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교만함을 용서하지 않는다
 
주식시장에 뛰어든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어떤 종목이 좋은가?’이다. 투자자 모임에서든 동호회 모임에서든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최종적인 질문은 바로 그것으로 단 한차례의 예외도 없이 한결같다. 그 질문에는 숨겨진 것이 있는데, 남들은 모르는 정보, 절대 하락하지 않고 오로지 상승만 할 종목이라는 전제가 그것이다. 요컨대 혼자만 대박 날 정보를 원한다는 것이고 실망스럽겠지만 내부거래자가 아닌 한 그런 정보는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항상 연구하는 자세 유지하고
꼭 겸손한 마음으로 접근해야 
 
대박 종목을 노리는 사람들은 대개 공부를 하지 않으며 무모하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차트를 이야기하고 추세를 입에 달고 있지만 그것은 스스로 공부하고 깨달은 것이 아닌 어깨너머 주워들은 알량한 것일 따름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책 몇 권에서 얻은 얕은 지식이 전부이다. 서점에 차고 넘치는 주식투자와 관련한 책 몇 권 읽었다고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면 세상에는 온통 주식투자 성공사례가 넘쳐나야 마땅하다. 그럴듯한 제목을 달고 투자자를 유혹하는 책들은 시장의 어떤 일면이 강조된 것으로 결코 시장 전체를 포괄하지 못한다. 일반화의 오류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공부가 얕은 투자자들은 무모하다는 특징을 함께 갖는다. 공부가 하기 싫어 무모한 행동에 몸을 맡기는 것인지 몸에 밴 무모한 행태가 공부 자체를 등한시 하도록 한 것인지 인과관계는 정확하지 않지만 어쨌든 한 배에서 나온 쌍둥이처럼 이 둘은 함께 간다. 우연히 모임에서 얻어들은 정보나 가십처럼 흘러나온 이야기에 혹해서 무리한 투자를 감행한다거나 어떠한 과학적 근거나 객관적 검증도 없는 허황된 이야기를 듣고 이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투자에 나서는 식이다. 몇 년 전 다이아몬드 광산 이슈로 시장을 뒤흔들었다가 끝내 상장폐지의 위기에 처한 씨앤케이인터내셔널이 대표적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하거니와 스스로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이다. 이후의 참담한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의 무모함을 탓하기 보다는 정보제공자를 원망하기 일쑤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몹시 불완전한 존재이다. 이것은 인간이 애초에 완전한 존재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여 끊임없이 진화 중인 존재이기 때문인데 현대의 심리학과 뇌과학은 인간 존재의 이 불완전성에 관하여 실로 많은 과학적 근거와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반해 시장은 너무나 거대하고 복잡하다. 이 명백한 차이점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해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중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로 흔히 네 명의 위인이 손꼽힌다. 공자, 관우, 악비, 제갈량이 그들이다. 이들 중 충신 중의 충신, 지혜의 상징으로 꼽히는 이는 제갈량인데 비록 운이 없기는 했지만 그의 지혜는 신에 가까울 정도라고 말해진다. 그의 지혜는 태생적으로 타고 난 것이 아니라 고집스레 혼자 깨우친 것이 아니라는 것이 후세의 평가이다. 그는 두루 많이 보고 듣고 살피며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한 인물이다. 후대의 청나라 학자 장학산은 이를 “제갈량은 천하의 재주꾼이다. 그는 자신의 재주로 천하를 이긴 것이 아니라 천하의 재능을 모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고 평한 바 있다.
 
이런 인물에게 겸양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천하를 부리는 자신의 재주가 선천적으로 타고 난 것이 아니고 또한 스스로 깨우친 것도 아니라 주변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이니 이는 지극히 당연하다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시장에 임하는 두 가지 자세를 배울 수 있다. 첫째는 항상 공부하는 자세이고 둘째는 겸손한 마음가짐이다. 시장은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과도 같다. 강물은 얼핏 사계절 내내 같은 모양으로 보이지만 멀리 상류의 사정과 주변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상류에 비가 많이 내릴 경우 강물은 불어나기도 하고 계절에 따라 유량과 유속이 달라진다. 시장 또한 거시적인 국면과 미시적 상황에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다. 달러화의 강약, 원유가의 등락, 국제정세 등 전 지구적 차원에서의 움직임에 따라 등락한다. 미시적으로는 국내의 경제적 형편은 말할 것도 없고 각 업종별, 경제주체별 동향 등 온갖 변수에 의하여 출렁인다. 
 
지금 발밑을 흘러가는 이 강물이 어제의 그 강물이 아니듯 오늘 펼쳐지는 장세는 과거의 그것과 흡사해 보이지만 사뭇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결과이며 따라서 내일은 또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이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부단히 공부하고 그 공부를 바탕으로 현재의 상황을 깊이 있게 통찰하는 것이다. 
 
또한 시장은 교만함을 용서하지 않는다. 투자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는 극한 마라톤처럼 오랜 시간에 걸친 장거리 레이스이다. 그 레이스 중에 때로는 승리할 때도 있고 어느 날엔 마지막으로 체크포인트를 통과하는 경우도 있다. 순간의 승리에 도취한다면 그는 다음날 레이스에서 반드시 쓴 잔을 받아들게 될 것이다. 
 
항상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 그리고 겸손함을 갖추었더라도 실제적인 행동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로또 1등 당첨을 꿈꾸며 항상 신에게 기도를 올리던 사람에게 신이 나타나 “로또나 사고 나서 기도를 하든지 말든지 해라”라는 우스갯소리는 행동의 중요함을 새삼 일깨운다. 주식시장에서 행동이 중요한 이유는 시장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늘상 복잡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흔히 말하듯 돈 놓고 돈 먹는 투전판이 아니다. 얼핏 투전판 같은 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것은 본질적으로 돈이 개입된 게임이기에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극히 국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인데 시장에서 승리하는 원칙이란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고 연구하고 행동하고 다시 그 결과를 놓고 연구한 뒤 수정된 행동으로 옮기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상시적으로 그리고 지치지 않고 반복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전진오 굿세이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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