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당국이 총력을 기울여 이씨의 행방을 추적 중인 가운데 완전히 종적을 감춰버린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 모른다는 성급한 우려가 그것이다.
특히 이씨가 군 복무 중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지난 2005년 자신이 근무하던 GP 초소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8명의 전우를 살해한 김동민 일병이 이씨의 닮은꼴로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김 일병 역시 부대 적응 실패와 우울증으로 전우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고, 사건을 계기로 비합리적인 군대문화와 부실한 GP 관리 실태에 대한 신랄한 비난을 가져온 바 있는 까닭이다.
물론 김 일병은 자신 안에 내재된 분노를 살인이라는 최악의 선택으로 스스로의 인생을 망쳤고, 이씨는 휴가 중 미복귀 즉 ‘탈영’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비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두 사람을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김 일병을 직접 면담한 범죄학전문가 김상균 백석대 교수는 “두 사람이 스트레스를 외적으로 폭발시키느냐, 안으로 삭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그들이 마음속으로 느꼈을 좌절감과 고통은 일면 상통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내가 만난 김동민은 이미 사건 당시의 충격에서 상당히 벗어난 듯 평온해 보였다”면서 “그는 자신이 전우들을 향해 총을 쏜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지만 딱히 뼈 저리는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 일병은 현재 대법원 판결에서 사형이 확정 돼 육군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김 일병이 군 생활 도중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스타일이었다면 이재진은 훈련소에서 손목을 긋는 등 자해행위를 반복해 군 지정 병원을 오가며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던 것이 눈에 띄는 차이다.
이씨는 2006년 아버지를 잃고 현역 입대 3개월 전인 지난해 5월 어머니마저 간경화로 세상을 떠난 뒤 여동생과 외롭게 살아왔다.
젝스키스가 해체된 뒤 2006년 한 게임개발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친 이씨는 이듬해 터진 병역특례비리조사에 적발 돼 법정소송 끝에 현역으로 재입대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씨는 서류상 직책과 실제 맡은 업무의 내용만 달랐을 뿐 성실하게 회사생활을 했지만 사회적 분위기에 떠밀려 희생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지인들의 설명이다.
한편 육군 공보과에 따르면 이씨의 정확한 혐의는 ‘휴가 미복귀 및 군무이탈죄’다. 육군 관계자는 “20일 현재까지 이씨의 소재를 파악 중이며 이씨가 헌병대에 의해 형사입건되면 군 검찰 조사를 거쳐 처벌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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