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제1원칙은 리스크의 최소화”
 
1월 중순이 넘어가지만 여전히 증시는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증시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도 불확실성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미국의 금리정책은 언제쯤 가시화될지, 중국의 부동산과 제조업은 어떻게 방향을 정할지, 유럽의 디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이 될지, 아베정권의 재집권에 따라 일본의 엔저정책은 어느 정도 강도로 진행될지, 러시아 등 산유국의 악화된 재정으로 인한 파국효과는 어떻게 될지, 글로벌 차원의 거시적 경제가 여전히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는 심정으로 시장에 대응할 것 
올해 최대 이슈는 단연 디레버리징
 
알려진 악재는 이미 악재가 아니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비록 악재라 하더라도 이미 충분히 알려진 악재는 대응책 역시 충분히 준비돼 있기 때문에 심리적 충격이 없으므로 악재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 격언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면 악재든 호재든 정체가 아직 밝혀지지 않아 그 충격이 가늠할 수 없는 상태, 즉 불확실한 상황을 증시가 가장 경계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현재의 지지부진한 시장상황은 세계 경제에 대해 그리고 그 안에 깊숙히 연결된 한국경제에 대해 우리가 마음 속 깊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자연에 깃든 짐승들조차 서식환경이 양호하지 않으면 새끼를 적게 낳거나 아예 건너뛰기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마음 속에 깃든 의구심 때문에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극적 행동과 몰입을 방해하는 우리의 의구심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가장 큰 원인은 일차적으로 우리가 생활에서 부딪치는 사소한 것들에서 비롯된다. 오픈만 하면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룰 줄로 알았던 동네의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어느 날 느닷없이 폐점하고 대형마트의 계산대 앞에 늘어선 쇼핑카트의무게며 부피가 과거에 비해 현격하게 적어졌음을 문득 발견할 때 우리는 절로 움츠러든다. 
 
정부의 물가지표와는 다르게 연일 치솟는 생활물가에도 불구하고 손에 쥐는 가처분소득 수준은 여전히 비루하다는 느낌이 들고 빈약한 예금 잔고와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 대출 잔액 앞에서 절로 의기소침해진다. 중산층의 증가와 가계 가처분소득의 실질적 증가에 초점을 맞췄다는 정부의 정책목표가 발표되지만 정작 그 정체는 빚에 의한 부동산 부양이 전부임을 깨달을 때 우리는 절망한다. 매월 사상최고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를 발표하지만 그 이득은 대다수 가계와는 별다른 연관이 없고 오히려 상대적 결핍만 부추길 뿐이다. 
 
일상에 근거한 우리의 마음이 이러한 상태에서 전 지구적 차원에서 드리운 경제적 불확실성이 도무지 걷히질 않으니 투자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할 일일 수도 있다. 좋지 않은 서식환경에 놓인 새와 다름이 없다. 좋지 않은 서식환경이라면 자식에 대한 욕심을 본능적으로 줄이듯 우리 역시 수익에 대한 과도한 욕심을 조금 덜어내고 무언가 배우는 심정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가장 먼저 수급을 촉발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은 글로벌 차원의 재료에 의해 반응하므로 외신 하나라도 챙겨보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급된 유동성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는 상황이므로 그 유동성을 축소하는 정책에 주가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오는 6월로 예정된 미국의 금리인상이 그 트리거가 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작년 말 모두 대세선인 60일 이평선이 하락추세로 이어지는 비관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이것은 중기적 관점에서 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게 하는 포인트이다. 하지만 그 상황은 1월이 시작되자마자 변화하는 모습을 나타내었는데, 코스피는 여전히 마찬가지로 부진한 상황이지만 코스닥은 추세 반등하여 지속적으로 우상향하는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코스피에 비해 코스닥 시장의 중소형 종목을 중심으로 1분기는 움직일 것이라고 예측되는 근거이다. 
 
각종 악재와 호재가 뒤섞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부의 정책이다. 최근 불거진 핀테크와 사물인터넷 관련주의 급등이나 테마형성은 이러한 이치를 잘보여준다. 따라서 이러한 종목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추천할만하다. 
 
정부의 정책과 관련해 또한 주시해야 할 것은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인데 상반기 중 한차례 정도 금리 인하를 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미국의 금리인상 전 한 차례 우리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경기부양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린 후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응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신흥국 중 중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로서 중국은 미국의 금리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는 특히 중국 금융과 부동산에 충격을 가할 것으로 보여지며 이 때 중국경기에 민감한 우리 종목 역시 요동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올 한해 최대 이슈는 단연 디레버리징이 될 것으로 본다. 디레버리징은 모든 면에서 레버러징과 극단에 선다. 레버러징 국면에서 부채는 자산일 수도 있지만 디레버리징 국면에서 부채는 그저 부채일 뿐이다. 따라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패턴이 요구되며 이는 투자와 일상생활 모두를 포괄한다. 투자의 제1원칙은 리스크의 최소화이고 이제 그 원칙을 직접 시험해 볼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올 한 해 투자자 모두의 건승을 기원한다. 
 
전진오 굿세이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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