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성상납 공화국’

고 장자연씨의 성상납 의혹, 청와대 행정관들의 성로비 의혹 등 지금 대한민국은 성로비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이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예전부터 갑과 을의 관계에서는 자연스럽게 로비와 뇌물이 이어졌고 여기에 단지 성상납이 추가된 것일 뿐이다. 오래 전부터 계속된 대한민국의 성로비 스캔들을 들여다봤다.

대한민국이 성접대 파문으로 흔들리고 있다. 단지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일들이 최근 들어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성접대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군부 독재 시절엔 무수한 소문들이 난무했다. 잘나가는 연예인들 뒤에는 ‘정권 실세들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각종 이니셜 처리된 여성 연예인들의 뒷얘기들이 우후죽순 만들어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시엔 서슬 퍼런 군부 독재 시절이었기 때문에 정권 실세의 말 한마디가 바로 법이었던 시대다. 성로비 관련 소문들이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분 설득력이 있는 것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에는 많이 없어졌지만 정치권에도 상당부분 성접대가 있어 왔다. 일반적인 룸살롱 접대에서 안마시술소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예전에는 직업 여성들을 주로 성로비의 도구로 사용했다면 90년대 이후에는 연예인과 고위층들의 부적절한 만남이 주를 이뤘다.

물론 이전에도 연예인들과의 성로비 파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때부터는 월등히 많아졌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 전직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나도 들은 얘기지만 90년대에 연예기획사들이 조폭과 연관된 곳이 많았다. 이들은 연예인 한 명 키우기 위해 고위층과의 접대 자리를 마련하고 잠자리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재계 인사들과의 접대자리도 심심찮게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성접대 사실에 대해 일부 시인했다.

처음 성접대 관련 의혹이 크게 보도된 것은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폭로였다.

2002년 홍 원내대표는 당시 새천년민주당 의원들이 연예인들에게 성로비를 받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하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홍 원내대표는 서울 고검 국감장에서 “민주당 A의원은 탤런트 C양을 공개적인 지역구 행사장에서 성추행했다. 또한 B의원은 제주의 모 호텔에서 L양과 잠자리를 했으며 C의원은 K양에게 성상납을 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이와 함께 홍 원내대표는 고위층의 압력으로 인해 연예계 비리를 수사 중이던 검사가 갑자기 충주지청장으로 좌천됐다며 은폐의혹도 제기했다.

특히 당시 의혹을 받았던 기획사 대표는 고 장자연씨가 소속된 전 기획사 대표와 동일인물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홍 원내대표는 무척 안타까워했다.

홍 원내대표는 최근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 “당시 수사가 제대로 됐다면 지금의 ‘장자연리스트’는 없었을 것이다. 유력인사들에게 성상납을 통해 연예인들의 출연기회를 보장 받으려 하는 악덕 연예기획사들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가 민주당 의원들의 성상납 의혹을 밝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전직 연예계 매니저가 자신이 유력 정치인 K씨에게 어쩔 수 없이 성상납을 했다고 주장해 파란은 계속됐다.

이 매니저는 당시 투자를 받기 위해 재력가와 인연을 맺으면서 유력 정치인 K씨와 만나게 됐다고 털어놨다.

매니저는 “99년부터 2001년까지 K씨에게 5명의 신인급 연예인들을 붙여 줬다. 절대 강요에 의해서는 아니었다. 성상납을 한 연예인 중에는 이후 바로 은퇴를 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가수 아이비는 올해 초 만나주는 조건으로 3억원이라는 거액을 제의받았다는 내용을 폭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철저한 수사 촉구

정치권과 재계 고위층들의 성상납 실태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여성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한 고위층들의 성상납 실태에 대한민국이 썩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한 줌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고 장자연씨의 사건과 청와대의 성접대 의혹은 권력을 쥐고 있는 고위층들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접대를 받는 우리나라 접대 문화의 자화상이다.

성로비는 뇌물죄에 해당하는 만큼 더 이상 여성을 접대와 로비의 대상으로 일삼는 일이 없어져야 할 것”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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