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계 내고 전재산 끌어 모아 카지노 사업에 올인 내막

영화 의 한장면

최근 일부 경관들이 업체나 유흥업소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노골적으로 돈을 뜯어내는 등 물의를 일으켜 치안당국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전격적으로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경찰개혁을 실현하고 내부기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지금까지 인사는 서울경찰에 국한돼 있고 인사 인원도 465명 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강남권 경찰서에서만 최대 600명, 서울 전체로는 1000명 이상의 대이동이 점쳐졌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소폭이동’이다. 이런 정도로는 유착관계 근절조치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경찰내부기강 강화조치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시점에 서울 ○○경찰서에 근무하는 현직 경관이 해외 카지노 투자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이 경관은 과거 불법 도박장 단속에 앞장섰던 것으로 드러나 경찰에 대한 배신감을 더하고 있다.

필리핀 현지의 P호텔에 들어설 예정인 카지노사업에 한국 현직 경관이 투자자로 참여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현지 경찰당국과 이민국 등 기관의 협조를 얻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그 결과 필리핀 법인사업자를 내세운 한국인이 P호텔의 객실 4개를 개조해 카지노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당국에 따르면 이 카지노 사업은 호텔 측과 2년 전부터 진행해 온 것으로 계약서와 사업허가서 등 이미 사업을 위한 서류를 모두 갖춰 놓은 상태라는 것이다. 카지노 이름은 G카지노라고 했다.

G카지노에 대해 잘 아는 인물을 수소문 한 끝에 어렵게 필리핀 카지노에서 일했다는 K씨를 만날 수 있었다. K씨는 작년 10월까지 필리핀 카지노에서 일하다 같은 해 11월에 국내로 들어왔다고 했다.

귀국이유는 국내의 다른 직장에 취직을 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K씨는 밝혔다. 그러면서도 K씨는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G카지노 사업자금의 비밀

K씨는 G카지노에 대해 “한국에서 돈 많이 사람이 무턱대로 들어와 하는 사업이 아닌 것으로 안다”며 “필리핀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카지노를 운영해본 사람들 몇 명이 동업해 G카지노를 만든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K씨에 따르면 G카지노는 관광지의 유명호텔 내에 들어설 계획이기 때문에 작은 영세 게임장과는 구분되는 사업이다. 필리핀 뿐 아니라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지노가 적지 않다는 게 K씨의 전언이다.

또 K씨는 “G카지노 사업에 참여한 사람 중 박모씨는 필리핀에 이미 다른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운영하는 카지노의 주 고객은 한국에서 VIP급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카지노를 하려 필리핀으로 오는 사람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투자한다는 이유로 필리핀에 들어와 사업자금을 몽땅 날리고 간다. 사업자금이 바로 도박자금이라고 보면 된다”고 그는 말했다.

K씨는 G카지노의 사업자금에 대해서도 말했다.

K씨는 “G카지노에 여러 명의 투자자가 있다고 들었다. 예전에 사업관련 서류를 공증 받을 때 잠깐 봤는데 7명의 한국인이 투자자로 들어 있었고, 카지노 법인 사업자 대표는 필리핀 사람이었다”며 “사업 자금은 이들 투자자들로부터 나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K씨는 한국 현직 경찰이 사업에 투자자로 들어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이번엔 K씨의 소개로 알게 된 다른 인물과 접촉해 보았다. 필리핀에 머물고 있는 L씨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L씨는 G카지노의 사업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고 있었다.

L씨는 “G카지노 사업은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금을 한꺼번에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래서 투자자들은 돈을 제 3국을 경유해 세탁하거나 환치기 수법 등을 통해 한국에서 돈을 들어오고 있다. 이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모두 외환관리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경관 카지노 진출 배경

현직 경관이 G카지노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 있냐는 질문에 L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그 경관이 누구인지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L씨에 따르면 문제의 경관은 서울 ○○경찰서에 근무하는 C경관이다.

L씨는 “C경관은 G카지노 사업의 실질적인 책임자인 박모씨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C경관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듣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참여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공무원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사업 참여가 아니라 다른 이면계약을 통한 참여일 것”이라고 말했다.

C경관이 투자자로 참여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G카지노의 투자 계약서를 입수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L씨와 전화통화를 하고 수 일이 지난 후 L씨와 다시 통화를 시도했으나 L씨는 “다른 인사로부터 언론에 입 조심하라는 소릴 들었다. 이번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에 C경관을 직접 만나보기로 하고 그를 찾아봤다. C경관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C경관은 자신의 G카지노사업 참여가 노출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C경관은 카지노사업 참여는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씨가 과거 C경관에게 조사를 받은 사실과 C경관의 출입국 사실 그리고 그의 아들이 필리핀에서 박씨 도움을 받아 유학하고 있는 점 등을 확인했다고 밝히자 비로소 카지노사업 참여 사실을 시인했다.

이와 함께 C경관은 현재 퇴직을 계획하고 있으며 퇴직 후 노후준비의 일환으로 카지노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다음은 그와의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 현직 경찰관이 해외 카지노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법적, 윤리적 문제가 있을 것 같다.
▲ 창피한 일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자녀들이 커가고 있고 지금까지 모아둔 재산이라고 해봤자 지금 살고 있는 빌라 한 채가 전부다. 나도 양심에 걸려서 이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공직에서 물러날 계획이다.

- 하지만 현직에 있는 지금 이미 사업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가.
▲ 그렇긴 해도 마음은 이미 경찰을 떠난 상태다. 일단 휴직계를 낸 뒤 필리핀 사업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퇴직을 할 생각이다.

- 현지 사업자금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 C경관 본인의 사업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 지금까지 적금 든 것 모두 다 깨고 친인척 등 주변인들에게 돈을 빌렸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담보로 잡힌 상태다. 필리핀 사업이 잘못되면 나는 그야말로 길바닥에 나앉게 된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어

- 박모씨와 어떻게 사업을 같이하게 됐나. 과거 그의 범죄를 수사할 때 봐주고 그 대가로 카지노 사업이라는 보답을 받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
▲ 물론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내 명예를 걸로 그런 일을 절대 없었다고 확언할 수 있다. 나는 경찰인생에 절대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는다. 박씨와는 사건 종결 후 개인적으로 친분을 맺게 됐다. 그것이 끈이 돼서 사업을 같이하게 된 것이다. 과거 박씨 사건을 수사할 때는 단 한 점의 특혜도 없었다. 원칙대로 수사했고 그 분도 법의 기준대로 처벌받았다.

- 하지만 카지노에 대해 아무런 경험도 없고 고객유치 능력도 없는 C경관을 사업파트너로 끌어들인다는 것은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다.
▲ 물론 내가 비즈니스를 하기엔 많이 부족한 인물이다. 그저 친분 때문에 같이 (카지노 사업을)하게 된 것이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 이 사실이 공론화되면 개인 뿐 아니라 경찰의 명예가 떨어진다. 그 점은 어떻게 생각하나.
▲ 그런 점에 대해선 다소 껄끄러운 게 사실이지만 내 스스로는 떳떳하다. 퇴직 후를 준비하는데 있어 꼭 사표를 내고 다음 일을 준비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대부분 퇴직에 임박하면 이미 다음 일을 도모하고 준비하고 있지 않나. 나도 그런 것뿐이다. 그리고 해외 카지노도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현지 허가를 제대로 받고 하는 사업이다. 크게 경찰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아들은 언제부터 필리핀에 가 있었으며 왜 갔나.
▲ 필리핀이 영어연수하기 좋다고 해서 보냈다. 그런데 박씨가 다른 곳에 가 있는 것 보다 자신이 보살펴주면 좋지 않겠냐며 자기가 아들을 돌봐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의 집에 있게 했다. 아들이 필리핀에 간지는 6개월 정도 됐다.

- 필리핀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지노는 대부분 한국관광객들을 상대로 한다고 들었다. 그런 카지노 영업은 상당수가 불법이고 손님들도 대부분 불법도박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G카지노 역시 합법적으로 등록을 했어도 운영은 합법적이지 않을 것 같다.
▲ 그런 지금으로선 모르는 일이다. 나는 일단 모든 것이 합법적이라고 들었다. 만일 조금이라도 불법적인 요소가 있을 땐 주저 없이 사업에서 손을 땔 것이다.

그러나 떳떳하다던 C경관은 자신의 카지노 사업에 대해 보도하지 말아달라며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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