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적자 - 서자 손잡다!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새정치연합 2.8전당대회를 앞두고 동교동계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직계라고 할 수 있는 비서실 출신 인사들이 ‘호남정치복원’을 외치며 박지원 당 대표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동교동계 좌장’으로 불리는 권노갑 상임고문과 ‘영원한 DJ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 후보가 그동안 소원했던 감정을 털고 화해하면서 50여 명의 동교동계가 ‘박지원 대표 만들기’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의 관계 복원에는 이희호 여사가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DJ 적자, 서자, 양자라며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동교동계가 주류인 친노 문재인 후보에 맞서 일전을 벼르고 있어 전당대회가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 2014년말 이희호 여사 중재, 권노갑-박지원 ‘화해’
- 박 캠프 권노갑 특명 김옥두 총괄본부장 ‘전진 배치’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그리고 박지원 당 대표 후보를 관통하는 코드는 DJ다. 권 고문은 ‘동교동계 좌장’으로서 DJ와 함께 승승장구했으며 반면 박 후보는 DJ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DJ의 타계이후에도 ‘영원한 비서실장’을 자임하며 당 대표 도전에 나서고 있다.

동교·범동교동계 인사 비서 출신 50여 명 넘어

동교동계는 비서실 출신 20여 명에 범동교동계 인사까지 합할 경우 50여 명이 된다. 1세대는 권 고문을 비롯해 한화갑, 김옥두, 이용희, 이윤수 등 60년대부터 DJ와 함께 해온 인사들이다. 2세대는 최재승, 윤철상, 설훈, 배기선, 정동채 등 80년대 초반 합류한 이들이다. 3세대는 전갑길, 배기운, 이협 등 87년 이후 합류한 이들이고 범동교동계로 한광옥, 조재환, 박양수, 이훈평 등이 꼽힌다.

하지만 박 후보는 권 고문과 ‘동교동계 적자’논란을 낳을 정도로 양측은 소원한 관계였다. 특히 동교동계 인사들은 DJ 타계 전부터 박 후보가 ‘DJ를 독식한다’고 할 정도로 반발했고 실제로 DJ 입원 당시 동교동계 가신그룹들의 면회를 통제하면서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 훈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작년 3월11일 박지원 후보가 전남도지사 불출마를 선언할 때 감지됐다. 박 후보는 지방선거 전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호남에서 민주당에 앞서기 시작하자 ‘안풍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전남도지사 출마를 적극 검토했다.

그러나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지방선거 전 전격적으로 합당을 선언하면서 박 후보의 출마 명분이 사라졌다. 이로 인해 출마와 불출마를 고민하고 있던 차에 권 고문이 ‘호남 화합론’을 내세워 적극 만류했고 박 후보는 권 고문과 동교동계 인사들에게 사퇴 성명서를 보여주는 등 두 인사 간 화해 무드가 조성됐다. 당시 권 고문뿐만 아니라 DJ 부인인 이희호 여사의 반대도 불출마 선언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전남도지사 불출마 화해 모드

안철수-김한길 두 공동대표가 6월 재보궐 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자 2·8 전당대회가 결정되면서 박 후보는 본격적으로 당권 도전에 나섰다. 박 후보가 당 대표 출마에 나서면서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이희호 여사였다. 당 대표 출마 결심과 함께 권 고문과의 화해를 적극 중재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를 거절할 이유가 없는 이 여사는 지난 연말 자리를 마련했고 두 사람은 ‘호남복원정치’를 결의하면서 ‘형님 아우’ 사이가 됐다.

권 고문은 박지원 후보가 캠프를 차리자 총괄 본부장으로 자신의 오른팔 격인 김옥두 전 의원을 파견 보냈다. 이는 사실상 동교동계 인사들에게 ‘박 후보를 지원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이뿐만 아니라 범동교동계로 불리는 이훈평, 박양수, 김방림 전 의원 등도 박지원 후보 캠프에 참여하면서 문재인 당 대표 후보에 맞서 비노전선을 형성했다.

박 후보는 호남에서 개최되는 합동연설회장에서 “이희호 여사가, 당선되라는 전화를 보내주셨다”는 등 DJ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말을 서슴없이 꺼내는 배경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여전히 DJ와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라는 점에서 ‘동교동계 껴안기’와 ‘호남정치 복원론’은 호남 민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를 반영하듯 당 대표 당선이 유력한 문재인 후보 역시 DJ에 대한 애정공세를 펼치고 있다. 부산 출신인 문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이 정립하신 우리당의 정체성,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중도개혁정당’ 이것이 호남의 정신”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의 대중경제를 잇는 우리당의 성장전략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와 동교동계가 손잡은 또 다른 배경에는 호남의 정치 환경이 한몫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포스트 DJ’가 부재한 상황인 데다 당내 잠룡군으로 분류되는 문재인, 안철수는 영남 출신이고 안희정은 충청도, 박원순은 서울 출신이다.

구시대 정치인 이미지 양날의 칼

그나마 정세균, 정동영 두 인사가 호남 출신으로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고 있지만 한명은 당권 도전도 포기했고 정동영 전 고문은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상태다. 게다가 영남 출신 문 후보가 당권의 유력한 상황에서 호남의 상대적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박 캠프에서 승리를 자신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문제는 박 후보 본인이 구태 이미지가 남아 있는 데다 ‘구시대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동교동계와 손을 잡고 야당 지지층을 얼마나 결집시킬 수 있느냐다. 역으로 ‘호남 포위론’에 발목이 잡혀 ‘호남당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박 후보가 동교동계와 손을 잡은 것은 양날의 칼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유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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