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 담보 설정 많아 부동산 매각 애먹어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 환수가 더디다. 지난해 검찰의 강력한 압박과 전 국민적인 여론으로 전씨 일가가 재산을 내놨지만 부동산 등의 공매가 계속 유찰되고 있다. 공매가 유찰 되면서 매각가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부동산에 다수의 채권자들이 담보설정을 해 놨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검찰도 난감한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 ‘껍데기’라는 말도 나온다. 재산 환수 당시 산정된 환수금보다 실제 환수될 환수금의 규모가 턱없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8건, 총 1270억 원 상당 가장 규모 커
효선씨 소유 임야·주택,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지난달 29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캠코가 공매로 내놓은 전씨 일가 소유의 서울 서초동 ㈜시공사 사옥과 부지가 또다시 유찰됐다. 시공사 유찰은 지난 1월 이후로 이번이 네번째다.
시공사 건물·부지는 매각예정가 146억원에 첫 공매 절차가 이뤄졌으며, 세차례 거듭 유찰돼 10개월 후인 지난달에는 이보다 20% 떨어진 117억원에 진행됐다. 하지만 건물 2개동 가운데 식당·창고 용도 건물만 별도로 35억원에 팔렸을 뿐이며 본 건물인 사옥과 부지 매각은 다시 무산됐다.

징수율 49%, 1118억 남아
부동산 7건 처분 안돼

전씨 추징금 환수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별환수팀(팀장 노정환 부장검사)에 따르면 1997년 4월 대법원이 전씨에 대해 확정한 추징금 2205억원 가운데 절반 가량인 1087억원이 징수됐다. 남은 액수는 1118억원으로, 징수율 49%에서 수개월간 답보 상태다.
지난해 9월 특별환수팀이 전씨 일가로부터 확보한 총 1703억원 상당의 책임재산 중에서만 보면 32%인 554억원만 환수됐다. 당시 전씨 일가가 추징에 응하겠다며 내놓은 책임재산 가운데 부동산이 8건, 총 1270억원 상당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이중 캠코가 지난 2월의 3차공매에서 180억원에 매각한 한남동 신원플라자 빌딩을 제외한 나머지 7건은 아직 처분되지 않았다. 캠코에 매각이 의뢰된 전씨 장녀 효선씨 소유의 경기 안양시 관양동 임야·주택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는 반면, 입찰가가 높다는 평가 속에 6차례나 유찰됐다.

가격 40% 내려도
매각 실패

성강문화재단 명의로 돼 있는 경남 합천군의 전씨 선산은 4차례 공매를 거치며 가격이 40%나 내려갔지만 매각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캠코는 시공사와 관양동 임야, 합천 선산 등 남은 3건 부동산의 공매 절차를 일단 보류하고 향후 절차를 검찰과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매각 방식을 바꾸거나 값을 내린다 해도 부동산 매각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 부동산 처분의 목적이 추징금 징수인 만큼 무작정 가격을 깎을 수도 없다.

이와 관련, 검찰은 전씨 장남 재국(55)씨 소유인 경기 연천군 허브빌리지의 경우 두 번의 공개입찰에도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수의계약으로 매각 방식을 바꿨다. 현재 매각 예상 가격은 190억 원이다. 처음 감정가인 300억 원에 훨씬 못 미치는 액수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업체마저 허브빌리지에 포함된 농지 취득 절차로 어려움을 겪다 계약이 무산되자 후순위 대상자와 다시 협상을 벌이는 등 처분에 애를 먹고 있다. 캠코 관계자는 "통상적인 체납압류재산의 경우 감정가액의 50%까지 가격을 내려 공매를 진행하지만 전 전 대통령 재산은 별도 절차로 공매가 의뢰된 점을 고려, 향후 검찰과 협의를 거쳐 공매 가격이나 일정을 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처남 이창석 소유
현대아파트는 고가 낙찰

경매 시장에서 전씨의 부동산은 ‘껍데기’라 불리며 인기가 없지만 처남 이창석씨 소유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지난 16일 첫 경매에 나와 고가에 낙찰됐다.
한 경매 전문업체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76동 704호로 전용면적 245.2㎡, 감정가 31억원이다. 1회차 경매에서 감정가의 110%인 34억1100만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이 아파트는 지난 5월 1순위 근저당권자인 저축은행에 의해 임의경매가 신청됐다. 경매개시 결정 이후 소유자 이창석씨가 전씨의 처남이자 재산 관리인 등으로 알려지며 해당 경매 사건이 유명세를 탔다.

이날 경매에서는 8명이 응찰, 34억1100만원으로 최고가를 써낸 법인사업자가 낙찰받게 됐다. 2위는 34억300만원, 3위는 33억3100만원을 각각 써내 낙찰자와 2등의 격차가 800만원(감정가 기준 0.25%) 차이밖에 안 나는 초접전을 벌였다.
낙찰 금액은 경매 비용으로 1500만원 정도가 우선 소요되며 1순위, 2순위 근저당 및 지방세로 추정되는 강남세무서 압류 등에 배당이 되고 나면, 소유자인 이창석씨에게 돌아가는 배당액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씨 소유의 제주도 서귀포시 소재 최고급 별장도 지난 4월 경매에 나와 감정가의 95.9%인 13억4300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전두환 범종
소송해서라도 가져와야

한편 최근 ‘전두환 범종’이 때 아닌 주목을 받고 있다. 전씨는 상무대가 광주에 자리 잡고 있을 때인 1981년 상무대 군종교 시설인 무각사를 방문, 자기 이름을 새긴 범종을 기증했다.
이 종은 1994년 상무대가 장성으로 이전한 이후에도 광주 5·18기념공원 내 사찰인 ‘무각사'에 그대로 보관됐다. 광주시는 무각사 시설 소유권을 군에서 받은 만큼 범종의 소유 권한도 넘겨받았다며 반환을 요청했지만 군은 이를 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광주 광산을) 의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폴인사이트에 의뢰, 15일부터 17일까지 광주에 거주하는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벌인 '전두환 범종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나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씨 범종 처리에 대한 질문에 '소송을 해서라도 찾아와야 한다'고 답한 시민이 67.3%로 가장 많았다. 광주 시민 67%는 소송을 해서라도 '전두환 범종'을 찾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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