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호프집, 그리고 카페로… 미팅의 진화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헌팅’. 길거리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대쉬(일명 작업)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과거 헌팅은 말 그대로 길거리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났을 때 전화번호를 물으며 접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는 카페나 술집 등에서 이성들을 만나 합석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헌팅’이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친구들과 놀러 나왔다가 우연히 ‘헌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헌팅’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된 것이다. 일명 ‘헌팅카페’ ‘헌팅술집’ 등이 바로 그곳이다. 헌팅을 위해 만들어진 장소. 그곳은 어떤 곳일까.

방 색깔 보고 합석 “오늘 재밌게 놀까요?”
열린 공간에서 어색함·위험 요소 없는 만남

지난달 28일 오후 8시께 수원역 인근 헌팅 술집인 ‘J호프’. 취재진은 친구와 함께 ‘헌팅 술집’을 구경하기 위해 J호프에 들어섰다. 인연을 만들어 준다는 문구가 여기저기 적혀 있었다.
“어서 오세요~ 여자 두분이세요? 방 안내해 드릴게요.”

헌팅 술집이라는 곳은 일반 룸호프와 다를 바 없었다. 4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넓이의 룸에는 TV시청과 게임 등을 할 수 있는 모니터가 있었다. 말만 룸이지 옆 방 대화소리가 다 들릴 정도였다. 평소와 다름없게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는데 노크소리와 함께 직원이 들어왔다.

“저희 헌팅카페인 거 아시죠? 원하시면 남성분들과 합석시켜 드리려고 하는데 괜찮으세요?”
괜찮다고 대답하자 직원은 알겠다며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일반 호프집과 다를 바 없는 모습에 실망할 때쯤 노크소리와 함께 아까 그 직원이 다시 들어왔다.
“여기 이 분들도 두분이서 오셨대요. 재밌게 노세요.”

이곳의 미팅은 직원들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었다. 헌팅을 원하는 남녀가 직원에게 요청을 하면 직원이 인원에 맞춰 이성이 있는 방으로 안내를 해주는 형식이었다. 그렇게 이뤄진 미팅은 무척 조용하게 진행됐다. 서로 어색함을 참지 못했다. 27세 회사원이라고 소개한 남성 A씨는 “호프집에서 합석은 처음”이라며 “신기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대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어색함을 극복하지 못한 이들은 금방 자리에서 일어났다.

J호프집을 나와 인근에 있는 다른 ‘헌팅술집’으로 향했다. 이곳은 방문에 불을 켜놓고(남녀 방의 색이 다르다) 서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형식의 헌팅술집이었다. 자신들이 원하는 방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그 전의 헌팅자리보다는 대화가 오래 지속됐다. 그러나 만남까지 성사되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남성 김모(28)씨는 “친구들과 자주 놀러오지만 인연으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면서 “잠시 재밌게 놀다 가는 곳일 뿐”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대상으로
커피·와인·취미 미팅

‘헌팅 술집’처럼 헌팅을 목적으로 한 업소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 경우 술에 취해 불건전한 목적으로 다가오는 이성을 만날 위험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위험을 덜어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헌팅(미팅)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술집은 주로 20대 초중반의 사람들이 많다면 커뮤니티를 통한 헌팅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해당 커뮤니티에서 원하는 헌팅 장소와 방식에 신청하면 모임 당일 현장에서 신분증 확인 후 참석이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미팅은 대규모 만남이라는 점에서 혼자 어색함을 느낄 확률이 줄어들고, 전문 MC의 진행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50명이 넘는 사람들의 만남이 이뤄지기 때문에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장소도 다양하다. 주로 직장인을 대상으로 이뤄지다 보니 ‘와인 헌팅’ ‘칵테일 헌팅’ ‘커피 헌팅’ 등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할 수 있게 진행된다.

만남 자체는 미팅처럼 진행되지만 추후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고백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헌팅과 다르지 않다.
지난 25일 헌팅카페에 참석한 B(30·여)씨는 “처음 참석한 자리라 긴장을 많이 했지만 막상 해보니 재밌었다”면서 “이번에는 커플이 못 됐지만 다음번에는 꼭 헌팅에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규모 ‘솔로대첩’
헌팅의 끝판왕

지난 2012년 12월24일 여의도 공원에서는 솔로 남녀가 참여하는 대규모 미팅 행사 ‘솔로대첩’이 열렸다. 처음 솔로대첩 이벤트 개최에 대한 안내가 나왔을 때 무려 8천 명 이상이 참가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24일 여의도 공원에는 1천여 명의 사람들만 이벤트에 참여했다. 그 중 남성이 700명이었으며 여성은 300명에 불과했다. 결국 해당 이벤트는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솔로대첩은 ‘대규모 미팅(헌팅)’의 끝판왕으로 볼 수 있다. 특별한 날인 크리스마스 이브날 열린 장소에서 헌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매력을 끌었기 때문이다. 비록 이벤트는 실패했지만 참가인원 천여 명은 쉽게 모을 수 있는 숫자도 아니다.
그리고 모두 실패한 것은 아니다. 당시 민모(20)씨는 이모(19·여)씨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두 사람은 웃으며 여의도 공원을 벗어났다.

그리고 2년 뒤인 지난해 12월20일 서울 신촌에서 솔로대첩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20~35세 싱글 남녀 각 600명씩 참석해 2대2로 짝을 이뤄 헌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신촌의 맛집을 탐방하며 진행된 이날 솔로대첩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러한 헌팅카페, 또는 헌팅대첩과 같은 행사는 어색함을 없애고 진행된다는 점에서 싱글 남녀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술집에서의 헌팅은 성폭행, 절도 등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반면 열린 공간에서의 헌팅은 위험 부담이 적다는 것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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