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아래서 감 떨어지기 기다려선 안돼”
 
주식시장은 흔히 총성 없는 전쟁터로 비유된다. 현대의 고도화된 자본주의 체제에 강력하게 편입된 우리의 삶 역시 전쟁터와 다름없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건너편에 맞싸울 상대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은 우리들 삶보다는 훨씬 더 전쟁터와 흡사하다. 

투자전략과 전술·각종 지표 명기해봐야 
각 변수 따라 영향 받을 종목 세분화 하기
 
그 비유가 일반에게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때문인지 주식시장에는 전쟁과 관련된 단어나 비유가 많은 편인데 증권사의 공식적인 문건의 타이틀에도 투자전략과 전술과 같은 전쟁용어가 버젓이 사용되고 일반투자자들도 작전이니 세력이니 하는 전쟁용어에 별다른 이물감이 없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병사 개개인의 전투능력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전략이다. 전략이란 전쟁터 전체를 총괄하는 청사진이자 조감도이다. 전략이 어떠했는가에 따라 그 전쟁은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도 있고 패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인류 역사 상 가장 유명한 전략가로 손꼽히는 이는 알렉산더 대왕, 한니발 장군, 카이사르 황제 등인데 그들이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매일매일의 전투를 잘해냈기 때문이 아니라 전쟁 자체를 스스로 시작하고 또 스스로 마무리할 수 있는 보기드문 전략가였기 때문인 것이다. 
 
속도와 효율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현대에도 ‘전략’이라는 개념이 널리 받아들여져 사용되지 않는 분야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마케팅전략, 홍보전략, 선거전략, 프로젝트 전략, 심지어 최근에는 연애전략까지도 선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어떤 일이든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에 근거해서 투철한 행동에 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임을 드러낸다. 
 
나비를 처음 본 하마가 나비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나비와의 사랑이 쉽지 않으리라는 판단을 한 하마는 사자에게 달려가 “너무나 아름답고 매혹적인 나비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그 나비에게 가까이 갔다가는 그 고운 날개를 상하게 할까 두렵습니다”라면서 조언을 구했다. 그 애처로운 고백을 접한 사자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그대가 나비가 되는 것이 좋을 듯하오”라고 충고하였다. 다시 하마가 “하지만 어떻게 나비가 된단 말입니까?”라고 물었고 사자는 “그건 나도 모르오. 나는 전략가일 뿐이고, 당신이 나비가 되는 것은 실행의 문제니까”라고 답했다.  
 
더없이 중요한 전략이지만 그 전략이 어떠한 토대 위에서 설계되고 구상되어야 하는지를 암시하는 우화이다. 전략에 대해 우리는 종종 오해를 한다. 그것은 전략이 고차원적이고 원대해야만 한다는 오해이다. 하지만 훌륭한 전략은 저차원적이고 구체적이어야만 한다는 의미이다. 만약 전략이 우리의 일상생활, 구체적인 행동, 동원가능한 리소스 등과 직접적인 연결없이 고차원적이고 추상적인 차원에 머무른다면 그것은 전쟁의 최종적인 승리를 위한 청사진이 아니라 그저 무의미한 몽상에 불과하게 된다. 
 
미국 포춘지에 의해‘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선정된 잭 웰치 전 제너럴 일렉트릭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현실에서 통하는 전략이란 매우 단순명료하다. 전체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필사적으로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 커다란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해도 전략을 수립할 때에는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것처럼 행동하라”고 말한다. 
 
주식투자를 할 때 우리의 투자전략은 흔히 투자계획서나 포트폴리오의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는 투자계획서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전략적인 관점에서 이것은 잘못이다. 생각은 말과 다르고 말은 글과 다른 것이다. 생각을 입 밖으로 내면 그 생각은 조금 더 정제되고 그 말이 글로 옮겨질 경우 더욱 구체성을 띄게 되고 행동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일부 매니아층의 전유물이던 미국드라마를 일반 대중들의 관심권 안으로 끌어들인 드라마 중 프리즌 브레이크란 드라마가 있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의 위기에 처한 형을 위하여 일부러 교도소로 들어간 동생이 형과 함께 탈옥하는 내용인데 그 드라마가 어찌나 인기를 끌었던지 주인공은 젊은층 사이에 스코필드란 작중 이름 대신 석호필이란 애칭으로 불리고 모 캔커피 광고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 드라마의 도입부에서 주인공 스코필드는 벽면 가득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온갖 경우의 수를 나열하며 탈출전략을 수립하는 장면이 나온다. 전략이란 무릇 그러해야 한다. 현실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며 현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고 현실에 맞춰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마찬가지로 투자자의 투자계획서 역시 한 해를 관통하는 거시적 관점을 유지하며 그 범위 안에서 작성되어야 한다. 그 과정이 연역적이든 귀납적이든 관계없다. 전략은 현실을 고려하여 최대한 실행가능성에 맞춰 수립되고 이후 행동은 실로 민첩하고 철저해야 한다. 앞서 잭 웰치가 구멍가게를 운영하듯 행동하라는 말은 소소한 것도 무시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매사에 철저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 투자계획서와 연간계획표를 벽에 붙여놓고 한 해의 투자전략과 투자전술을 생각해봐야 한다. 어닝시즌을 표시하고 환경 및 계절과 관련한 지표를 명기하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주요 국가의 경제지표와 정책 발표 예정일을 표시하고 정부의 각종 정책발표와 관련된 사항도 나열해야 한다. 또 각 산업 내부의 신기술 개발동향일정을 부가하고 변수는 헤아릴 수가 많지만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변수를 중점적으로 고려하도록 한다.  
 
그 다음으로 각 변수가 현실화할 경우 좋든 나쁘든 가장 영향을 받게 될 종목을 늘어놓아 보고 해당 종목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 비교적 또렷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그런데 대충 적어만 봐도 해야 할 일과 들여다보아야 할 공부가 무척 많다고 느껴질 것이다. 공부하고 연구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주식투자를 하며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감나무 아래에 누워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전진오 굿세이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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