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다. 故 장자연의 죽음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신인 여배우들의 충격 고백이 속속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는 방송연예계 인사 뿐만 아니라 정치인, 경제인, 언론인들의 이름과 접대 행적이 나열되어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10일 KBS는 <추적60분>을 통해 ‘충격고백, 나는 접대용신인이었다’편을 방송해 연예계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리를 폭로했다.

KBS 1TV <추적 60분>이 10일 ‘충격 고백, 나는 접대용 신인이었다’편을 통해 신인 여배우들이 성상납의 덫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연예계의 먹이사슬을 추적했다.

case 1 신인 여배우였던 K모씨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았다. 그녀는 30대 중반의 유부남 PD로부터 수차례 성관계 요구를 받아야 했다. 그의 요구를 강하게 거부했다. 하지만 배역을 받기 위해 결국 원치 않는 관계를 갖게 됐다. 그녀는 당시를 회고하며 "연기를 못하게 될까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case 2 여배우 N모씨는 데뷔 초기, 기획사에 속해 있을 때 술 접대 요구를 거듭 받았다. 가볍게 생각하고 나갔던 술 접대 자리에서 성관계까지 요구받았다.
기획사는 경제력을 뒷받침해줄 스폰 관계를 맺으라고 요구를 했다. 계속 거부했다. 결국 N씨는 반강제로 기획사를 나와야 했다.
그녀는 “기획사를 나와 혼자 활동하는 동안에도 성상납의 유혹에 계속 시달려야 했다. 감독이나 제작사 측의 술 접대나 성상납 요구를 거부하면 배역도 바뀌는 일이 허다했다”고 증언했다.


case 3 유학을 준비 중인 Y모씨는 영화캐스팅 때문에 유명 영화감독의 술 접대 자리를 나간 적 있다. TV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그 감독은 그녀에게 성 접대를 요구했다. 연예계 어두운 현실과 맞닥뜨렸던 그녀는 결국 어릴 때부터 키워 왔던 연기자의 꿈을 포기했다. 그리고 진로를 바꿔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K, N, Y모씨 뿐만 아니라 인지도가 없는 신인이나 무명배우 중 피해자는 부지기수라는 게 연예계 일각의 추정이다.

연예계 성추행은 사건으로 비화된 적도 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배기열)는 소속 연예인을 성추행한 연예기획사 대표 C모씨(40)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C씨는 연예인으로서 성공을 돕기 위해 몸매 검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연예인 지망생을 성추행했다는 것.

재판부는 "C씨가 연예기획사 대표이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소속 연예인 지망생들을 추행했다"며 "이 중 일부는 당시 미성년자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C씨가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2007년 10월부터 2008년 5월까지 L소속사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몸매 관리 등의 이유로 소속사 연예인 지망생들의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C씨는 선고 이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는 연예계에서 연예인 지망생과 신인들이 '꿈'을 미끼로 한 성상납과 스폰 같은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성공의 보장도, 생활의 안정도 없는 신인 여배우에게 유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신인 배우들은 성상납 요구에 거절하지 못한다. 연예계에는 스타가 되기 위해 뜨기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풍토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기획사“우리도 할말 있다”

장자연 사건 이후 성상납 배후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기획사들도 할 말은 있다.

기획사에서 신인 1명을 키우는데 투자되는 비용은 평균 연간 1억 원. 하지만 투자금 회수는 쉽지 않다. 어쩌다 신인을 키우는데 성공하면 다른 기획사에서 웃돈을 줘서 데려간다. 그러다보면 신인을 키운데 들어간 비용은 고스란히 적자로 남게 된다는 것.

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신인을 키우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회사 자체에서 투자할 능력이 없다면 다른데서 투자를 받게 된다. 그러다보면 성상납이 이루어지게 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필요악이라고 말하는 거다. 어쩔 수 없는 구도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정상적인 구조로는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며 “신인들은 회당 10만원 받는다. 투자되는 비용은 회당 100만원 이상이다. 회당 적자가 거의 90~100만원이다. 낙타가 바늘구멍 뚫는 확률로 키우다 보니 그 중에 흔히 말하는 스타가 뜨지 않는 이상은 적자 구조가 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예계의 구조적인 병폐를 없애기 위해선 연예인의 직업관이 투철해야 하고, 기획사도 미국, 일본처럼 회사와 같은 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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