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이슬람과 기독교의 충돌이 심상치 않다. 지난 1월 7일 오전 7시 프랑스 중심부에 위치한 풍자 시사만평 주간지 ‘샤를리 엡도’ 편집실에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난입, 12명을 기관총 난사로 살해했다. 같은 날 파리 유대교 식료품점에서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인질극을 벌이며 4명을 살해했다.

여기에 프랑스에서는 370만 명이 샤를리 엡도 지지 시위에 나서 파리 테러를 질타하며 언론 자유를 외쳤다. 샤를리 엡도는 이슬람 테러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의지 표명으로 2월 14일자에 이슬람 창시자 무하마드를 조롱하는 만평을 또 실었다. 평소 6만부를 발행하던 샤를리 엡도는 300만부로 늘렸고 프랑스인들은 주간지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렸다.

샤를리 엡도의 거듭된 무하마드 조롱 만평에 격분한 이슬람 교도들의 시위는 16일부터 전 세계 아랍권으로 확산되었다. 격분한 군중들은 기독교 교회에 방화하거나 기독교인들을 죽였다.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서는 교회 10여 곳이 불에 탔고 10여명이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마치 기독교와 이슬람 종교 간의 전쟁이 벌어진 느낌이었다. 미국의 정치학자 사무엘 헌팅턴 교수가 지적한 대로 인류는 이제 ‘문명의 충돌’시대로 접어든 게 아닌가 우려케 한다.

헌팅턴 교수는 1993년 미국의 격월간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문명의 충돌(The Clash of Civilizations)’ 제하의 논문을 실었다. 1996년엔 책으로 출판했다.

그보다 1년 앞선 1992년 일본계 미국인 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언과 마지막 인간’ 논문을 발표했다. 이 책에서 후쿠야마는 동서 냉전 종식 이후 국제관계는 이념대결이 아니라 인권·자유민주·자본주의에 의해 지배된다고 했다. 후쿠야마에 대한 대응논리로 헌팅턴 교수는 ‘문명의 충돌’을 썼고 국제관계는 앞으로 문화·종교 간의 대결로 간다고 주장했다. 헌팅턴 교수에 따르면 인류는 역사적으로 왕과 왕 사이, 국가와 국가 사이, 이념과 이념 사이 충돌로 이어져 왔으나, 냉전 종식과 함께 종교와 문명권 간의 충돌로 치닫는다고 했다. 그는 세계 문명권을 서양권, 남미권, 전 소련 기독교 정교(正敎)권, 중국권, 이슬람권,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권, 등 6개로 대별했다.

헌팅턴 교수는 기독교와 이슬람이 서로 자기들의 종교적 가치만 옳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거기에 더해 서구 기독교권의 문명적 우월의식과 이슬람권의 반발로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유혈 충돌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실상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샤를리 엡도 테러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서구권 과 이슬람권의 충돌은 서로가 자기편의 가치만이 옳다고 주장한 데 연유했다. 자유분방한 서구 문명권은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무하마드도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폐쇄적인 이슬람권은 무하마드는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맞선 데 기인했다. 각기 옳다고 믿는 문명적 가치의 충돌임이 분명하다.

무하마드를 시사만평으로 조롱했다고 해서 언론인들을 참혹하게 학살하는 테러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샤를리 엡도가 테러에 대한 항의 표시로 또 다시 무하마드를 조롱하는 만평을 계속 게재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서로 상대편을 존중하고 이해해야 한다.

앞으로 문명의 충돌을 예방키 위해서는 상호 상대편 종교를 모독하는 도발은 자제해야 한다. 종교와 문화는 민족과 지역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서로 존중하지 않는다면, 피비린내 나는 충돌은 피할 수 없다. ‘문명의 충돌’은 상대편의 종교와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거기에 각기 다른 문화·종교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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