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HOT와 함께 최고의 아이돌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젝스키스 출신 멤버 이재진(30)이 군 휴가 도중 행방이 묘연한 사건을 두고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육군 당국이 총력을 기울여 이씨의 행방을 추적 중인 가운데 완전히 종적을 감춰버린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 모른다는 성급한 우려가 그것이다.

특히 이씨가 군 복무 중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지난 2005년 자신이 근무하던 GP 초소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8명의 전우를 살해한 김동민 일병이 이씨의 닮은꼴로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김 일병 역시 부대 적응 실패와 우울증으로 전우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고, 사건을 계기로 비합리적인 군대문화와 부실한 GP 관리 실태에 대한 신랄한 비난을 가져온 바 있는 까닭이다.

물론 김 일병은 자신 안에 내재된 분노를 살인이라는 최악의 선택으로 스스로의 인생을 망쳤고, 이씨는 휴가 중 미복귀 즉 ‘탈영’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비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두 사람을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김 일병을 직접 면담한 범죄학전문가 김상균 백석대 교수는 “두 사람이 스트레스를 외적으로 폭발시키느냐, 안으로 삭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그들이 마음속으로 느꼈을 좌절감과 고통은 일면 상통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내가 만난 김동민은 이미 사건 당시의 충격에서 상당히 벗어난 듯 평온해 보였다”면서 “그는 자신이 전우들을 향해 총을 쏜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지만 딱히 뼈 저리는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 일병은 현재 대법원 판결에서 사형이 확정 돼 육군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김 일병이 군 생활 도중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스타일이었다면 이재진은 훈련소에서 손목을 긋는 등 자해행위를 반복해 군 지정 병원을 오가며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던 것이 눈에 띄는 차이다.

이씨는 2006년 아버지를 잃고 현역 입대 3개월 전인 지난해 5월 어머니마저 간경화로 세상을 떠난 뒤 여동생과 외롭게 살아왔다.

젝스키스가 해체된 뒤 2006년 한 게임개발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친 이씨는 이듬해 터진 병역특례비리조사에 적발 돼 법정소송 끝에 현역으로 재입대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씨는 서류상 직책과 실제 맡은 업무의 내용만 달랐을 뿐 성실하게 회사생활을 했지만 사회적 분위기에 떠밀려 희생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지인들의 설명이다.

한편 육군 공보과에 따르면 이씨의 정확한 혐의는 ‘휴가 미복귀 및 군무이탈죄’다. 육군 관계자는 “20일 현재까지 이씨의 소재를 파악 중이며 이씨가 헌병대에 의해 형사입건되면 군 검찰 조사를 거쳐 처벌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