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재도전 궤도 이탈 ‘위험한 정거장’인가

당권 도전 쭻 대선 직행, ‘죽음의 덫’ 될 수도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친노 프레임’이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친노 수장인 문재인 의원이 전대 출마를 선언하면서 ‘문재인 대세론’을 무너뜨리기 위한 비노계의 전략이다. 이는 새정치연합 내에서 지속되어왔던 사안이다. 겉으론 ‘혁신’을 외치면서 내부적으론 ‘계파갈등’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새정치연합은 계파갈등으로 망한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비노에서 ‘문재인 불출마’를 요구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프레임이 오히려 새정치연합의 유력 대권후보를 죽여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얘기다. 결과적으로 문 의원의 당권 도전에 갖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 정대웅 기자

“문재인 의원은 야당이 지켜야 할 대선 후보다. 그러나 문 의원이 당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양날의 칼이 되고 말았다. 독이 든 성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사들은 문재인 의원이 전대 출마한 이상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 의원이 당권에 도전하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오히려 문 의원의 대권에서 이탈할 것이란 분석이다. 당장 당권 도전에 실패하면 문 의원의 대권 행보도 물 건너가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문 의원이 당권을 잡더라도 그를 중심으로 당 권력을 재편할 가능성이 높음에 따라 야당이 가지고 있는 계파갈등이 폭발하고, 야당 분열과 함께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비노, 친노 해체 글쎄!

이런 주장은 친노와 비노에서 모두 제기되고 있다. 특히 비노에서는 문 의원이 당권을 잡으면 ‘신당창당’이 힘을 받는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정동영 상임고문이 국민모임에 합류할 의사가 있는 이상 문 의원의 당권 도전은 신당 창당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모임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 오차범위 내에서 새정치연합과 정당 지지도를 다투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먼리서치가 최근 전국 성인남녀 1,5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모임 신당 관련’ 여론조사에서 신당에 대한 정당지지도가 18.7%를 기록한 반면,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의 정당지지도는 21.1%였다. 문 의원이 당권 장악에 성공하면 신당창당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비노계 내에서는 “전당대회 전부터 ‘신당창당’을 거론하면서 문 의원을 견제해왔다. 이 과정에서 국민모임이 신당창당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힘에 따라 얼마든지 ‘비노’ 인사가 탈당을 해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문 의원이 당권 도전을 선언한 것은 결과적으로 당이나 문 의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이런 비노계의 시각은 문 의원에게 당권과 대권을 헌납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에서는 ‘문재인 불출마론’이 불거져 나왔다. 당내 계파갈등과 분당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대부분의 의원들이 “당을 위해서…”라며 문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했다. 문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연판장까지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문 의원 측 반응은 강경했다. 문 의원은 비노계가 구축하고 있는 ‘친노 프레임’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문재인 계파는 없다. 만들지 않겠다’ ‘친노 해체’, 이런 식의 선언이라도 하겠다”고 언급했다. 당의 큰 과제인 계파 청산으로, 문 의원은 공천제도 개혁을 통해 당을 혁신하겠다는 복안이다. 그가 계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따라서 당권을 잡는다면 친노부터 공천 혁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친노를 중심으로 이해찬, 한명숙 의원 등의 정계은퇴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문 의원이 당권을 장악하는 데 비노의 견제를 받는 친노 인사들이 대거 백의종군을 통해 문 의원을 좀 더 자유롭게 해줄 수 있다는 게 야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비노계에서는 ‘친노 계파 해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비노계 의원실 한 보좌관은 “공천 때마다 늘 중진 의원들에 대한 ‘공천 물갈이론’이 불거졌다. 20대 총선에서도 불거질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친노 인사들이 정계은퇴를 하더라도 문 의원이 자신들의 참모를 챙길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 대선 때 참모였던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공천을 받기 위해서 당권 도전을 강력히 주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문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선 것은 그가 당권 도전에 실패하거나 당대표 과정에서 상처를 받더라도 안희정 충남지사라는 좋은 카드가 있다. 따라서 친노 계파 해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친노 계파 해체를 명분으로 내세워 이른바 친노 물갈이를 통해 친노 참모들을 전진 배치할 수도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조기 낙마 가능성 대두

이 뿐만 아니다. 더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친노계 내부에서는 ‘문재인 당권 장악’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역대 야당 당 대표들이 조기사퇴하는 경우가 번번히 발생했던 만큼 문 의원도 이러한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는 친노 측이 여전히 문 의원의 당권 출마에 따른 조기 낙마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문 의원이 당권을 잡으면 가장 먼저 4월 재보선 성적표를 받게 된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4월 재보선 지역은 야당 강세 지역이다. 재보선에서 패배한다면 문재인 체제는 시작부터 흔들리게 될 것”이라면서 “더구나 20대 총선에서도 기대에 미치치 못하면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는 크게 훼손될 뿐 아니라 비노계의 대권후보인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급격히 힘이 쏠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문 의원이 당권에서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친노에 대한 당내의 부정적 평가가 재확인 된 것으로 봐야 한다. 친노계는 급격히 퇴조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비노계가 전면에 나선 채 그들이 어떻게 당을 운영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더구나 친노가 새 지도부 흔들기를 시도할 경우 친노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문 의원의 당권도전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갖가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이에 문 의원도 대권도전을 위해 당권도전이라는 카드를 덥석 물었다. 당권 도전이 양날의 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 문 의원은 스스로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과연 문 의원이 대권 재도전 열차를 타고 직행할 수 있을지, 아니면 대권 재도전 열차에서 중도하차하게 될 것인지 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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