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疏通)은 막힌 곳을 잘 통하게 한다는 뜻이다. 민심을 흐르는 물에 비유하는 것은, 물은 배를 띄우지만 뒤집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백성과의 소통을 다스림의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리라. 결국 소통의 요체는 마음이 통하고 말이 서로 통함일 것이다. 달변가로 말솜씨가 뛰어났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많은 국민들이 “제발 이제 그만 말하라”는 주문이 빗발쳤다.

심지어 어느 돼먹지 않은 인사가 말 많은 한 대통령을 향해 “공업용 미싱으로 입을 박아야 한다”며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한 적이 있다. 불통의 낙인이 찍힌 채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는 국정지지도 30%대의 참담함 속에 새 국무총리를 뽑고, 청와대 조직을 손질하고, 특보단도 구성했다. 뭔가 달라지려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민의 박수를 끌어내는 일이 복잡한 방정식을 푸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말과 새로운 도전을 약속하는 것보다 겸허히 많은 말을 들어 판단을 밝게 하는 것이 국민을 안심시키는 길이다. 문제는 많은 말을 어떻게 들어야 하느냐이다. 한정된 몇 사람의 말에 의존하면 재앙을 부를 수 있다. 소위 ‘실세’라는 이름을 만들 뿐이다.

세상은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말솜씨 없는 대통령, 고집 있는 대통령으로 말하고 있으나 뜻이 곧은 대통령이라는 믿음만은 확실해 보인다. 사실 박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지 않았다는 것도 진실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인터넷 등을 통해 민심을 살피는 데 아주 적극적이었다. 다만 대통령이 된 지금은 그런 방식이 미흡하다는 것 뿐이다.

따라서 소통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지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게 없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많은 토론에도 불구하고 토론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국민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던 측면이 있었다”며 “앞으로 주요 정책이나 논란이 되는 문제들은 수석들과의 토론 과정도 공개해서 국민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맞는 판단으로 보이나 한 가지 꼭 짚어야 할 일은 여론에 대한 청와대의 올바른 이해가 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의 식견보다 요 며칠 전부터 박 대통령이 하고 있는 국민 삶의 터전에서 쏟아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청와대 비서진이든, 특보단이든 대통령과의 허심탄회한 대화 분위기가 선결조건이 되는데, 이 문제에 관한 여론의 반응이 긍정적이지를 못하다. 대통령 참모진들이 모두 대통령 입만 바라보고 처분만 기다리면 동맥경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고 존재감을 잃게 된다. 그런 정부에 활력이 살아날 리 없지 않은가.

더 중요한 건 이 모든 문제들이 변화해도 처치가 힘든 국민이 다 아는 숙명적 문제를 주목해야 한다. 무조건 박근혜가 싫다는 수많은 좌파, 종북세력들이 발호하고 ‘친이’니 ‘비박’ ‘반박’해서 마음을 꽁꽁 처닫고 민심이반에 목숨 걸고 있는 나라상태엔 답이 없어 보인다. 이런 마당에 대통령이 무슨 수로 소통을 넓힐 수 있느냐는 지적이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미운자식 고운자식을 가리지 않는 모성애적 소통에는 친모가 됐든, 계모가 됐든 간에 찬바람, 더운 바람이 함께 통할 수 있는 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 꽁꽁 닫아건 문고리만 잡고 뭘 어쩔 도리는 없다. ‘두드리라, 그러면 열리리라’는 경구(警句)도 이 상황에서는 불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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