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라 당해야 한다면 차라리 죽겠다”

(위부터 차례대로) S씨가 2차 조사때 제출한 자필 진술서 · S씨가 작성한 휴대전화 반입 경위서 · S씨의 반성문 · S씨가 허위로 작성됐다고 주장한 C교도관의 근무보고서, 허위사실 제보 등 혐의로 S씨에게 내려진 징벌의결서

범죄자의 교정과 교화를 책임져야할 교도소가 일부 직원들에 의해 비뚤어진 폭력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한 맺힌 주장이 나와 적잖은 파문이 예상된다. 특수절도 혐의로 징역을 선고받은 뒤 만기 출소한 S(38)씨는 교도소에 수감된 3년 전부터 최근까지 ‘기동대’로 불리는 교도소 직원들로부터 부당한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S씨는 “교도소 측이 직원들의 폭행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나를 독방에 가두고, 진술서를 조작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그는 “교도소 측이 독방에서 꺼내주는 조건으로 자신에게 거짓 반성문을 쓰게 했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사건에 연루된 교도소 측과 담당 직원은 S씨의 정신상태를 의심하며 “결코 그런 일 없다”고 펄쩍 뛰고 있어 사건은 진실공방으로 번질 전망이다. 교도소 관계자는 “오히려 S씨가 심하게 난동을 부려 이를 제압했을 뿐 교도관들이 수형자를 폭행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지난 2003년 광주교도소가 한 교도관이 당시 ‘민혁당 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최모(47)씨를 폭행해 한바탕 곤욕을 치른 바 있고, 과거에도 일부 교도관의 부적절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적이 있어 교도소 측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S씨는 “내가 범죄자이기 때문에 모든 부당한 대우를 참아야만 한다면 차라리 죽고 싶다”며 억울함을 털어놓았다.

그는 기자에게 A4용지 300장이 넘는 두툼한 서류뭉치부터 내밀었다. 교도소 안에서 S씨가 직원들과 벌인 2년여의 사투가 고스란히 담긴 증거물이었다.


“폭언에 물고문까지…너무 혹독해”

눈에 띄는 것은 모든 자료가 교도관들의 행위를 정당한 것으로 묘사한, S씨에게 불리한 문건들이라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S씨는 “교도소 측의 협박에 못 이겨 거짓 자술서를 썼고 모든 것은 조작된 가짜 서류에 불과하다”며 “당시 그들이 어떻게 사건을 무마했는지 증명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모두 모아놓았다”고 말했다.

사건은 2006년 질병치료를 위해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S씨가 휴대전화를 몰래 교도소에 들고 들어갔던 것부터 시작됐다. S씨는 당시 제3자의 명의를 빌려 개통한 휴대전화와 충전기를 약상자와 속옷 등에 숨긴 채 교도소에 들어왔다가 ‘거실’(교도소 내 감방을 말하는 은어)에 숨겨둔 휴대폰이 발견되면서 교도관에게 적발됐다. 같은 방을 쓰던 또 다른 재소자가 교도소 직원에게 이 사실을 알린 것이다.

명백한 불법행위를 저질렀기에 교도소 측은 30일의 추가 구류 명령을 내렸고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2006년 9월 8일 첫 번째 폭력이 시작되면서 S씨의 수감생활은 점점 꼬이기 시작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교도관들의 폭행은 시도 때도 없이 이어졌다. 단순히 말을 듣지 않고 태도가 건방지다는 이유에서였다. S씨는 특히 C교도관을 지목하며 “악질중의 악질이다. 그에게 상급자와의 면담을 요구하면 곧바로 발길질과 물세례가 쏟아지기 일쑤였다”고 주장했다.


“조폭 출신, 휴대폰도 내 맘대로”

S씨는 “사실 조직폭력배 출신 재소자들이 간수들과 휴대폰 사용을 놓고 거래를 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간수들은 재소자들을 ‘돈 되는 놈’과 ‘개털’로 가려 상대한다”고 말했다. 일부 교도관들이 몇몇 재소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적잖은 상납금을 챙기고 그러지 못하는 형편의 수형자들은 혹독하게 대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경기도 지역 감옥에서 재소자 여러 명에게 휴대폰을 빌려주고 뒤를 봐주던 교도소 계장이 조사를 받다 자살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S씨는 또 “감옥안에서 교도관들에게 맞아 팔이 부러지는 일은 아주 흔하다”며 “내가 알던 한 무기수는 2년 전 직원들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정도다. 그는 수감생활만 18년 한 최고참이었는데 교도소에서는 이 사실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하려고 수형자들에게 입막음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결국 S씨 역시 참다못해 C교도관을 비롯한 ‘기동대’(군대의 헌병대 같은 역할을 하는 교도소 내 직책) 대원 3명을 폭행으로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S씨는 “당시 인권위원회에 어렵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인권위에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니,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라’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조사가 시작된 뒤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는 게 S씨의 주장이다. 교도소 측은 S씨를 독방에 가둔 뒤 더욱 혹독하게 대우하는 한편, C교도관을 비롯한 직원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시키는 대로 진술서 내용을 고치면 독방 생활을 면하게 해주겠다는 협상도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는 “하도 얻어맞아 온 몸에 골병이 들었지만 치료는커녕 진단서 한 장 떼는 것도 불가능했다”며 “당시에는 맞는 것도 싫고 외로운 독방에 진절머리가 나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S씨가 수감됐던 교도소 측은 그의 주장이 터무니 없는 거짓말이라며 펄쩍 뛰었다. S씨는 당초 A교도소에 수감됐다 휴대전화 불법 소지 사건을 계기로 ‘처우곤란자’로 분류돼 다른 교도소로 이감됐다.


교도소 측 “S씨 3년 전에도 허위사실 제보해”

A교도소 관계자는 “당시 사건 서류들을 다 봤느냐”며 “거기 적힌 그대로다. 담당 직원은 휴대전화를 뺏긴 뒤 난동을 부리는 S씨를 제지했을 뿐이며 어떤 불법행위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S씨가 2006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신문사에 제보했지만 확인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며 “S씨는 허위사실을 언론에 유포하려한 혐의로 실형까지 산 사람이다”고 반박했다.

실제 S씨가 기자에게 제시한 문건 가운데 일부는 2006년 그가 교도소 내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중앙일간지를 비롯한 몇 개의 언론에 제보하려고 해 추가 감치 처분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S씨는 이마저도 억울하다며 직접 변호사를 고용해 재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과자와 교도소가 얽힌 진실공방은 재판으로까지 비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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