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부 핵심 남한 깜짝 놀랄 카드 꺼낸다


북한의 핵실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구도 확정설이 나돌아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을 잇는 후계구도에 대한 정보는 이미 수년전부터 다양한 경로를 통해 흘러나왔지만 대부분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와병설이 불거지자 상황은 돌변했다. 북한의 후계구도에 미국과 동북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차기지도자를 점치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북한의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포스트 김정일에 대한 정보는 제각각인 상황이다. 지금은 오히려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로 인해 혼선만 더해가고 있다. 최근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3남 김정운이 거의 확정적이라는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그러나 처음 보도가 나간 다음날부터 정보들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은 김정운이 후계자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언론은 김정운 후계자설은 미확인 정보라고 보도했다. 또 어떤 언론은 후계자설 자체를 두고 북한이 흘린 가짜정보라고 보도했다. 정부도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모 정부 관계자는 김정운 후계자 확정설에 무게를 실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를 통째로 부정했다. 과연 북한 김 위원장의 뒤를 잇는 후계자는 누가 될 것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북 핵실험 그리고 후계구도 확정설은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 것일까.

정부와 정보기관은 무엇보다 미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의 정보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다.


엇갈리는 한·미·일·러 정보

미국은 후계 확정설에 대한 의견이 양분된 상태다. 일본은 후계 확정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잘못된 정보라고 명백하게 못을 박고 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지난 1일(현지시간) 김정운의 권력승계와 관련된 분석과 전망 기사를 게재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셋째 아들 김정운이 내정된 것이 확실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날 ‘타임'은 김정운이 지난 4월 북한 권력의 핵심인 국방위원회 지도원이 된 점과 13년간 김정일의 요리사를 지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씨의 자서전 ‘김정일 요리사'를 토대로 이같이 전했다.

또 같은 날 일본의 산케이 신문은 건강이 좋지 않은 김 위원장이 후계 체제를 굳건히 하기 위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일본 당국자들이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이 또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미사일 발사는 후계자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도 보도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과거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서 근무한 적 있는 러시아 극동문제 연구소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언론에 후계작업 관련 보도가 나가기 전에 이미 후계구도확정설이 나돌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후계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최근 한국에 보도된 북한 후계자 확정설은 오보일 가능성이 90%이상”이라며 “러시아는 후계자 확정설을 근거 없다고 판단하고 비중 있게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러시아 과학원 산하 바실리 미헤예프 국제관계ㆍ세계경제연구소 부소장 역시 지난 3일(현지시간) 리아 노바스찌 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후계자 선택에 대한 한국과 다른 국가의 반응을 떠보려고 일부러 정보를 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갈피 못 잡는 대북 정보라인

주변국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국 정부는 진위파악에 거의 손을 놓은 상태다. 국정원부터 마비상태다. 국정원은 대북 정보망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 내부적으로 대북전문가로 꼽을 수 있는 인재도 거의 없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대북 전문가 양성이 중단되다시피 한 탓이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는 “미국이 정보를 줬다 해도 한국 정부가 제대로 분석할 능력만 있다면 이번 후계확정설 같은 정보는 언론을 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런 허황된 정보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과 없이 언론에 흘리는 것 아니겠나. 조문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 터무니없는 정보”라고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이 인사는 “남한은 지난 10년 동안 북한을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려 했을 뿐 집중적인 분석을 하진 않았다. 게다가 외교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외교력도 북한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북한은 남한과 교류하면서 체제유지를 위해 남한을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외교력을 키우기 위해 해외로 유학인력을 파견해 외교 인력을 전략적으로 양성했다. 여기에 핵미사일개발과 화학무기 양산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가 이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한의 대북 정보 시스템 다운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북한이 무엇을 왜 하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미국의 정보에 의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또 이 인사는 “미국은 기본적으로 북한 체제를 제대로 꿰뚫고 있지 못하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끌려 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후계확정설 또한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이해하지 못한데서 나온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잠재적 핵 보유국이 된 이상 지금이라도 빨리 대북외교노선을 개선하지 않으면 북한에 손 놓고 당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 인사는 지적했다.


北 이미 집단 군부체제 전환

국내외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동안 김 위원장 중심체제로 갈 것이며, 김 위원장 사후엔 집단군부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전문가 일부는 북한이 이미 군부지도체제 하에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휴전선 부근과 서해안 등에서 포착되는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은 김 위원장과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북한 소식통은 북한의 최근 움직임이 남한과는 거의 무관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남한 정국과는 전혀 무관하게 미국을 겨냥해 이뤄진 것이다. 후계확정설도 미국에 혼선을 주기 위해 흘린 정보”라며 “북한은 이미 미국과의 협상에 대비해 모든 카드를 마련해 놓은 상태이다. 일부 협상 안건에 대해선 미국이 암묵적으로 북한에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은 미국이 강경조치를 절대 취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미 UN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도 이미 강경 압박노선을 포기했다”며 “이미 잠재적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북한이 세계가 깜짝 놀랄 카드를 들고 나올 것이라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카드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최근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망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어 정보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의 산케이 신문은 지난 5일 인터넷판을 통해 현재 마카오에 체류 중인 김정남이 중국으로 망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의 비밀경찰인 국가안전보위부가 4월 3일 오후 8시께 평양시내에서 김정남의 측근 여러 명을 구속했으며, 이에 김정남은 북한 내의 측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조사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북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소식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김정남이 미국도 아니고 중국으로 망명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후계자가 정해질 리 없는 집단군부체제하에 있는 김정남이 후계자 지명에서 제외됐다고 반발해 망명한다는 것은 넌센스라는 것이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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