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은 보릿고개…총수 일가 뭐하고 있었나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 10대그룹 총수들이 받아간 현금배당 총액은 2445억 원이다. 최저시급 5210원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일일 24시간씩 1년 365일 내내 일만 했을 때, 5431년 뒤에나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단, 월급을 한 푼이라도 쓰거나 잠을 한 시간이라도 잔다면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러한 현실에 혹자는 “기업들은 부익부만을 지향하고 있는 가운데 소득재분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자기 배만 불린 재벌들’ 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부익부빈익빈’의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대성(회장 김영대·사진)을 살펴본다.
 
4월까지 회사채 만기만 3600억 원  
이자놀이·배당금 관련 파문 잇달아
 
대성은 대성산업를 비롯해 대성산업가스, 대성계전, 한국캠브리지필터, 대성씨엔에스 등 주력 계열 5개사를 중심으로 에너지 및 산업용가스, 가스미터기 등 각종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더군다나 에너지전문 기업으로서 재계 순위 역시 항상 50위권 안쪽에 올라 있는 등 그 위엄을 자랑해 왔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는 대다수 그룹이 불황을 보내는 것처럼 대성 역시 빡빡한 생활을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룹 내 첫 번째 주력 계열사로 군림하는 대성산업의 재무 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는 4월까지 돌아오는 회사채 차입금만 따져 봐도 3600억 원 수준이다. 이를 어떻게 갚을지가 관건이다. 
 
앞서 대성산업은 건설사업 시황악화와 디큐브시티를 비롯한 유통사업의 부진으로 2011년 이후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2011년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 229.1%가 해마다 상승해 2013년말 412.2%, 지난해 말 653.8% 수준까지 올랐다. 
 
이와 관련해 대성은 자산 매각과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차입금을 상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디큐브백화점을 비롯한 자산매각으로 상반기 자금 여건에 여유를 찾겠다는 목표다. 
 
오는 2월 중 만기가 찾아오는 회사채 1500억 원은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과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열쇠다. 신속인수제는 기업이 사모사채를 발행하면 이를 산업은행이 인수해 주는 방식으로 기업의 상환 리스크를 줄여주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대성 입장에서는 보릿고개를 넘고 있고, 이번 위기를 극복하면 새 도약을 꿈꿀 가능성이 생기는 시기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회사가 어려워지는 동안 일어났던 논란을 돌아보면 총수 일가를 향한 비판은 쉽게 넘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너져가는 대성을 향해 “총수 일가의 편의에 따라 계열사가 배당을 했다” 혹은 “부실 계열사를 상대로 이자놀이를 했다”, “총수의 자녀가 들어오자마자 임원을 달고 시작했다”는 등의 지적이 상당히 많았다. 
 
계열사 배당에 대해선 대성산업가스의 배당 성향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현금배당금이 주당 850원과 1만5000원을 오가는 등 기준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대성산업가스는 김영대 대성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다. 
 
이를 두고서 대성산업가스가 김영대 회장의 사금고로 쓰이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상당했다. 실제 대성산업가스는 현금배당금이 지난해 주당 850원 2013년 1만5000원, 또 그 전년도는 850원을 넘나들었다. 
 
배당금 총액으로 계산하면 불과 1년 사이 600억 원과 31억 원을 오간 것이다. 600억 원을 배당했던 2013년도는 최대주주인 대성합동지주가 300억 원 정도의 현금을 확보했다고 알려진다. 
 
연속되는 논란과 질타
 
이자놀이 파문도 빼놓을 수 없다. 김영대 회장이 대성산업가스에서 자금을 빌려 그 돈을 고스란히 또 대성산업에 대여해 주면서 금리 차익을 누렸다는 것이다. 금리 차익은 자그마치 10억 원 규모다. 
 
대성합동지주가 대성산업가스에서 자금을 차입할 때 이자를 연 4.71% 수준으로 책정한 뒤 대성산업에 대여해줄 땐   연 5.78%의 이자를 명시했다. 금리가 1.07%포인트 차이가 나면서 월 9000만 원에 달하는 이자 차액을 대성합동지주가 챙기게 됐다.
 
또 당시 거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설한 총수일가가 거래 중간 단계에 끼어들어 실질적인 역할 없이 수수료만 챙기는 이른바 ‘통행세 관행 금지 규정’을 어긴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아야 했다. 
 
마지막으로 김영대 회장의 아들 김정한·김신한 사장이 입사자마하자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이 됐다는 점도 부각된다. 기업분석업체인 시이오스코어가 30대 그룹에 입사한 재벌 3·4세 자녀 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32명(남자 27명, 여자 5명)이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었다. 
 
아울러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사무직 대졸신입사원이 임원이 되려면 평균 23.7년이 걸렸으며, 신입사원이 대리가 되는데 걸리는 기간이 4년 정도로 집계됐다. 
 
대조적으로 김영대 대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정한 사장과 삼남 김신한 사장은 불과 30세와 31세에 계열사인 대성산업과 대성산업가스의 이사로 선임돼 눈길을 끌었다. 하늘의 별 따기가 이들에게는 누워서 떡 먹기 수준으로 비춰질 정도다. 
 
한편 대성은 보릿고개도 거의 마무리됐으며, 배당 역시 문제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성 관계자는 “디큐브시티 매각과 신속인수제를 통해 대부분의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다”면서 “부채비율도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배당금과 관련해선 “대성산업은 수년간 배당을 해오지 못했다. 다만 여타 계열사들은 수익이 나고 있었으므로 배당을 실시한 것”이라면서 “향후 그룹이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배당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금리 차익이 논란이 됐을 당시에는 “법인세법상 특수관계자 간 자금 거래를 할 때 이자를 계산하는 기준인 ‘가평균차입이자율’에 따라 책정한 것”이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운 바 있다.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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