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도 박스권에 수익 마이너스…새해는?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을미년(乙未年) 청양의 해가 밝아도 국내 주식투자자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지난해 코스피가 전체적으로 박스권에 머무르면서 마지막 날을 1915포인트로 마감한 탓이다. 이는 전년뿐 아니라 최근 3년에 걸쳐 나타난 현상이다. 그간 코스피는 1850~2100선에서 지루한 등락을 거듭했다. 게다가 밴드 상단은 점차 낮아지기까지 했다.

매번 상저하고패턴코스피 평균 1850~2100 예측
금융·IT·소비재 유망철강·조선업 바닥 탈출할까

얼어붙은 시장을 반영하듯 큰손들은 주식보다 머니마켓펀드(MMF)를 택했다. 거듭된 금리 인하로 돈이 갈 곳을 잃어도 증시로는 흘러들어가지 않았다는 의미다.

대내외에서도 크고 작은 악재는 끊이지 않았다. 기업들의 실적이 그다지 개선되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정부의 시장 활성화 정책에 각종 수혜주가 떠올랐지만 별 소용없었다.

물론 일부 개별종목의 경우에는 상승추세가 뚜렷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이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기는 여전히 쉽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대거 상승이 예상됐던 종목들도 큰 수익을 안겨주지는 못했다는 평이다. 그나마 제일모직과 같은 굵직한 공모주가 침울한 연말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은 데 위안을 삼을 뿐이었다.

이에 가치투자가 미덕인 시대가 지나고 당분간 단기적인 전략이 주효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루한 국내보다는 차라리 후강퉁의 힘을 입는 중국 등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잦아졌다.

돈은 잠들지 않는다는데
국내 주식은 잠들었나

상황이 이렇다보니 증권사 리서치센터들도 보다 신중한 전망을 내놓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새해 코스피 예상 밴드를 지난해와 비슷한 선에서 제시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22개 증권사가 예상한 코스피 하단 평균은 1858, 상단 평균은 2109이었다. 이중 16개 증권사는 밴드 하단이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측해 우울한 흐름을 반영했다.

또 올해 증시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패턴을 보일 것으로 추측됐다. 그나마 운좋게 박스권을 탈출하더라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증권사별로는 KDB대우증권과 교보증권이 코스피 하단을 1750으로 가장 낮게 잡았다. 대우증권은 상단 역시 2050으로 가장 낮은 수치를 예측했다.

이에 반해 동부증권과 KB투자증권은 코스피 상단을 2350으로 가장 높게 잡았다. 동부증권은 하단의 경우에도 2200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전망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코스피 박스권은 지난해보다 저점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상반기는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다가 하반기는 상저하고 흐름을 타고 좋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종목별로는 금융·IT·소비재 등이 유망할 것으로 꼽혔다. KB금융, LG디스플레이 등이 그 대상이다. 전통적으로 추천 물망에 오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도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국내외 정책 기대감이 작용하는 은행·건설과 선진국 경기 회복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반도체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배당성향 확대 가능성을 지닌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도 눈여겨볼 것을 당부했다.

더불어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가진 금융·소비재 등 내수종목이 유망할 것이라고 짚었다.

손꼽히는 대외적인 변수로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 일본 엔화 약세, 국제유가 하락세 지속 등이 불안요소로 자리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상반기 핵심 변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시기 논쟁으로 상반기 주식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도 이에 따른 달러 강세는 원화 약세장에서 시장이 상승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코스피에 부정적 신호라며 달러화 강세, 지속되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신흥국 국가부채 위험 부각 가능성 등은 올해 부정적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새해 주식 매입 시점으로 코스피 1900선 하락을 꼽는 의견도 있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올해 코스피 1900선이 깨졌을 때 주식을 사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 같은 분석은 5회 정도밖에 틀리지 않았다고 조언했다.

nykim@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