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더 이상 후퇴는 없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인적쇄신 부담 안기보다 안정 도모 선택
지지율 반등 조짐…국민과 직접 소통하며 경제 올인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이 12일 오전 열렸다.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어수선하던 정국을 일단락하고 집권 3년차 국정 청사진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정윤회 문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추락을 거듭하던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도 반등할 태세다.

j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5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8,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38.4%, 부정 평가는 55.1%였다. 이 시점까지만 해도 다른 조사에서도 국정운영 지지율은 40% 벽을 넘지 못했다.

특히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에게 80%대의 몰표를 줬던 대구와 경북의 민심도 사나웠다. 대구 민방 TBC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대구와 경북 일반인 1,800명과 여론주도층 2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일반인의 긍정 평가는 49.5%에 그쳤다. 여론주도층의 경우도 긍정 평가가 48.1%로 엇비슷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반등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갤럽이 새해 첫째 주(6~8일 3일간) 박근혜 대통령 직무 수행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40%로 3주 전인 지난해 12월 셋째 주 대비 3% 포인트가 상승했다. 취임 이후 최저치(37%)에서 벗어나고 있는 셈이다. 종편 채널 MB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12월 마지막 주 조사에서도 긍정평가가 44.8%, 부정평가가 49.6%로, 긍정평가가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운영 지지율 40% 회복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세로 돌아선 데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세 가지 원인을 꼽는다. 지난 연말 정국을 달궜던 비선 실세와 청와대 핵심 측근들의 인사 전횡 논란이 어느 정도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데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고정 지지층을 결집시켰고,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관계 변화 조짐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란 분석이다.

청와대도 이런 기류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서민생활을 중심으로 한 경제 활성화, 핵 문제를 포함한 남북관계 개선 등에 3년차 국정운영의 초점을 맞춰 전략을 짜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귀띔이다.

박 대통령이 12일 신년 회견 때 기자들과의 문답에 앞서 15분 가량 신년구상을 밝히면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대북 제안, 경제활성화 대책 및 구조개혁 추진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도 이런 기조 때문이다.
청와대의 이런 자세는 더 이상 정치나 시민사회단체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사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잇달아 터진 인사 파동과 지난해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

정권의 책임이 없지 않지만 야당의 무차별 정치공세, 시민사회단체의 정치 개입, 여기에 편승한 종합편성 채널 등의 과잉보도 탓도 컸다. ‘정윤회 문건 파동’ 역시 일부 언론과 야당의 공격으로 허구가 진실처럼 보도되거나 실체보다 부풀려진 측면이 많다.

청와대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인적쇄신론도 국정 정상화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시각이다. 특히 내각의 경우 대대적인 개각을 시도할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가 큰 부담이 된다. 또 사람을 바꿨다고 해서 과거보다 일을 잘 한다는 보장도 없다. 청와대 참모진도 마찬가지다.

장관 바꾼다고 일 더 잘하나

특히 청와대는 박 대통령 임기 5년 가운데 3년차인 2015년이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유일한 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4월 재보궐선거 외에는 큰 선거가 없는 만큼 박 대통령이 정치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강력한 국정운영 드라이버를 걸 수 있는 한 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경제살리기와 남북관계 개선, 공무원연금개혁 같은 국정과제들을 수행하기 위해선 정치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일찌감치 “개헌논의는 경제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쐐기를 박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규모 개각을 하게 되면 인사청문회가 경제의 블랙홀이 될 수 있는 까닭에 청와대 인적쇄신에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

다만 집권 1, 2년차에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는 승부수는 있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승부수는 아무래도 남북정상회담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집권 3년차 증후군’을 앓던 시점인 2000년 6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국정운영의 활력을 되찾은 바 있다.

현시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박 대통령의 승부수가 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민들의 관심이 그만큼 뜨겁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3일과 4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10명 중 7명 이상의 국민이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박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회담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이 72.6%인데 비해, ‘반대한다’는 견해는 16.6%에 그쳤다.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4배 이상인 셈이다.

때맞춰 남북정상회담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새해 첫날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신년사 육성연설에서 “북남 사이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하여 끊어진 민족적 유대와 혈맥을 잇고 북남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며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박 대통령도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긍정적인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청와대 신년인사회에 다녀온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지만 박 대통령은 남북문제와 북측의 정상회담 관련 제안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생각을 가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먼저 손 내밀어

박 대통령은 그동안 남북정상회담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다. 취임 후 발언에서도 나타난다. “지금 당장은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2013년 5월 미국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2013년 11월, 프랑스 르 피가로 인터뷰)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시대 준비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회담을 위한 회담이 돼서는 안 되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회담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남북관계의 활로가 보이지 않는 지금은 박 대통령의 인식도 많이 달라진 듯하다. 특히 국민들이 큰 관심을 갖는 이 문제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먼저 손을 내민 만큼 보다 전향적인 입장으로 선회할 전망이다. 물론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 많은 난관을 거쳐야 한다.

박 대통령의 집권 3년차 국정운영 성공을 좌우할 변수가 하나 있다. 여권의 내부 결속 여부다. 지난해 연말 친박계의 대규모 오찬 회동을 신호탄으로 연초부터 새누리당 내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점화되고 있다. 이에 맞서 차기 대권주자인 김무성 대표는 그 동안의 ‘저자세 모드’에서 벗어나 당내에 자기 사람을 심는 활동을 재개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문제를 놓고 김 대표와 친박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공개석상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심상치 않은 MB(이명박 전 대통령)계의 움직임에도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MB 정부 때 역점사업이던 해외자원 개발에 대한 국정조사는 신-구 정권 충돌을 가져올 뇌관이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현 정권이 유신정권으로 회귀하는 것 같다”며 도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새해 국정운영의 초점을 내부 단속과 경제 살리기, 국민과의 직접 소통, 남북관계 개선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과거 정부 시절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한 인사는 필자에게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려면 국정운영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도 국민과의 직접 소통과 남북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하는데 문서에 의존하면 안 된다. 장관들과도 대화를 충분히 하고 당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첩에 치중하고 사적 라인의 보고에 의존하는 인사 시스템은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국정운영은 개방적으로 해야 한다. 국민을 상대로도 1년에 몇 차례씩 소통을 하는 기회도 가져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에는 무조건 응해서 북한의 생각이 무엇인지 들어야 남북관계가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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