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수 부사장 “계열사 통해 무한 지원했는데…”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GS에너지 자회사인 GS플라텍의 경영을 맡고 있던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사진)이 지난 연말부터 플라텍의 모든 경영에서 물러났다. 허 부사장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으로 허만정 GS 창업주의 다섯째 아들인 허완구 승산 회장의 장남이다. 특히 허 부사장은 지주사인 GS 지분을 오너 일가에서 허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가진 인물이라 주목받기도 했다. 이에 허 회장과 일가 친척들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지에 대해 재계의 의구심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완전자본잠식 이어가는 플라텍 대표이사 교체
2대주주인 개인회사와 관련부실경영 책임론도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GS플라텍에서 2년 만에 손을 털었다. GS그룹에 따르면 GS플라텍은 지난 연말 대표이사를 GS에너지 감사실 부장을 지냈던 오명진씨로 교체했다. 동시에 2년간 수장으로 있던 허 부사장은 GS플라텍 대표이사 및 등기임원직에서 모두 물러났다.

앞서 허 부사장은 2012GS에너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GS플라텍 대표이사를 겸임했으나 이번 인사로 GS에너지에만 적을 두게 됐다. 허 부사장이 GS에 발을 들인 것은 2007년으로 GS홀딩스에서 사업지원담당 상무를 맡았으며 2010년에는 GS에서 사업지원팀장 전무를 지냈다. GS 3세 중 막내뻘이지만 장손이 아니면서도 5년 만에 계열사 부사장과 대표이사를 맡는 등 상승 속도가 놀랍다.

허 회장 장남보다
지주사 지분 많아

사실 허 부사장이 더욱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GS 지분 보유량 때문이다. GS 오너 일가에서 허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GS 지분을 많이 가진 인물은 허 회장의 자녀들이 아닌 허 부사장이다. 허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상무와 장녀 허윤영씨가 보유한 GS 지분은 각각 0.48%, 0.34% 등 소수점대로 미미하다.

이에 반해 허 회장과 허 부사장이 보유한 지분은 각각 4.66%, 4.33%로 오너 일가 내 최상위권일 뿐 아니라 GS의 최대주주와 2대주주를 달리고 있다. GS 지분을 가진 친척들이 허 회장과 허 부사장을 포함해 총 49명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일례로 GS그룹의 장손이자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 허준홍 GS칼텍스 상무의 지분도 1.64%에 불과하다.

물론 허 회장과 허 부사장이 같은 3세대라도 나이 차이가 스무 살이나 벌어지는 것 역시 눈길이 쏠리는 요인이다. 타 그룹에 비해 GS가 지분증여 등 승계준비 면에서 미약한 점을 고려할 때 4세 후계구도로 넘어가기 전 허 부사장이 부상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허 부사장은 GS플라텍의 2대주주인 위너셋의 오너이기도 하다. 위너셋은 현재 중국 내 석유화학사업을 총괄하는 회사지만 모태는 승산산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승산산업은 백화점 및 리조트 사업으로 몸집을 불린 LG 의 친족기업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위너셋은 25년 전 LG그룹 내에서 LG백화점 안산점을 위탁 운영하다가 데이콤 인수전과 곤지암리조트 사업 등에 손댔고 이를 모두 같은 계열사에 매각했다. 지금은 GS아로마틱스라는 자회사 지분을 인수해 중국에서 석유화학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 아로마틱스 역시 허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위너스는 석유화학 사업을 총괄하고 아로마틱스는 실질적으로 석유화학 제품 및 원료를 생산하는 식이다. 또 아로마틱스는 GS칼텍스의 윤활유 판매를 대행하는 등 같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설립자 명단에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도 이름을 올렸다.

이렇게 불린 매출로 위너스와 아로마틱스의 지분가치도 증가하면서 GS 의 재산 증식에 한몫하는 형국이다. 실제로 위너스는 중국 석유화학사업에 손댄 후 매출이 100배나 뛰었고 지분가격도 4.5배 증가했다.

무한지원에 피 본
칼텍스·에너지

이러한 위너셋이 GS플라텍의 2대주주로 있는 만큼 위너셋의 최대주주인 허 부사장이 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앞서 GS플라텍이 GS에너지로부터 하염없는 자금지원을 받은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본래 GS플라텍의 전신인 애드플라텍은 에너지 폐기물을 처리하는 회사로 2010GS그룹으로 편입됐다. 당시 GS칼텍스와 위너셋이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지분 67%160억 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 직후부터 현재까지 한 번도 수익을 내지 못한 것은 물론 차입금과 유상증자를 받기에 바쁘다.

세부적으로 보면 GS칼텍스는 플라텍에 2010년 장기차입금 40억 원, 2011년 단기차입금 73억 원을 들였다. 이후 GS에너지가 지분을 넘겨받은 후 2012년 플라텍이 실시한 유상증자 134억 원 중 신주 84억 원을 인수했다. 2013년에만 7차례에 걸쳐 차입금 330억 원을 지원하면서 밑 빠진 계열사에 무한 물 붓기부문에서 새로운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럼에도 완전자본잠식을 이어가던 플라텍은 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대표이사 교체에까지 이르게됐다는 분위기다. 게다가 허 부사장이 최대주주인 위너스가 플라텍의 2대주주인 연유로 지나친 계열사 지원을 일삼았고 손실로 귀결됐다는 점에서 부실경영 책임론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허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상무나 일가의 장손인 허준홍 상무보다 많은 지주사 지분을 보유한 허 부사장이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상황이라며 이는 단순한 책임론을 넘어 자칫하면 오너 일가의 영향력 싸움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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