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윤간한 병원직원의 욕정

영화 ‘킬빌’의 한 장면, 식물인간 상태로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주인공 우마서먼을 병원 직원이 수시로 강간한다. 물론 영화 속 여전사는 곧 의식을 차리고 멋지게 상대 남성을 물리쳤지만 현실도 과연 그럴까. 현실에서는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최근 우울증과 정신분열로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여성 환자가 아버지 또래의 병원 직원에게 여러 차례 강간을 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병원을 탈출한 피해자였지만 충격은 너무도 컸다. 밤마다 환청과 불안 증세에 시달리다 다른 병원에 다시 입원을 결정한 피해자와 그 어머니의 피맺힌 절규에도 불구하고 용의자로 지목된 병원 직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드러난 피해 사실은 한 두건이 아니었다. 정신병원 안에서 일어난 끔찍한 인격모독의 실체를 <일요서울>이 독점 공개한다.

수개월 전, 김모(26·여)씨는 늦은 밤 누군가의 방문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앓아온 우울증으로 환청에 시달린 그녀의 병명은 정신분열증. 집에서 가까운 40병상 규모의 정신과의원에 입원해 폐쇄 병동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수면제를 처방받고 다른 여자 환자들과 잠을 청하던 김씨의 손목을 끌어 일으킨 것은 정체불명의 남자였다. 비몽사몽간에 그에게 이끌려 병실 밖으로 나온 김씨는 곧 비어있는 다른 병실로 안내됐다. 새까만 어둠 속에 어렴풋이 놓여있는 두 개의 침대. 약에 취해있는 그녀를 비어있는 침대 한편에 앉힌 그는 남은 침대 하나를 끌어다 출입구를 막았다. 도망칠 곳은 없었다. 곧 김씨에게 다가와 침대에 눕힌 남자의 손이 거침없이 그녀의 환자복 사이로 들어왔다.

병원에 근무하는 아버지뻘 직원과 원치 않는 밤을 보낸 김씨. 명백한 강간이었다.


퇴원 후 집까지 찾아와

김씨를 강간한건 병원에서 3개월간 근무해온 보호사 박모(59)씨였다. 보호사는 정신병원에만 존재하는 의료직으로 조무사를 도와 환자를 돌보고 유사시에 그들을 제압하는 임무를 맡는다. 병원에서는 대부분 완력이 강한 남성으로 고용한다.

고등학교 때 처음 시작된 극심한 우울증으로 건물에서 투신까지 했던 김씨는 골반이 으스러져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왔다. 조금만 걸어도 주저앉을 만큼 약해진 몸으로 자신의 몸을 노리는 남자의 완력을 저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악몽은 한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박씨는 김씨를 병원 내 곳곳으로 끌고 다니며 밤낮으로 짓밟았다. 비어있는 병실, 본인의 휴게실, 심지어 병원 옥상 구석에 장판을 깔아놓았을 정도로 박씨의 집착은 대단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병원에서 퇴원해 통원 치료를 받는 김씨의 집까지 박씨가 찾아왔다는 것. 부모가 자리를 비우는 낮 시간을 골라 김씨를 찾은 박씨는 근처 모텔로 그녀를 끌고 가 관계를 가졌다.

김씨가 마침내 악몽에서 벗어난 것은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나서였다.

박씨가 또 김씨의 집을 찾았을 때 연락을 받고 달려온 어머니가 딸을 범하는 박씨를 현장에서 붙잡은 뒤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더 이상의 비극을 막은 것이었다.

하지만 더욱 기막힌 것은 경찰에 잡힌 박씨의 뻔뻔함이었다. 박씨는 “청소를 하기위해 병실에 들어갔을 뿐 아무 일도 없었다” “집으로 찾아간 건 딱 한번 뿐이었다”는 말로 혐의를 부인하고 나섰다. 하지만 경찰은 현행범으로 검거된 박씨의 행적과 일목요연한 피해자 김씨의 증언이 충분히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그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4살 소녀도 피해자

정신병원내에서의 성폭행 피해자는 김씨 뿐만이 아니었다. 전남에 사는 14살 강모양. 강양의 어머니는 지난달 강양이 같은 병원에 입원해있던 최모(31)씨에게 강간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고소장에 첨부된 진단서에는 ‘성폭행으로 인한 자궁 내 임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진단내용이 고스란히 적혀있었다. 이미 지난해 같은 동네에 사는 고등학생 여섯 명으로부터 윤간을 당했던 강양이 정신병원에 입원한 것도 그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맞은편 병동에 입원해있던 최씨는 이른 새벽 당직 조무사가 조는 틈을 타 강양을 불러내 병실 안에서 강간을 저질렀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병실 안에서 다른 입원환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었다.

최씨는 14살 소녀에게 “책임지겠다” “함께 살자”는 등의 말을 서슴없이 했지만 다른 환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그가 같은 병동에서만 4명의 다른 여성 환자와 관계를 맺은 ‘바람둥이’라고 증언했다.


모른다고 잡아떼면 그만

강양을 강간한 최씨 역시 자신은 약에 취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잡아떼고 있다.

그러나 심한 조울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최씨의 범행 수법은 너무도 치밀했다. 병실을 지키는 CCTV가 설치되지 없다는 것은 물론 근무 간호사와 조무사들의 교대시간, 근무 특징까지 줄줄 꿰고 있는 그가 14살 소녀를 강간한 사실을 기억 못할 리가 없다는 것이 담당 경찰의 설명이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곳은 또 있다. 바로 사건이 일어난 담당 정신병원이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몇몇 환자들의 성폭행 사례가 알려져 있지만 병원 측의 직접 대응은 전무한 실태다.

최근 퇴직한 전직 보호사는 “직접 두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 정신병원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폐쇄 병동의 특성상 환자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CCTV는 물론 기본적인 보호수칙마저 지켜지지 않는 병원 안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를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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