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남매의 난’은 음해세력이 만든 오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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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동생 박근령 육영재단 전 이사장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육영재단 사태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했다. 육영재단 사태는 육영재단의 운영권을 놓고 박 전 이사장과 동생 박지만씨가 분쟁을 벌이는 것으로 이른바 ‘남매의 난’으로 불린다. 하지만 박 전 이사장은 ‘남매의 난’이라는 호칭에 대해 “여론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박 전 대표와의 관계도 일반에게 알려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박 전 이사장의 언니인 박 전 대표가 음해세력들에 속아 자신을 오해한 것일 뿐 실제는 불편한 사이가 아니라고 박 전 이사장은 말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가문의 뉴스메이커로 낙인찍힌 박 전 이사장은 [일요서울]을 만난 자리에서 “나를 둘러싼 많은 여론들에 대해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참고 살았다. 이제는 모든 진실을 하나 둘씩 밝혀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며 지난날의 답답함을 드러냈다. 박 전 이사장과 그의 남편인 신동욱 교수를 통해 육영재단 사태의 내막, 형제들과의 관계, 결혼이야기 등에 대해 들어 봤다.

박 전 이사장은 그동안 언론을 기피해왔다. 무심코 기자에게 던진 말 한마디가 가족들, 특히 박 전 대표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우려됐기 때문이다. 이런 조심스러움은 주변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박 전 이사장은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 인터뷰에도 응하는 등 행보가 거침없다. 이에 대해 박 전 이사장은 “이제 때가 왔기 때문”이라고 짧게 말한다. 때가 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박 전 이사장은 “그동안은 내가 너무 모르는 게 많았고 또 말해도 괜찮을까하는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불확실했던 많은 부분들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됐고 자신감이라는 것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육영재단 사태의 진실

[일요서울]과 마주한 자리에서 박 전 이사장은 육영재단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이 사건이 박 전 이사장에게 있어 가장 큰 고민거리라는 의미다. 박 전 이사장은 “지금 육영재단 문제는 아주 심각하다. 재단의 이권을 노린 세력들이 결탁해서 나를 몰아내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언론에선 육영재단 사태를 ‘남매의 난’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 사건은 남매간의 싸움이 아니다. 동생 지만이는 지금 음모를 꾸미는 세력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이사장은 서류 뭉치들을 꺼내 보였다. 내용을 살펴보니 그 중엔 박지만씨와 관련된 것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도 박 전 이사장은 그것을 음해세력들이 꾸민 짓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장은 “지만이는 이 일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주변에서 다 부추겨서 따라가고 있는 것일 뿐이다. 내가 전화해도 전화를 피하는 일도 없고 대화할 때 서로 언성을 높이는 일도 없다. 우리 형제는 같은 가정에서 같은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형제간에 서로 죽이려고 음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건 내가 제일 잘 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 교수의 생각은 보다 냉정하다. 신 교수는 육영재단 탈취 세력들의 활동에 박지만씨가 일부 개입돼 있는 증거가 있기 때문에 전혀 무관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신 교수는 “육영재단의 이권 다툼에 동생(박지만)이 개입된 흔적이 곳곳에 보이고 있다. 또 일부 인사들도 그렇게 증언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무엇이 목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동생이 아무것도 모른 채 음해세력들에 휘둘리고 있다고 생각진 않는다”고 말했다.

박 전 이사장의 주장에 따르면 육영재단 탈취음모를 꾸미고 있는 핵심인물은 정모씨다.


육영재단 사태 핵심 정모씨 정체

박 전 이사장에 따르면 정씨가 박지만씨와 박 전 대표를 부추겨 형제간에 이간질을 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이 모든 사건의 배후라는 것이다. 정씨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박 전 이사장과 신 교수도 정씨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육영재단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을 들어보면 정씨는 말하자면 모사의 귀재로 통한다. 일을 꾸미는 능력이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이다. 인터넷 여론을 이용하고 필요에 따라 사람을 포섭하는데 매우 뛰어나다는 게 그에 대한 평가다.

이와 함께 일부에선 육영재단 사태의 배후에 박 전 대표가 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육영재단의 한 핵심인사는 “육영재단에서 박근령 전 이사장을 몰아내고 지금의 사태를 일으킨 배후에 박 전 대표와 박지만씨가 있는 것으로 안다. 직접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이를 증명할 근거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인사는 “박지만씨 뿐 아니라 박 전 대표의 측근들도 이번 사태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육영재단 사태는 이권뿐 아니라 정치적 요소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발생한 것 같다. 이 모든 걸 한마디로 설명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 인사의 발언에 대해 박 전 이사장은 “피를 나눈 형제들이 그럴 리 없다”며 부정했다. 반면 신 교수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그 이상의 말은 아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은 “육영재단의 일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소리다. 그런 일에 일절 개입하지 않고 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조금이라도 연결돼 있다면 세상이 모를 리 없지 않나.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때에 따라선 그런 소문에 강경하게 대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이사장은 자신의 결혼식에 박 전 대표가 불참한 것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박 전 이사장은 “사실 언니는 결혼 직전까지 참석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불참으로 바뀐 것이다. 언니가 불참한데에는 정씨의 음모가 있었다. 정씨가 친박 관련 단체와 언니 측근들에게 악의적인 헛소문을 퍼뜨리는 등 음해공작을 폈다. 그래서 정치인 신분으로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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