리를 찾아봐야 하는데 그것이 결국에는 변태업소나 주택가에서 은밀하게 행해지는 성매매다. 정부의 단속이야 단속이겠지만 그렇다고 우리들이 굶어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이제는 우리도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닌 것 같다. 변태업소라도 해야 하고, 그 이상의 성매매도 해야 하는 처지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기존의 성매매 여성에 대한 대책이 없는 성매매 단속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어차피 살아가야 하는 그녀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단속을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모순’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경찰의 단속 정보가 은밀하게 성매매 업주들에게 세어나간다는 의혹이다. 실제 단속 현장에 나가보면 이러한 사실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이야기다. 일단 경찰이 단속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업주들과 성매매 아가씨들도 사라지기 시작하고 손님들에게 ‘더 이상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 그 이후에 문을 닫고 단속요원들이 성매매 집결지에 도착하는 시점에는 이미 집결지 거리는 한산한 모습을 취하고 있따는 것. 결국에는 경찰 내부의 누군가가 이러한 단속정보를 흘린다는 이야기고 이를 통해서 그들이 단속에 미리 대비한다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결국 현재의 성매매 단속은 총제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명확한 대책도 없고, 그렇다고 확실하고 꾸준한 단속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마저도 단속 정보마저 세어나가고 있으니 무슨 수로 성매매를 뿌리 뽑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성매매 단속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울 때마다 여론 돌리기 용으로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성매매 단속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불법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정치적 정당성도 있고 잠시나마 관심을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성매매 단속이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용당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의혹에 불과할 뿐 실제 증명을 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어찌됐든 향후에는 성매매 단속을 하더라도 오히려 성매매를 확산시키는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가지고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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