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설’ 나도는 정동영‘거사’ 시기만 남았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박형남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모임’이 신당창당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전부터 정 고문의 합류설이 거론됐다. 더구나 정 고문은 비대위 출범 당시 추미애 의원 비대위원 합류 등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 고문 주변에서는 신당 창당 얘기가 끊임없이 나돌았다. 최근에는 탈당까지 거론되고 있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탈당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쏟아냈던 발언들을 보면 야당을 비판해왔다는 점을 비춰봤을 때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야당에 질려버린 정 고문이 진보진영에 추진하는 신당 창당에 합류할 것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상돈 영입 불발→청와대 문건 유출 등 야당 무기력
‘국민모임’ 105명 신당 창당 움직임…정치세력화 선언

“또 신당 창당 이야기냐.”
새정치민주연합이 재보선에서 패배한 뒤 당 주변에서는 “신당창당” 얘기가 ‘입버릇’처럼 터져 나왔다. 신당 창당 이야기가 퍼지자 야당 일부에서는 “신당 창당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당을 흔들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하나의 ‘설’로만 거론되어 왔다.
실제 김부겸 전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신당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라 생각한다. 지금은 우리 당과 야권의 혁신을 위해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동영 탈당 가능성 무게
탈당 및 신당 창당 시기만

그럼에도 이번에 야당 내에서 나오는 ‘신당창당설’은 예전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야권 재편의 단초를 던져주고 있다. 먼저 정치적 상황이 변했다.  
새정치연합이 비대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당시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이상돈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겠다”며 ‘혁신’을 외쳤지만 당내 반발로 무산됐다. 당시 박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탈당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그 뒤 당내 계파수장인 문재인, 정세균, 박지원 의원이 비대위원을 참여하는 대신 비주류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당시 정 고문 측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대위에 여러 목소리를 전달했지만 묵살당하면서 계파안배에만 신경 썼다”며 “‘계파수장들끼리 알아서 나눠먹기 하라’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친노계가 당권을 장악하게 되면 신당 창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정 고문 주변에서는 “당장 신당 창당을 할 것이 아니라 전당대회 결과 등을 보고 신당 창당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열여뒀던 것은 사실이었다. 이때도 가능성만 있을 뿐 신당 창당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따랐다.

그러나 지난 24일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모임’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당적, 계파와 소속을 넘어 연대, 단결해 평화생태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새롭고 제대로 된 정치세력의 건설에 함께 앞장서자”는 내용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김세균 전 서울대 교수, 이수호 전 민노총 위원장, 명진 스님, 영화감독 정지영 등 각 분야의 저명인사 105명이 참여했다. 정 고문도 참여를 검토 중에 있다.

이에 대해 정 고문은 지난 26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오늘도 권노갑 고문을 만나고 왔다”며 “수년 동안 현장정치를 배우고 경험했던 것을 말한 것 뿐”이라면서도 “국민모임이 신당 창당을 하겠다고 공개 선언한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국민들이 눈물 흘리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어 “신당 창당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당원들과 원로들을 찾아뵙고 의견을 수렴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결과 등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뒤 탈당 및 신당 창당 카드를 꺼내들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 고문 측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봤을 때도 탈당 가능성에 대해 무게를 두고 있어, 탈당 및 신당 창당 시기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신당 창당 밑그림 공개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 고문이 1월 탈당한 뒤 국민모임에 합류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결과를 지켜본 뒤 정 고문은 비주류와 함께 신당에 합류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비주류에서는 문재인 의원이 당권을 잡을 경우 ‘신당 창당’, ‘분당론’을 설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세균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문재인 의원의 당권 장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럴 경우 비주류 인사들이 국민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당 안팎에서는 전대 이후 비주류 인사들이 대거 신당 창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 고문은 이 두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또한 정의당과의 통합을 통해 진보진영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 고문은 “(통합진보당 세력의 동참 여부에 대해) 내부 토론에서 북핵ㆍ인권유린ㆍ세습독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들었다”고 거리를 두는 반면, 정의당에 대해서는 “국민모임이 전국을 돌며 여는 국민 대토론회에서 정리될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신당창당이 ‘설’로만 나돌다가 현실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야당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한길-안철수 신당 합당 뒤 ‘재보선 패배→이상돈 비대위원장 영입 실패→정윤회 문건 파문’ 과정에서 야당다운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야당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조차 스스로 놓쳐버리면서 동력을 상실했다. 여기에다 통진당이 공중 분해되면서 4월 재보선을 치르게 되는 것도 차기 당대표에게는 부담된다. 패배할 경우 당을 끌고 나가는 데 리스크를 가지고 출발하기 때문에 야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줄지 의문이다. 이 때문에 야당엔 ‘희망이 없다’는 말이 나오고, 신당 창당에 무게가 쏠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요서울]이 여민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야권의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신당창당 여론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박스기사 참조]

당내 입지도 한몫?

이뿐만 아니다. 정 고문이 신당 창당을 주장하는 그 이면에는 당내 입지도 일정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 고문은 통일부 장관,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역임하면서 승수장구했고, 당내에서 DY계로 막강한 세를 확보했다. 그러나 대선 패배, 19대 총선 낙선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측근들이 대거 이탈했다. 박영선 의원과 김현미 의원 등은 박 의원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세력을 확보하고 있고, 이종걸·주승용·노웅래 의원 등도 김한길계로 돌아섰다.

이후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서 당에 혁신을 요구했으나 번번히 힘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신당 창당에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 고문 주변에서 신당창당설을 계속적으로 흘렸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신당 창당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정 고문. 그가 과연 야권 내에서 설로만 떠돌던 신당 창당에 불을 지펴 제3 신당의 위력을 발휘할지, 아니면 탈당 및 신당 창당 카드를 접을지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요서울-여민리서치] 통진당 해산 관련 여론조사

“통진당 미운 집단 넘어 위험한 집단 인식”

 국가보안법 수사 ‘당연하다’ 64.8%
 새로운 진보정당 필요, 58.8% 부정적

통합진보당 전 의원들이 4월 재보선 출마에 대해 민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가 결정된 가운데 이들의 출마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4월 재보선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요서울]은 여론조사기관 ‘여민리서치’와 함께 지난 24일 하루 동안,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대상은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77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3.7%)이며 조사방법은 ARS 방식이다.
본지와 여민리서치 공동 여론조사 중 통진당 인사들의 4월 재보선 출마 여부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다소 앞섰다. 적절치 않다는 결정이 57.4%, 적절한 결정이 33.5%,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9.2%였다.
또한 검찰이 통진당 당원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수사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당의 해산과 함께 당원에 대한 이적성 수사는 당연하다는 의견이 64.8%로 압도적이었다. 반면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과잉 수사는 25.6%,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9.6%에 불과했다. 국민들 정서에 통진당은 ‘미운 집단’을 넘어서 ‘위험한 집단’이란 인식이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특히 2011년 통진당 김선동 의원의 국회 최루탄 투척 사건이 직간접적으로 부정적 이미를 강화시킨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여민리서치 이은영 이사의 분석이다.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항목은 새로운 진보를 표방하는 진보 신당의 필요성 여부다. 양당의 견제를 위해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34.8%에 그친 반면 여야중심으로 운영되므로 진보정당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58.8%로 압도적이었다. 잘 모르겠다는 6.4%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지지기반인 호남지역에선 진보정당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50.3%로 조사됐다. 다만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경기·이천 다음으로 호남지역(41.8%)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여민리서치 이은영 이사는 “당의 해산 과정과 함께 통진당 당원에 대한 이적수사는 당연하다는 인식이 높게 나타났으나 재보선 출마와 진보정당 필요성 의견이 30%대를 보이고 있어, 소속 의원 자격 박탈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법리논쟁 싸움과 통진당 스스로의 대국민 사죄 등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여론의 추이는 좀 더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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