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친노에 냉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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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전대 계파 갈등 다시 수면 위
친노 문재인 의원 당권 장악 여부가 관전포인트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지난 12월 30일 마감하고 본격적인 전대 레이스에 돌입하면서 누가 야권의 당권을 쥐게 될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오는 2월 8일 전대에서 새 당대표를 뽑는다.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된 지 꼭 7개월여 만이다. 문재인 의원과 박지원 의원이 ‘빅2’로, 이인영 의원이 양강 구도에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이달 29일부터 진행된 후보 등록 결과 당 대표에는 박주선 박지원 조경태 이인영 문재인 의원 등 총 5명이 도전했다.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자리에는 오영식 전병헌 주승용 문병호 유승희 이목희 정청래 의원과 노영관 수원시 의원,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등 9명이 경쟁을 벌이게 됐다. 이들 가운데 당 대표 후보 중 3명, 최고위원 후보 중 8명만이 2015년 2월 8일 열리는 전당대회에 참석하게 된다. 새정치연합은 내년 1월 7일 당 중앙위원회 선거를 통해 결선 무대에 진출할 이들을 가리는 컷오프를 실시한다.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들은 내년 1월10일 제주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합동연설회를 진행한다. 이번 새정치연합 전대의 최대 쟁점은 계파청산이 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당심 확보를 위한 각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차기 당대표는 당선 직후 치를 4월 보궐선거에서 1차 평가를, 이듬해인 2016년 총선에서 본 시험을 치러야 한다. 특히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 또다시 참패할 경우 당대표 직도 크게 흔들릴 공산이 크다.
문재인 의원이 출마선언과 함께 총선에 대해 “기필코 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고 강조한 것도,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당대표직 유지가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새정치연합의 대통령 선거 후보였던 정동영 상임고문의 행보가 전대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야권에 새정치연합을 대신할 수 있는 ‘제3 신당’이 만들어지느냐, ‘호남권 신당’이 새롭게 꾸려지느냐 등이 정동영 신당의 선택지로 풀이된다.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 등 합류 세력의 무게감에 따라 정동영 신당의 성패가 달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관건은 새정치연합이 당대표 선거 후 얼마나 새 체제가 안착되느냐 여부로 모인다. 기존 야권의 판이 흔들려야 후발 신당이 누릴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정동영 신당은 성공하기 어렵다. 안철수로도 안 됐던 것이 신당”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야당 내부 불안정성 더 커질 가능성

새정치연합의 2·8 전당대회는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간 계파전쟁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다크호스’로 꼽힌 김부겸 전 의원이 지난 12월 28일 불출마를 공식화함에 따라 친노 수장 문재인 의원과 박지원 의원의 양강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대는 친노와 비노 간 갈등이 심화되는 구도의 선거가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야권 일부에서는 친노계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친노계가 확실하게 문재인 의원 쪽으로 다 붙어 정치세력화를 도모할 것이란 이야기다. 이를 통해 문 의원을 대통령으로 강하게 밀고나가는 대오를 형성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전대 과정에서 당내 불안정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야권 내부에 적지 않다.

결국 문 의원을 중심으로 계파 자체가 구분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번 전대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벌써부터 전대와 관련해 친노냐 비노냐 하는 식의 구분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게 그 근거다. 이에 친노를 대변하는 문 의원이 당권을 얼마만큼 장악하느냐가 관전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문 의원이 출마를 결심한 이상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를 중심으로 계파의 한 축이 되고 있기 때문에 누가 이에 경쟁할지가 관건이 되는 구조다. 일부 전문가들은 친노 수장인 문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약화된 구 민주당을 비롯해 범 야권에서는 친노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아 비노의 승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야권 안팎에서는 현재 국민정서상 친노가 불리할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향후 여권과의 정치적 파워게임을 고려할 때 친노가 당권을 쥐는 게 득일 수 있지만 이미 야권을 지지하는 민심은 친노에 냉소적인 반응이라는 점에서 친노의 당권 장악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노와 비노간 갈등이 전대 이후 경우에 따라 탈당과 신당창당 이라는 후폭풍을 낳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호남 구주류의 맹주인 박 의원은 “(특정) 계파의 독점을 깨겠다”면서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문 의원과 함께 ‘양강’으로 분류되는 박 의원은 친노 중심의 계파 갈등 청산을 제 1의 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비노계는 박 의원의 이 같은 입장에 지지를 보내고 있어 전대 이후 계파 갈등 증폭은 불가피해 보인다.

친노와 비노 양 계파는 이번 전당대회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새 당 대표는 오는 2016년 차기 총선의 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특히 비노 진영은 배수의 진을 치고 이번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는 각오다. 당 대표 중심의 계파는 추후 야권의 주도세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비노진영은 과거 민주당의 정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당권 장악이 필수다.

전당대회의 판도를 가를 변수도 적지 않다. 당내 움직임은 이미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안갯속이다. 전당대회의 변수로 꼽히는 부분을 살펴보면 △일각의 요구에 따라 빅3 중 일부가 불출마로 돌아설 가능성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김부겸 전 의원의 출마 급선회 가능성 △ 비노 중심 여타 주자들의 단일화 가능성 등이 있다. 이 때문에 오는 27~28일 후보자 등록까지는 내부 눈치싸움이 극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의원은 “당내에 빅3 계파간 대결과 친노·비노 대결로 가는 전대는 당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움직임들이 생긴 것 같다”면서 “선배인 유인태 의원이 긴급 호출해 봤더니 그걸 막자는 움직임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친노계 견제 위해 비노계 합종연횡 본격화

친노계를 견제하기 위한 비노계 중심의 합종연횡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초재선그룹 ‘더좋은미래’와 486 진영의 지지를 받는 이인영 의원도 이날 당권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당의 주도세력과 오래된 리더십의 교체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니어들만이 아니라 주니어들의 리더십 시대를 열 것”이라고도 했다. 다분히 빅3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비노계 김영환·박주선·김동철 의원도 이날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와 함께 당권 경쟁이 문재인·박지원 의원의 양강 구도로 굳어지면서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 세력의 정면대결에 따른 계파 갈등이 현실화하자 야당 내부에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는 문희상 의원의 출사표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출마선언문에 계파를 네 번 언급하는 등 당내 갈등 우려를 불식하는 데 공을 들였다.

문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당을 살리기 위해 몸을 던질 것을 결심했다”며 “당의 변화와 단결을 이뤄내 더 이상 패배하지 않는,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반면 친노진영 내부에서는 오래전부터 차기를 위해서라도 문 의원이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쟁자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는 모두 재선에 성공하면서 행정능력을 검증받았지만, 문 의원은 대선 패배 이후 정치적 입지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박 의원과 문 의원 양강 후보들이 신년을 맞아 내세운 '당명 교체' 카드도 눈길을 끈다. 당명교체가 향후 야당의 지형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관심이 적지 않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을 끌어안기 위한 당대표 후보들의 선택이 오히려 당내 갈등을 점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새해를 맞아 나란히 광주 '무등산 기싸움'을 벌인 박지원·문재인 의원는 '민주당' 혹은 '새정치민주당'을 새로운 당명으로 내걸며 호남 민심을 자극했다.

박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당명부터 민주당으로 바꾸겠다”고 했고, 문 의원도 “안철수 전 대표 측 양해를 얻어서 더 적합한 ‘새정치민주당’을 공약으로 내세우려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이라는 당명은 호남의 맹주로 군림해온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배지를 단 정당이다. 여러차례 당명이 변경됐으나 ‘민주당’이란 이름으로 통칭되어 왔다. 때문에 전대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이 과거로의 회귀를 꾀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분분하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산 선고로 입지가 좁아진 진보진영의 상황을 고려하면 전통 지지기반인 호남표 결집이 필수다. 보수진영의 표를 더 끌어와야 내년 총선에서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 전대를 앞두고 후보자 간 구도 변화도 관심이다. 현재 ‘친노계’(친 노무현계)와 ‘비노계’로 양분된 당내 계파갈등이 7일 예정된 3인 컷오프 이후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 현재 당대표 본선진출자 마지막 자리를 두고 경합 중인 이인영·박주선·조경태 의원이 경선 과정에서 독자 행보가 아닌 '비노계'로 통합될 경우다. 이렇게 되면 당내 계파갈등은 ‘강 대 강’ 구도로 짜여지게 된다. 전대 이후 계파갈등에 다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2·8 전당대회가 계파 간 대결 구도로 치러지는 양상에 대해 안철수 의원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지난 연말 안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전대는 혁신과 변화의 경쟁이 돼야 하고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며 “계파 구도로 가는 건 옳은 방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지난 12월 26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 같은 입장에 공감대를 이뤘다는 점도 강조했다.

안 의원은 이날 회동에 대해 “박 시장님과 이번 전대가 변화와 혁신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고 또 뽑히신 대표께서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개혁을 과감하게 단행했으면 좋겠다는 데에 뜻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대를 계파 경쟁 구도가 아닌 혁신 경쟁 구도로 만들어 가는 게 두 후보를 포함한 전대에 출마할 분들, 또 당 지도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혁신 경쟁의 방안으로는 “당 대표 출마자뿐 아니라 최고위원 출마 뜻을 밝힌 분들 모두 혁신안을 내놓고 이를 실천할 구체적 방안, 의지를 표명하며 치열하게 경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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