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올해 시장 변수될 것”
 
부푼 기대를 안고 출발한 새해였지만 주가는 기운을 못 차리고 있다. 주가의 부진은 유가 급락과 그리스 정정 불안에 따른 유로존의 위기감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신년의 기대감이 반영되는 1월 효과를 입에 올리기에도 머쓱한 상황이다. 올 한해를 관통하는 최대 이슈는 단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말미암아 세계 경제는 요동치게 될 것이고 각국 금융시장은 변동성이 큰 상황에 내몰릴 것이 거의 확실하다. 
 
시장 유동성 축소·거품 제거될 시기
경제 핵심 키워드 ‘각자도생’ ‘채무축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왜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변수인가, 그 영향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그리고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은 무엇일까 하는 점이 올해 투자자들이 가장 유념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전 세계 경제를 흔드는 주요 변수가 되는 이유는 일차로 미국의 달러가 전 지구적으로 통용되는 대체불가의 기축통화이고 원유결제의 유일한 기준 화폐이기 때문이다. 또한 늙은 호랑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이며 글로벌 차원의 군사작전수행이 가능한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금리인상은 미국 내에만 국한된 통화정책이 아니라 달러의 영향을 받는 전 세계 경제에 엄청난 변동성을 불러 오는 정책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 변동은 곧장 전 지구적인 플러스 혹은 마이너스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올해가 막 시작된 현재 시점에서 볼 때 세계 경제는 미국의 회복과 나머지 국가의 부진으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으며 여기에 유가하락에 따른 산유국의 재정적 곤란이 더해진다. 유로존은 이미 디플레이션 초기단계에 진입하고 있으며 이 악몽에서 벗어나고자 유럽중앙은행은 다시금 양적 완화 카드를 빼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인위적 엔저에 의한 수출 환경 개선을 꾀하고 있으나 최종적으로는 실패할 것이고 끝내 장기침체의 고리를 끊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위시한 신흥국은 유로존의 침체에 따른 수출환경 악화로 지지부진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이를 극복하고자 내수 진작에 총력을 기울이겠지만 부동산 거품과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침체 극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석유수출기구(OPEC) 회원국이 아닌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의 산유국은 유가하락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재정파탄과 디폴트 상태에 빠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OPEC회원국 역시 미국 등의 셰일가스 생산 증가의 영향으로 유가 상승을 바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재정 역시 위태로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암울한 글로벌 경제 상황 하에서 마침내 미국이 서서히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빼드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달러화의 미국으로의 귀환을 의미한다. 즉 선진국과 신흥국 간 금리 스프레드 때문에 전 세계 각국으로 흘러 나갔던 달러화가 미국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구 상 어느 국가보다 미국의 신용도가 양호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1970년대의 오일쇼크, 일본의 장기침체를 야기한 1980년 후반의 플라자합의, 우리에게는 IMF사태로 각인된 1990년대 후반의 동아시아 외환 사태, 가장 최근의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등이 직간접적으로 모두 미국의 금리와 달러 정책과 연결되어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모든 사건의 최종적인 결과는 미국 경제의 극적인 반전과 상대국 경제의 초토화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디플레이션 우려 
 
이제 세계 각국은 앞으로 벌어질 미국의 금리인상과 그로 인한 자국의 경제적 변동을 예측하며 불안한 눈길로 미국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전통적으로 한차례 대규모 상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 차례에 걸쳐 꾸준히 상승해 5~6%대까지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은 미국 외의 다른 국가는 금리를 적어도 8%대까지 끌어올려야 함을 의미한다. 자국에 들어와 있는 외화의 반출을 억제하려면 리스크를 감안하여 2% 이상의 스프레드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의 인상은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소 상이하게 나타나겠지만 일반적으로 시중 유동성의 축소, 거품 제거, 부채 부담의 증대 등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한 나라의 총부채규모를 축소시키는 조치를 선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 그런데 세계 각국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극적으로 증가시킨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상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처지로 내몰려 있다. 현실적으로는 디플레이션 우려를 덜어내기 위한 확장적 금리정책이 필요한 시점인데 미국의 금리인상에 발맞추어 고금리정책으로 전환해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우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는 6월부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가 시작됨과 동시에 우리 역시 금리인상을 시작할 것이다. 금리인상이 늦어진다면 채권과 주식시장에 들어와 있는 2000억 불 이상의 외국계 자금이 이탈을 시작할 것이고 이는 곧 우리 채권 및 주식시장이 급격한 변동에 휩싸임을 의미한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답보하고 내수경기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아 가는 것 역시 넓게 보아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새해, 우리의 해법은 마땅히 디레버리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출구전략에 따라 하반기 대출 금리는 상승할 것이고 한계상황에 도달한 경제주체부터 차례로 무너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채무를 축소하는 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야 한다. 소나기야 슬쩍 피할 수도 있겠지만 폭풍우가 몰아칠 때는 아예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일부에서 올해 우리 경제의 키워드로 ‘각자도생 (各自圖生)’을 꼽는 것이 농담으로만 비치지 않는 이유이다. 
 
전진오 굿세이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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